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면받는 사회복무요원, 대책 마련 시급 (한성대신문, 597호)

    • 입력 202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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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3-04 00:00

사회복무요원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판정된 이들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에서 사회복지, 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가 지난 2007년 병역의무의 형평성 제고와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 공급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기존에는 ▲의무경찰 ▲경비교도 ▲의무소방 등의 대체복무 형태로 복무했지만, 군사임무 수행이 불가한 이들을 노인·장애인 수발 등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공급이 어려운 분야에 사회복무요원으로서 투입한다.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21개월이며 대체로 자가 숙식, 출·퇴근 근무를 한다. 급여 또한 현역병과 동일하게 받으며 교통비와 하루 7천 원 상당의 식비도 제공받는다.

복무 기간 동안 부대 내에서만 상주하는 현역병과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자가에서 출·퇴근하고 현역병에 비해 낮은 신체검사 등급을 받은 이들이 복무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 또한 현역병 못지않게 노동강도가 높은 근무지에 배치되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를 통해 알린 사례에 따르면 어깨가 탈골되는 질환으로 인해 4급 판정을 받은 이에게 무거운 짐을 들도록 시키거나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는 이에게 스크린도어 수리를 지시하고 선로에 떨어진 물건을 줍게 하는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현역병의 급여를 2025년 150만 원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역병의 급여가 오르다 보니 사회복무요원의 급여도 덩달아 오른다. 하지만 현역병의 급여를 병무청에서 지급하는 데 비해 사회복무요원의 급여는 복무하는 기관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복무요원 선발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특별시의 4개 자치구에서 2024년에는 행정 분야 사회복무요원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구청들은 사회복무요원 인력 감축의 가장 큰 이유로 ‘재정 부담’을 꼽았다.

지자체에서 사회복무요원 선발 인원을 줄이면 복무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복무 대기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신청이 매년 1회밖에 시행되지 않는 탓에 청년들은 복무 신청에서 탈락할 경우 장기적 계획 수립이 불가하다. 탈락 횟수가 많을수록 합격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20대 중반에 접어든 후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는 8월부터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시작할 예정인 손윤재(23) 씨는 “복무 대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해외 유학과 같은 장기간 활동을 준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장기간의 대기 기간을 거친 후 복무를 시작한 사회복무요원은 ‘재정난’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한다.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과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면세가로 물품 구매가 가능한 현역병과 달리 사회에서 물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난에 쉽게 노출된다. 2024년 기준 병장 월급은 125만 원으로, 2024년 최저생계비가 약 133만 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의 급여로 생계유지가 가능합니까?’라는 질문에 61.7%의 응답자가 ‘매우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하은성(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 중에서도 주거비를 스스로 부담하거나 채무를 갚아야 하는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재정난을 탈피하기 위해 겸직을 희망하는 사회복무요원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제28조에서 사회복무요원의 겸직은 본인 또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을 복무기관장이 판단해 겸직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의 겸직 여부를 복무기관장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기관장의 부당업무지시를 수용하는 등의 사례가 제보된다”고 말했다.

대다수가 출·퇴근제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에 비해 편한 환경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이들 또한 고강도 노동에 노출된다. 강은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사회복무요원이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기관에서는 배치표와 무관하게 주요 업무들을 사회복무요원에게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하 위원장은 “허리나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데도 무거운 것을 들게 하거나,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이 있는데도 민원 업무를 수행하는 등 적성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기존의 질병이 악화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은 고강도 업무환경에 종사할 뿐만 아니라 복무 중 괴롭힘에 노출되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귀하는 복무기간 동안 괴롭힘 행위에 대해 경험해본 적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64%가 복무 중 괴롭힘에 노출됐다고 답했다. 괴롭힘의 종류는 ▲폭행·폭언 ▲모욕·성폭력·명예훼손 ▲부당 업무지시 등이 있었다. 하 위원장은 “위험한 업무를 2인 1조가 아닌 사회복무요원 혼자서 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업무 지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과 달리 지자체나 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함에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서 사회복무요원은 공익 분야에 복무하는 사람으로서 직무상 행위는 공무수행으로 본다고 정의한다. 대부분 복무기관의 노동자와 똑같은 환경에서 일하지만, 적용받는 법은 다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이 적용받는 『병역법』과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는 사회복무요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법률 조항은 부재하다. 강 변호사는 “사회복무요원은 대부분 복무기관의 노동자와 혼재돼 일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노출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똑같이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겸직 허가라고 입을 모은다. 근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겸직 허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현재는 겸직 허가가 복무기관장의 재량이다 보니 복무기관장의 부당 업무 지시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겸직 여부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해달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의 겸직 여부를 신고제로 운영하고 겸직이 복무에 영향을 미칠 때 경고처분을 하도록 규정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4급을 받은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과 비교했을 때 신체·정신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노동환경에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4급 판정에 영향을 미친 질병을 고려해 그에 맞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고도 지적된다. 하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 본인의 질병을 고려한 업무 배치는 질병 발생 및 악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인력 활용에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지자체 등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을 노동자와 같은 법률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회에서 숙식하며 출·퇴근 하는 근무형태가 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을 법적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에 준하는 조항들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강 변호사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은 사회복무요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사회복무요원이 편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우리 사회가 사회복무요원에게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갖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더 활발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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