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고 사회 한 바퀴> 알뜰함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장악된 시장 (한성대신문, 605호)

    • 입력 2024-11-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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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1-18 00:01

<편집자주>

‘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개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겨우 이해했다 하더라도 경제 뉴스 한번 읽어볼까 하면 공부했던 기억이 휘발되곤 한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하게 소비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사회 전체의 경제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경제 원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금제 6,900원.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 서비스, 일명 ‘알뜰폰’의 요금제 가격이다. 알뜰폰은 저럼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다. KT·SKT·LG유플러스로 이뤄진 이동통신 3사(이하 이통 3사)가 알뜰폰 시장마저 점령했다. 특정 기업들이 장악한 ‘과점시장’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힌다. 이에 소비자의 선택을 보호하고자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어떤 특징을 갖기에 관리가 이뤄지는 것일까. 다양한 시장 구조와 알뜰폰 시장 내 과점이 초래한 상황을 톺아보자.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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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펼치는 전략적 경쟁의 장

재화나 용역,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래된다. 경제학에서 시장은 가계, 기업 등의 경제주체가 상품을 교환하는 추상적 공간을 의미한다. 시장에는 다양한 상품과 경제주체가 존재하기에 시장의 형태도 다양하며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 간 경쟁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이때 시장은 공급자의 수, 시장으로의 진입장벽 등 경쟁이 이뤄지는 정도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이용주(울산대학교 경제학전공) 교수는 “시장의 형태에 따라 기업과 정부는 경제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의 여러 시장 형태 중 ‘완전경쟁시장’은 수많은 기업이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곳이다. 해당 시장에는 상품을 공급하는 여러 기업과 이를 사고자 하는 가계, 즉 소비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다수의 경제주체 간 활발한 경쟁은 단일 기업이나 소비자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한다. 이에 모든 경제주체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완전경쟁시장은 상품 공급과 소비자 구매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기에 이상적인 시장의 형태라고 분석된다. 이 교수는 “완전경쟁시장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완전경쟁시장과 같은 효율적인 상품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상품의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독점시장’이 이에 해당한다. 독점시장은 한 개의 기업이 상품을 공급하며 시장 전체를 지배한다. 독점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이는 기업이 독점한 자원이나 기술을 갖고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한다.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단 하나이기에 단일 기업의 결정으로 상품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김규현(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독점시장에서 단일 기업은 구매자의 상품 구매 욕구, 수요량에 맞춰 독점가격을 형성하는데 완전경쟁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해 초과이윤을 얻는다”고 전했다.

