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참사의 무게, 기억과 진실의 중요성 (한성대신문, 598호)

    • 입력 202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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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4-01 00:00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이후 수많은 이들이 슬픔을 겪어야 했고, 우리 사회가 입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참사 발생 이후 유가족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그들 자신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일보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와 시민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데에 집중했다. 기록물 보존, 진상규명 촉구와 같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더불어 참사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초기 대응의 중요성 강조 등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력해 왔다.

이처럼 또 다른 사회적 참사를 막기 위해 부단히 힘쓰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자 세 사람을 본지가 만나봤다. 세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었지만,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큼은 일치했다.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이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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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연장, 우리의 이야기

▲양옥자 사무국장 [사진 : 김유성 기자]

양옥자(55) 씨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故 허재강 군의 어머니이자 ‘416기억저장소’의 사무국장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이후, 참사가 시민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도록 여러 활동을 이어왔다. 단원고 학생 모두가 시민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그는 지난 2016년부터 416기억저장소에서 일하고 있다.

Q. 416기억저장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이들도 많을 듯하다.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양옥자(이하 양) :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기록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학자와 시민들이 참사와 관련한 기록물을 수집하면서 시작됐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을 복원해 놓은 ‘4.16기억교실’을 경기도교육청 산하 4.16민주시민교육원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Q. 아이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활동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416기억저장소를 운영하는 일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양 :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물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으려면 기록물의 보존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월호가 인양된 이후에는 발견된 유품을 세척하고, 보존을 위한 처리를 진행하는 등의 일도 했었다. 기록물 보존을 통해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아직 명확히 이뤄지지 못한 진상규명으로도 이어지고, 우리가 더욱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단순히 기록물을 보존하는 것 외에도, 시민들의 기억을 위해 416기억저장소가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양 : ‘기억과 약속의 길’, ‘민주시민 교육프로그램’과 같은 활동을 진행한다. 기억과 약속의 길은 416기억저장소에서 일하고 있는 유가족과 4.16기억교실에서부터 ‘생명안전공원’까지 노란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참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활동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 번 알리고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시민교육프로그램 또한 참사에 대해 기억하는 활동인데, 학생들 각각의 생애를 담은 약전(略傳)*을 읽는 시간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참여자가 여러 학생들을 깊이 있게 기억할 수 있게끔 한다.

Q. 416기억저장소는 정부의 지원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위기 속에서도 운영 지속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양 : 예전보다 후원금이 줄어 재정 규모 또한 줄이고 있다. 큐레이터 없이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유가족인 학부모들이 수시로 방문해 관리함과 더불어, 4.16기억교실의 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양 : 학생들이 잊혀지지 않게 노력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 외에는 계획이 없다. 어디에 소속돼 있든 학생들을 위해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16기억저장소에서 일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약전(略傳) : 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

국가, 그 의무를 다하려면

▲전태호 위원장 [사진 : 김유성 기자]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협의회(이하 일반인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인 전태호(47) 씨는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다. 일반인 유가족협의회는 단원고 소속이 아니었던 희생자 유가족들이 함께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지난 10년간 그는 참사의 원인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책임소재가 있는지 명확히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거짓 없는 진상규명이 희생자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단원고 소속이 아닌 희생자의 유가족을 위한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태호(이하 전) : 단원고 소속 희생자의 수가 일반인 희생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소수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과 단원고 소속 희생자를 위한 추모관이 별개로 운영되는 것도, 교육부가 단원고 소속 희생자를 위한 추모관을 따로 조성한다고 통보해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고자 정치권과 많은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원고 소속 희생자의 유가족과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 함께 어우러지며 활동하고,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Q.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진상규명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참사의 원인과 진실은 무엇인가?

전 : 침몰 원인을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냉철히 분석하지 않았다. 당시 세월호는 고박* 상태도 좋지 않았고, 과적을 했던 사실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의 무게중심이 정확히 어느 쪽으로 기울어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배의 무게중심이 간 방향을 알아야 어느 각도에서 배에 충격이 가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에, 침몰 원인을 파악하려면 무게중심의 방향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추측성 근거로 접근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맞춰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Q. 진상규명에 이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찾고 처벌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 :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못해 희생자가 발생했기에, 정부 조직에서 책임 소재를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참사 당시 현장에서 지휘하던 말단 지휘관만이 처벌 대상이었다는 것은 의문이다. 참사 수습, 대응을 하는 데 있어 지휘·통제권을 가지고 있던 상급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하다.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려면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희생자를 온전히 추모할 수 있게 된다.

Q.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진상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갈 예정인가?

전 :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제 역할을 적극적으로 다하지 않았던, 나쁜 선례가 되지 않아야 한다. 끝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것 또한 그 일환이다.

*고박 : 화물을 배에 고정하여 묶음

의로운 이들이 있기에

▲김상우 사무국장 [사진 : 김유성 기자]



김상우(51)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사이자, ‘416민간잠수사회’ 사무국장이다. 잠수사는 수중 공사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물 속으로 들어가 용접, 해저 케이블 부설 등의 일을 하는 직업이다. 416민간잠수사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이 트라우마나 직업병 등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진도 앞바다로 들어가 희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함께 일했던 민간 잠수사들이 일상을 회복하려면 치료·상담 지원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데에 주력했다.

Q.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014년 4월 19일부터 민간 잠수사가 구조 및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구조 및 수색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김상우(이하 김) : 구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중공사회사는 우리나라에 한 곳 뿐이다. 그러나 수중공사회사는 수중공사를 하지 않을 때는 잠수사를 고용하고 있지 않은 데다, 해양경찰에는 투입 가능한 잠수사가 없었다. 이에 천안함 피격사건 때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를 투입하게 된 것이다.

Q. 세월호 내부를 수색하던 중 위에서 떨어지는 짐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입었다고 알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지, 현재 건강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

김 : 세월호가 좌현*으로 넘어졌다. 한 층에 복도가 왼쪽과 오른쪽 두 개가 있었으며 양 옆으로 객실이 있었다. 넘어진 세월호에서는 위로 층이 4개 있는 셈이었다. 수색하러 위쪽 문을 열자 위에 있던 짐들이 확 떨어져 머리와 목에 맞았다. 때문에 디스크가 발생해 급하게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트라우마로 인해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잠수사들도 수색 도중 입은 어깨 인대 파열, 뼈가 썩는 골괴사증, 잠수병** 등으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Q. 참사 이후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았는가?

김 : 국가동원령에 의해 정부로부터 받은 일당과 『수난구호법』에 의거한 치료 지원금이 있다. 일당은 구조 작업 이후 국가동원령에 의한 계약서 작성이 이뤄졌고 그에 맞는 일당이 지급됐다.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구조 작업 중 부상을 입으면 치료비를 지원해주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범위가 좁아 관련 치료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지원을 받으려면 의사 소견서에 해당 질병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발생한 것임이 쓰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담당 의사가 바뀌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그러한 조건도 충족하기 어려웠다.

Q. 국가적 재난 상황 발생 시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 :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을 활용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이나 치료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나서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다. 재난이나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기에, 먼저 나서서 도와준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서로 도우려는 의로운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좌현 : 배의 뒷부분에서 뱃머리를 바라볼 때, 배의 왼쪽 부분

**잠수병 : 잠수 시 급격한 압력 저하로 혈관 내 생긴 공기방울이 혈관을 막는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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