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노동절대회(이하 노동절대회)’가 지난 1일 개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노동자 권리 실현을 위해 입을 모았다.
노동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134년의 시간
134년의 역사를 가진 노동절대회는 19세기 처음 시작됐다. 5월 첫째 날을 기념해 메이데이(May Day)라고도 불린다. 1800년대 중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성장했고, 국가 권력과 결탁해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그들의 권익 보전을 위해 결탁했다. 1890년 5월 1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슬로건과 함께 미국, 프랑스 등 국가에서 각국의 사정에 맞게 첫 노동절대회가 열렸다.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노동절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8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의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지정해 행사를 가졌다. 이후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명칭 변경 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휴일인 유급휴일로 지정했다. 노동계에서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이 이원화되는 현상을 지적해 노동절 행사도 5월 1일로 옮겨 근로자의 날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속 소외된 노동자
노동절대회에서 노동권 보장 및 노동환경 보장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도 열악한 노동현실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사립대학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들이 한 달 동안 지급받는 식대는 12만 원이다. 청소노동자는 오전 6시경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식대를 한 끼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2,700원이다.
이에 청소노동자 측에서 한 달간 제공받는 식대를 14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수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올해 노동자의 시급이 270원 인상됐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 측에서는 원청업체인 대학 측에 식대를 인상해달라고도 요구하지만, 이들을 직접적으로 고용하는 곳은 용역업체이기 때문에 이뤄지기 힘든 현황이다.
노동권 쟁취를 위해 거리로 나서다
이 같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동자들이 한데 모였다. 지난 1일 서울 등 전국 15개 지역에서 노동절대회가 개최됐다. 서울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렸다. 대회는 개회사, 각 노동조합(이하 노조) 대표자의 격언, 행진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개회사에서 신수연(서비스연맹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장은 “현장실습생은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며 “현장실습생도 노동법을 적용받도록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절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권달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배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팔 농업노동자 암릿 림부 씨는 “대한민국 정부는 이주노동자 숫자만 늘리고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시도하는 등 권리를 줄이고 있다”며 “차별없이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절대회에 참여한다”고 술회했다. 김정원(금속노조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고 있는 여성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을 위해 노동절대회에 참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은 “국적과 인종, 성별, 장애유무 등으로 고용 형태에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노동 현장을 조성하자”며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법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현장발언에서 손경숙(전국공공운수서비스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화성오산지회) 지회장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를 꼬집었다. 김종순(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한국원자력의학원새봄지부) 부지부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통해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윤(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청년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과 고용불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노동절대회에 참여한 노조가 다 같이 고용노동청 방면으로 행진이 진행됐다. ▲사무금융노조연맹 ▲전국공무원노조 ▲화성식품노조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조연맹 ▲전국대학노조 ▲전국언론노조 ▲전국교직원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공공운수서비스노조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전국금속노조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조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민주일반노조연맹 순서로 행진이 이어졌다.
이번 노동절대회에는 청년 단체도 참가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 단체인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가 함께했다. 이은지(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위원은 “현재 노동 탄압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노동 탄압의 부당함에 대해 주장하고 노동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자리라고 판단해 참석했다”며 “많은 노동자가 모인 만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조에서도 본 대회에 참가했다. 노중기(전국교수노조 한신대학교지부 한신대학교지회) 지회장은 “대학생의 등록금 등 생활고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하지만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며 “많은 교수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교의 노동자 또한 노동절대회에 참여했다. 윤구(전국대학노조 서울지역본부장) 한성대학교지부장은 “전국대학노조 서울지역본부 모든 지부는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매해 대회에 참여한다”며 “모든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노동권 및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 이후 맞이한 첫 번째 노동절대회였다. 총선에서 야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함에 따라 노조의 정당한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추진 여부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노조 활동을 놓고 정부 여당과 야당 및 노동권 간의 대립의 골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