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69마을, 주민의 진심이 담기다 (한성대신문, 594호)

    • 입력 202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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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1-06 00:31

‘마을’, 현대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마을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마을이 지닌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곳이 있다. 주민들 간의 소통을 중심으로 마을이 운영되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곳, 바로 본교 뒤편 낙산 자락의 369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주민이 하나로 뭉쳐 방치된 마을을 되살리고, 다시 사람들이 찾는 동네로 만든다. 또한 주민들은 어떠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외되는 이 없이 서로를 챙기는 사람 중심의 삶이 깃든 369마을에 대해 알아보자.

좁은 골목에 오래된 집들이 늘어선 마을인 369마을 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마을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지속가능한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본교 학생들도 동참하며 ‘지역 청년’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삼선제6주택 재개발 정비구역’, 이른바 ‘삼선6구역’에 해당하는 재개발이 예정된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 구역 명칭을 줄여 ‘369마을’로 부르기 시작했고, 곧 369마을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하고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369마을의 369는 석 삼(三), 기를 육(育), 언덕 구(丘)를 뜻하며 ‘마을의 정체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주민이 주도하고 화합하는 세 가지 가치를 지닌 언덕 마을’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369마을은 예정돼 있던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더욱 낙후됐었다. 그러나 이후 주민 동의로 마을은 재개발 예정 구역에서 해제됐고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주민들은 369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접 재생 방안을 모색했다. 369마을이 가지고 있는 한양도성이나 앵커시설** 등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마을 재생에 뜻을 가지고 있는 주민과 청년, 예술인 등을 조합원으로 하는 ‘369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하 369조합)’을 구성했다. 이상훈(369조합) 이사장은 “주민이 마을의 주인이 돼 직접 마을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주민·청년·문화예술인이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조직해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369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세대가 화합하는 마을이 되기를 추구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에 369마을은 마을 주민이 아닌 외부인을 마을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369조합은 한양도성 성곽길과 369마을 일대에서 마을에서의 삶을 체험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369성곽여가 : 풍류(이하 성곽여가 풍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성곽여가 풍류는 ▲369성곽마을여행 ▲369어머니밥상 ▲369풍류한마당 ▲369성곽예술제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과 학생, 문화예술인이 주도해 진행된다. 과연 주민이 주체인 마을은 어떤 모습일지, 본교 학생들은 지역 청년으로서 어떻게 마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성곽 여가 풍류에 참여해 봤다.

▲참여자들이 성곽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369마을과 한 몸, 한양도성

성곽여가 풍류 참여자들은 369마을 주민인 최성혁(369조합) 마을해설가(이하 해설가)를 따라 369마을로 향했다. 해설가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걷게 된다. 참여자들은 성곽길을 따라가며 해설가로부터 한양도성의 역사와 성곽 돌에 담긴 이야기 등을 듣는데, 관심이 없다면 알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마을 주민은 왜 해설가를 자처해 사람들에게 한양도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 369마을에 있어 한양도성 성곽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곽길을 중심으로 둘러싼 집들과 한양도성 성벽이 마주해 369마을 어디에서든지 한양도성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369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자산인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369마을 주민 김희준(69) 씨는 “한양도성은 문화재 보존성의 가치가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369조합]

밥상에 정을 듬뿍 담다, 사랑방

성곽길을 지나다보니 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솟대***가 보인다. 그리고 가장 처음으로 ‘369사랑방(이하 사랑방)’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방은 369마을의 화합을 도모하는 주민공동이용시설이다. 부녀회 어머니들이 손수 만든 ▲비빔밥 ▲우거지국 ▲식혜 등으로 구성된 ‘369어머니밥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초면이라서 서로가 낯선 참여자들과 369마을 주민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어색함도 잠시, 곳곳에서 이야기꽃이 피어오르며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익숙하던 어떠한 한 가지가 떠오른다.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던 한국인의 ‘정’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이웃관계가 단절돼 가는 현재, 369마을은 되레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재료를 배달하고 밥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누는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사랑방의 따뜻한 정은 참여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랑방에서 만난 인연과의 평온한 식사는 지친 일상 속 힐링이 됐다.

▲마실에서 청년들이 직접 만든 성곽돌과자

성곽돌과자를 골라먹는 재미, 마실

주민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는 ‘369마실(이하 마실)’이 있다. 마실 내부를 둘러보니 진열대에 유독 눈에 띠는 녀석이 있다. 바로 ‘성곽돌과자’다. 성곽돌과자는 한양도성의 성곽 돌 모양을 한 흑임자 과자로, 축조시기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한양도성에 대한 마을해설을 듣고 성곽돌과자를 먹으니 더 반가운 느낌이다. 성곽돌과자의 포장지를 통해 ▲세종시기 ▲숙종시기 ▲순조시기에 지어진 성곽 돌의 각 형태를 알 수 있다. 마을의 지리적 정체성인 한양도성을 이렇게도 활용하고 있다니! 성곽돌과자를 한번이라도 접해본 방문객이라면 자연스레 한양도성을 보며 369마을이 떠오를 테다.

성곽돌과자는 마실에서 일하는 지역 청년들이 직접 빚어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지역 청년들이 일상 속 자신들의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면서까지 성곽돌과자를 만드는 이유는 자신이 ‘369마을 구성원’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테다. 기자가 만난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존속과 발전을 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권서영(마실) 점장은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특색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예술상점에 전시된 본교 예술학부 학생들의 그림

청년예술가의 영감을 공유하다, 예술상점

마실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369예술터의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목재로 지어진 작은 미술관인 ‘369예술상점(이하 예술상점)’이 나온다. 예술상점에는 지역예술가인 본교 예술학부 재학생이 그린 369마을의 풍경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참여자들은 그림들을 감상하며 369마을의 풍경을 되새긴다. 예술상점은 지역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등 예술가와 대중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369마을은 예술상점을 통해 다양한 인적자원들을 섭외하고 활동을 이어나가며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의 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술상점은 더 나아가 예술을 선도하는 곳으로 자리 잡기 위한 소망을 품고 있다. 이 이사장은 “작품들을 판매한 수익금은 청년 작가에게 전달하고 지역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쓰고 있다”라며 “369마을이 문화 예술 콘텐츠가 계속 발휘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렇듯 369마을은 마을 유산을 활용하고 마을을 알리기 위해 여러 주체와 협력한다. 이때 젊은 인적자원을 보유한 대학도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369마을도 마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젊은 세대와 연결될 수 있다. 369마을 주민 정석균(66) 씨는 “한성대학교가 가까이 있으니 협력 사업을 진행해 특화 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전했다.

▲마실 앞에서 참여자들이 버스킹을 감상하고 있다.

풍류에 하나 되다, 버스킹

예술상점을 빠져나와 마실 앞으로 돌아가니 버스킹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이날 버스킹에서는 청년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부터 모든 세대의 참여자를 신나게 만들었던 구수한 ‘아모르파티’까지, 다양한 곡이 성곽길 언덕에 울려 퍼졌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는 다양한 음악에 참여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버스킹 팀으로 참여한 김다영(더데이애프터) 대표는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며 음악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모여 서로 연결되고 많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며 “369마을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 환경이 열악한 마을의 시설을 정비하는 등 물리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

**앵커시설 : 주민들의 화합과 생산적인 활동을 이끌어내는 등 마을의 중심이 되는 시설

***솟대 : 끝에 오리 모양이 올려진 긴 나무장대로, 마을의 액운·질병 등을 막기 위한 소망을 담고 있음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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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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