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법의 어제와 오늘> 장애인 지원 발목 잡는 장애인활동법 (한성대신문, 599호)

    • 입력 202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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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5-09 22:04

‘장애인의 날’이 지난 20일 제44회를 맞이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4조에서는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장애인의 원활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위해『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법이 장애인의 자립에 더욱 도움을 주려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활동법은 신체·정신적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고자 제정됐다. 이 법에서는 혼자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 인력을 지원하고,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에게 신체·가사활동,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200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법률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는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 법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신체·가사활동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 법에 장애인의 자립 생활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고령화에 따른 대비가 급선무라는 이유로 인해 최종적으로 제외된 채 제정됐다.

장애인 인권단체 등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처럼 장애인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2009~2010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관련 입법을 추진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됐고, 2011년에 이르러 장애인활동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장애인활동법이 장애인의 생활에 더욱 도움이 되려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활동지원사의 자격요건이 빈약해,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업무를 보는 활동지원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활동법 제27조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자격을 갖춘 사람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활동지원사교육기관에서 42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활동지원사로 일할 수 있다. 상술한 자격이 없는 사람도 활동지원사교육기관에서 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활동지원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별도의 자격검증 과정이 부재해, 전문성 있는 활동지원사를 양성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한진(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전문성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활동지원사가 제공할 만큼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건강지원 형태의 기초의료행위를 활동지원사가 수행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기초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치료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의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는 휘어진 척추를 펴기 위해 진행하는 마사지나 기도에 막힌 가래를 흡입하는 석션 등의 행위를 포함한다. 활동지원사의 지원유형을 명시한 장애인활동법 제16조에 따르면 장애인의 가사활동이나 이동활동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원들만이 명시돼 있다. 의사나 간호사보다 장애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생활하는 활동지원사의 업무 범위에 기초의료행위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김민수(시흥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수수꽃다리) 소장은 “활동지원사가 곁에 있음에도 기초의료행위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갑작스럽게 장애인에게 찾아오는 병증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더 큰 위기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장애인활동법 제27조에 명시된 활동지원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활동지원사 자체를 자격증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다만 자격증화와 같은 전문성 제고가 실현되려면 활동지원사에 대한 정부의 예산 확대가 우선적으로 이뤄진 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의 예산이 있어야 활동지원사의 교육 환경을 전문적인 교육 환경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관련 자격증화도 추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활동지원사에 대한 정부의 예산이 확대된 이후 법에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급상황 시 장애인이 즉각적으로 기초의료행위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행위가 가능한 방문 간호사 인력을 확충하고, 활동지원사가 기초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끔 장애인활동법 제16조 장애인활동지원 유형에 기초의료행위를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조 교수는 “간호사 등 의료행위가 가능한 이들로부터 장애인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활동지원사가 기초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인에게 더욱 도움되는 서비스가 되려면 장애인활동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 교수는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중증장애인 소외 문제, 활동지원사의 적은 시급,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종류의 빈약함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하나하나 법에 규정돼있어야 한다”며 “정부와 장애인 관련 단체들 간의 지속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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