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약에 물든 청년, 범죄와 질병 사이 (한성대신문, 602호)

    • 입력 20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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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9-02 00:00



수백 명의 회원을 둔 대학교 연합 동아리에서 회원끼리 지속적으로 마약을 투약·유통하고 집단 성관계를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2021년 대학생 연합 동아리를 결성해 수백 명의 회원을 모집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가상화폐를 통해 마약을 거래했다. 거래 후에는 정해진 장소에 마약을 갖다 놓으면 거래자가 찾아가는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했다. 또한 이들은 마약 수사를 대비해 모발을 염색하거나 휴대전화의 자료를 영구 삭제하는 등 철두철미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실제로 마약류 사범* 중 청년층 비율은 높다. 검찰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0대가 5,468명, 30대가 3,380명이었다. 이는 한 해 검거된 전 연령대의 51.6%를 차지한 수치로 청년층의 마약류 사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성남(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마약은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극심한 중독 현상을 유발한다. 마약 투약 시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급격히 증가해 투약자는 강한 쾌락을 느끼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쉬운 것이다. 박성수(세명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열심히 운동을 하거나 산 정상에 올라가는 등의 과정에서도 도파민이 나와 엄청난 쾌감을 느끼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마약은 그런 과정 없이 한번만 맞으면 쉽게 쾌락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마약이라는 소재를 지속적으로 접해왔다는 점이다. 상가 간판이나 식당 메뉴판 등에서 ‘마약’이라는 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음식이라는 친숙한 소재와 더해지며 친숙함이 더해졌다. 더불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마약 간접 체험 영상 등이 다수 올라와 있는 것을 통해 청년들에게 마약은 이미 익숙한 소재가 된 것이다. 박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니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마약 거래 방식이 달라진 점도 청년들이 마약을 접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마약 판매자와 거래자가 대면으로 만나 거래했던 과거와 달리 SNS 등 플랫폼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성화되며 청년들이 접근하기 쉬워졌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다. 조은희(국민의힘) 의원의 작년 9월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거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의 수는 2018년 1,516명에서 2023년 7월 2,451명으로 상승했다. 그 중 다크웹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의 수는 2018년 85명에서 2023년 7월 429명으로 5년 새 약 5배 증가했다. 실제 SNS에 각종 마약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상의 텔레그램 아이디가 나와 쉽게 접촉이 가능하다. 염건웅(유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마약류에 대한 접근 장벽이 매우 낮아졌다”며 “청년층이 SNS나 온라인상 공간이 익숙해 편하게 검색하고 편하게 구매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유통 수법이 치밀해지면서 마약상이 마약 유통에 청년을 고용하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약 유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마약을 해외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지게꾼’과 마약을 거래 장소에 갖다 놓는 ‘드라퍼’이다. SNS에서는 지게꾼과 드라퍼를 구한다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한 달에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낼 수 있다는 홍보 글도 존재한다. 실제로 텔레그램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한 건당 6만 원가량을 지급하며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지급 받는다. 정소연(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는 “비대면이라는 익명성에 청년들이 이끌린다”며 “청년들은 세관을 거쳐야 하는 지게꾼보다는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드라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마약은 타 범죄에 비해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재범률 또한 현저히 높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의 재범 현황 은 32.8%에 달한다. 지표누리에 따른 모든 범죄를 합한 재범률이 2023년 기준 22.5%였던 것과 비교된다. 박 교수는 “형사 처벌을 해도 이미 마약에 중독된 이들은 처벌의 무서움보다는 마약으로 인한 쾌락을 더 크게 느껴 재범을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혜진(세명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중독자들은 사회적 낙인 및 재활 치료가 가능한 기관의 접근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마약을 타인에게 투약해 피해를 주는 사례도 발생한다. 몰래 마약이 든 음료수나 물을 건네 타인을 마약에 취하게 만들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마약이 섞인 음료 등을 지속적으로 마시다가 자신도 모르게 점차 마약에 중독되기도 한다. 타인에게 마약을 먹인 뒤 신고를 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윤흥희(남서울대학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상대방의 음료에 몰래 마약을 넣는 일명 ‘몰래뽕’이 청년층 사이에서 빈번히 발생한다”고 밝혔다.

