<사회> 기피되는 블루칼라, 대책 마련 시급 (한성대신문, 593호)

    • 입력 202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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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0-16 00:00

블루칼라 청년 비율 감소 지속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주 원인

청년층 유입 위한 방안 마련해야

제조업, 건설업 등 블루칼라(blue-collar) 일자리를 선택하는 청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주로 화이트칼라(white-collar), 사무직 업종으로의 취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건설 현장 노동자의 평균연령은 53.1세다. 또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4.5%,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칼라의 사전적 정의는 ‘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이지만, 사회적으로 건설업이나 환경미화업 등 육체노동자 전반을 블루칼라의 범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영록(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은 “블루칼라는 사무직 노동자 등의 화이트칼라와 대비해 건설업이나 제조업과 같이 기술 및 기능을 필요로 하는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계층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칼라 업종으로의 취업을 목표로 하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도 최근에는 대학 진학을 택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자의 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는 47.3%로 나타났다. 이는 35.6%를 기록한 2018년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임운택(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이 노동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이 기술을 익혀서 취업해도 중장기적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청년의 수가 줄어들며 블루칼라 노동계가 고령화됨에 따라, 해당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덩달아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29세 이하 청년 노동자의 비율은 2001년 29.7%에서 2021년 14.8%로 감소했다. 반면 50대 이상 고령 노동자의 비율은 2001년 11%에서 2021년 31.9%로 3배가량 증가했다. 박명준(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블루칼라 업종으로 청년을 유입시켜 후속 세대로 다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을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청년이 충원되지 않아 고령자들의 일자리로 남는다면 결국 그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블루칼라 업종을 찾지 않는 청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06년 약 54만 명에서 2021년 약 210만 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장기간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많다 보니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장 내에서 중요한 일을 맡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숙련의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숙련 노동자의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는 정책을 통해 블루칼라 업종의 빈자리를 줄이려 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 차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외국인력 공급 확대를 위해 취업 관련 비자의 선발인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별 외국인 노동자 고용 한도를 늘리겠다고 지난 8월 밝혔다. 하지만 통상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이 길지 않아 이 같은 정책으로는 숙련 노동자를 양성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기간 블루칼라 업종에 종사하며 숙련도를 높인 외국인 노동자가 자국으로 돌아가면 숙련 노동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46%가 3년 미만 체류자였다. 이형준(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는 궁극적인 인력난 해소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 의존으로 인해 구조조정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이 풍부하고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에게 적절한 대우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황 또한 문제로 꼽힌다. 경력과 숙련도를 높여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이뤄지지 않기에 청년층이 블루칼라 업종에 장기간 몸담으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숙련 노동자에 대한 경력을 인정해 직업 전망을 제시하고자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이하 기능등급제)’를 시행 중에 있으나, 현장에서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시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기능등급제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현장경력과 자격증, 교육훈련 등의 요소를 반영해 초·중·고·특급의 기능 등급을 제시하는 제도다. 각 건설 현장에서 등급에 따라 노동자를 적절한 보직에 배치하거나 등급에 적합한 임금을 산정하는 등, 노동자가 숙련도에 따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은정(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력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데 현재 제도는 경력에 치중된 느낌”이라며 “부여받은 등급에 따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제도 시행이 되지 않아 노동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루칼라 업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또한 청년층의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건설 노동자를 ‘노가다’, 공장 노동자를 ‘공돌이·공순이’와 같은 비하적 표현으로 지칭해 온 지난날이 블루칼라 업종에 대한 선호도가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업종보다 낮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회계세무학전공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중건 학생은 “안전한 노동 환경과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노동 환경이 보장되고 안정적으로 고용이 이뤄지는 화이트칼라 업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 선호 현상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제시된다. 이어 정부 역시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는 정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 교수는 “저임금으로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노동자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에 대해서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장에서 기능등급제가 쓰이지 않는 원인이 기능등급제의 등급 산정 기준의 모호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기능등급제는 현장경력과 자격증, 교육훈련을 모두 ‘경력연수’로 환산해 그 연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있다. 각 자격증 등이 몇 년의 경력연수로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있으나, 경력연수가 현행과 같이 책정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사업주가 기능등급제의 타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고, 해당 제도를 기용하지 않으려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 연구위원은 “기능등급제의 타당성이 부족하다 보니 제도가 활용되지 않아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블루칼라 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막고 있는 원인으로는 근무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 지목된다. 블루칼라 업종의 노동 환경이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고용불안정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강상준(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작업 현장에서 사고 발생 후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현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청년층을 블루칼라 업종으로 유입시키고, 장기간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고용 정책을 변혁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년 숙련 노동자를 양성해야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발생하는 숙련자 부재 문제를 예방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통해 청년 노동자를 양성해야 한다”며 “내국인 노동자를 우선 고용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서 제한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숙련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분별한 청년 선발이 아니라, 블루칼라 업종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을 우선 선발해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예상한다. 최 연구위원은 “현장에서의 안전 수칙이나 용어, 도구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이론에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의 베테랑 노동자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는 방안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능등급제와 같은 제도를 활성화하고 타 업종으로 확대함으로써 숙련 노동자에 대한 대우를 높여 숙련자가 블루칼라 업종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근속 연수나 숙련도에 따른 대우가 이뤄져야 청년 노동자가 블루칼라 업종으로 유입되고 오래 머무를 수 있기에, 제도에 대한 충분한 홍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력연수 책정 기준을 사업주와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해 재정비하는 등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연구위원은 “등급이 높아짐에 따라 직장 내 지위 상승도 동반돼 청년층에게 직업적 비전을 제시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블루칼라 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학교 등 기관에서의 교육은 물론, 안전 수칙이나 안전을 위한 법령 등이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이 강조된다. 블루칼라 업종의 노동 현장은 위험하다는 인식 개선을 위해 현장에서도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시민들의 인식은 교육을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며 “노동의 형태와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노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루칼라 업종의 노동 환경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직업적 비전을 보여줘야 청년층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제식 교육: 정규적인 교육과정을 강사가 교습하는 방식이 아닌, 제자가 스승의 실무를 보조하며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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