식품명에 ‘마약’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서 마약과 관련한 용어를 식품 표시 및 광고에 사용하지 않도록 식약처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영업을 등록할 때에만 ‘마약’ 단어 사용이 제한되며 기존 가게에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적용된다.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우 구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식품명에 사용하기도 한다. 염 교수는 “마약을 친숙한 단어로 포장하게 되면 청년층 사이에서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용되는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대면으로 마약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 상으로 거래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이용의 주된 이유다. 정 변호사는 “다크웹의 경우 한 번 적발되면 추가로 다크웹을 만들어 마약을 거래한다”며 “다크웹이 생기고 그에 따른 수사가 진행되면 또 다른 다크웹이 생기는 굴레”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약 거래자가 마약 조직과 직접 접촉해야만 마약을 구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다수 집합이 금지되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마약 거래가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유통이 노동 강도에 비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측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마약 판매자들은 검거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큰돈을 미끼로 지게꾼이나 드라퍼를 고용한다. 많은 청년들은 마약 유통이 중범죄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높은 수익에만 집중한다. 또한 마약을 투약하던 이들이 유통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대부분 마약을 투약하던 이들이 돈을 구하고자 직접 마약을 판다”며 “자신이 받은 마약 10개 중 7개는 자신이 투약하고 3개는 판매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재활 치료 기관이 부족해 마약류 중독자들이 치료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에서 마약 치료 보호 기관으로 24곳을 지정했지만 예산이 부족한 탓에 해당 병원의 의료 인력과 치료 시설이 미비하다. 마약류 중독자는 국가로부터 치료 비용 일부를 지원받지만, 병원이 얻는 수익은 환자가 받는 지원 비용에 관계없이 똑같다. 마약 치료 보호기관에 대한 정부의 예산도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나눠 받기 때문에 해당 병원으로 온 마약류 중독자를 모두 치료하기에 예산상으로 부족한 것이다. 조 교수는 “마약류 사범들이 실질적으로 치료받을 곳은 전국에 두세 군데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질병이 초기에 치료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말기로 가면 회복이 어려워지듯 마약 중독도 초기에 발견해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약을 타인에게 제공한 자에 대한 명확한 가중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을 제조할 목적으로 원료 물질을 제조·수출입한 자 ▲자격 없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제공한 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수수·조제·투약·제공한 자 등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마약을 투약·제공한 자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피해자가 타인에 의해 마약을 접하고 중독됐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다면 가해자의 처벌이 가중될 수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가중 처벌이 확실시되지 않는다. 정 변호사는 “마약류를 제공한 자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선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의 마케팅적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마약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여 식품에 쓰이는 것에 거부감을 갖도록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거의 모두가 ‘마약’을 식품명에 쓰지 않는데 ‘마약’을 식품에 쓰겠다고 고수할 자영업자는 없을 것”이라며 “‘마약’이 들어간 식품명이 구시대적이고 트렌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류 범죄 수사를 위해 신분비공개수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행법상 신분비공개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류 범죄에 관해 범죄 조직에 경찰이 직접 잠입한다면 공급책부터 유통책까지 검거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1980년부터 위장 수사 제도가 시행돼 온라인 수사부터 비행기나 항공기 등을 활용한 수사까지 다양한 형태의 위장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크웹이 최초로 폐쇄된 2013년 ‘실크로드’ 사건 당시에도 위장 수사가 활용돼 다크웹의 덜미가 잡힌 바 있다. 염 교수는 “마약류 범죄 조직의 특성상 잠입해 오랜 기간 수사를 한다면 국제 마약 조직에 이르는 검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마약류 유통 또한 중범죄라는 인식을 청년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마약을 투약하는 것만이 중범죄라고 인식해 많은 청년들이 마약 유통 일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대학에서 마약류 유통의 위험성에 관한 주기적인 교육과 캠페인 활동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윤 교수는 “마약 알선 및 유통 등 모두 경미하게 처벌할 수 없다”며 “대학에서 신입생 입학 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 알선 및 유통의 유해성에 대한 교육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약 치료 보호 기관으로 지정된 곳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마약에 관한 재활센터를 설립해 마약류 중독자들이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도 첨언한다. 조 교수는 “외국에는 재활센터가 활성화돼 있다”며 “국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운영하는 재활센터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마약류 사범이 교도소 출소 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약류를 타인에게 제공한 자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명확히 마련돼야 마약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을 둠으로써 마약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높은 위험성을 갖는 범죄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처벌받는 입장에서는 처벌 수위가 가중되는 효과가 있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마약류 제공 범죄에 대한 예방 효과도 가진다”고 전했다.

*마약류 사범 : 마약류를 세관을 거치지 않고 몰래 국내로 들여오거나 소지·매매·수수·투약·제공으로 검거된 자

**다크웹 : 특수한 브라우저를 통하고 보안 과정을 거쳐야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

***신분비공개수사 : 증거 수집과 범인 검거를 위해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하는 수사기법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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