단일 기업이 하나의 상품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시장과 달리 다수의 기업이 서로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며 경쟁하는 ‘독점적 경쟁시장’도 존재한다. 이 시장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서로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나눠가진다. 모두가 가격 결정권을 갖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을 의식해 과도한 가격 인상은 어렵다. 또한 차별화된 상품을 바탕으로 기업의 시장이 진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해당 시장에서 기업은 판매 상품의 차별화를 통해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예를 들면 화장품 브랜드는 비슷한 상품을 공급하지만 상품의 특색과 마케팅을 통해 서로 다른 소비자층을 확보한다. 김 교수는 “독점적 경쟁시장은 기업의 진입 및 퇴출이 자유롭기에 완전경쟁시장과 유사하지만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 나누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단일 기업이나 다수의 기업이 시장을 좌우하지 않고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점시장’은 독특한 시장 구조를 형성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 확인되는 과점시장은 다수의 크고 작은 기업이 존재하지만, 그중 일부 대기업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구성되고 과점 기업은 서로의 행동을 고려해 생산량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대기업 A가 상품의 가격을 올리면 대기업 B나 C 등은 이 상황에서 각 기업의 생산 상황에 맞게 상품의 가격을 조정하게 된다. 김 교수는 “과점시장에서는 기업 간 가격 조정이 빈발하는데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기에 서로의 가격 및 제품 전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상호작용과 전략적 판단 과정에서, 대기업 A가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경쟁 상대인 대기업 B와 C가 반드시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 ‘굴절수요곡선의 모형’에 따르면 A가 가격을 인상할 때 대기업 B와 C는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A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고객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A가 가격을 인하하면 B, C는 가격적으로 기업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동결할 수 있지만 고객을 유치하고자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은 가격 조정에 신중을 기하며 기업의 생산비용이나 수요조건에 변화가 생겨도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선택을 취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굴절수요곡선의 모양에서 각 대기업은 광고, 품질 개선 등의 비가격경쟁의 전략을 세우며 소비자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과점시장에서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며 가격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과점시장 내 기업이 담합해 실질적으로 독점체제를 구축하는 현상도 확인된다. ‘카르텔의 모형’은 담합을 통해 형성된 카르텔 전체의 이윤 극대화를 시도한다. 카르텔 전체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생산 목표량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생산할 양을 분배한다. 카르텔을 통해 기업은 상품 가격을 올려 이익을 얻지만 카르텔을 형성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 같은 기업 간 가격 담합은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가격을 형성해 소비자 피해까지 초래한다. 이 교수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에 카르텔 현상이 발생하며 불공정한 상품의 가격 설정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과점시장에서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기업의 담합 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는 과점기업을 규제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시장의 효율성 증진과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여러 기업이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정부의 규제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격과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데에 기여한다. 이 교수는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과점시장을 관리하고 카르텔을 규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사라진 알뜰폰 시장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망의 품질을 유지하며 저렴한 요금제로 제공되는 통신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이동통신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통 3사의 기존 이동통신 시장 과점으로 요금제가 높게 형성됐다는 지적과 통신망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시장의 특성상,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최근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가 ‘과점’을 형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뜰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은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 총합이 전체 알뜰폰 시장 가입자 수의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이상휘(국민의힘)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알뜰폰 시장 내 이통자회사 합산 점유율 추이」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알뜰폰 시장 내 이통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7%로 나타났다.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알뜰폰 회선과 사물인터넷(IoT)이 함께 책정되는데 사물인터넷 점유율을 제외하면 이통 3사가 알뜰폰 시장의 점유율 60~7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알뜰폰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에서 각 이통사 별로 한 개의 자회사만을 진출시킨다는 원칙이 있으나 이통 3사가 이를 어기고 여러 자회사를 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이통 3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하며 공정경쟁 의무 조건으로 ‘1사 1자회사’ 원칙을 적용했다. 그러나 해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상황으로, 현재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5곳이다. 신철원(소비자주권시민회의) 부장은 “모기업의 자원을 활용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통 3사의 자회사 제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알뜰폰 시장 내에서 이통 3사의 자회사가 가격 자체를 담합하며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통 3사가 알뜰폰 중소 사업자에게 네트워크 망(이하 망)을 판매하면 중소 사업자는 이 망을 도매가로 구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이동통신망에서 가격 담합 혐의를 갖고 있는 이통 3사가 자회사의 위치를 공고히하기 위해 망 도매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는 지적이다. 최수진(국민의힘) 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 3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과징금 약 3조 4,000억 원~5조 5,000억 원을 부과하는 조치를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알뜰폰 중소 사업자에게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기에 비합리적인 경쟁 시장이 형성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는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알뜰폰 시장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이통 3사는 보조금을 활용해 알뜰폰 시장에서 막대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설인(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소비자정보유통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이통 3사에만 보조금이 지원되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알뜰폰 시장 내에 진출하는 자회사의 개수를 실질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통신서비스가 적절히 운영돼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이통 3사가 자회사를 초과 운영한 경우 사업 환경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 법적 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체 점유율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자회사 개수는 규제되지 않는 실정이다. 신 부장은 “이통 3사는 알뜰폰 시장 내에서 자회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합 문제는 알뜰폰 시장에서 가격 책정을 이통 3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통 3사는 망을 갖고 있어 중소 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입장임에도 정부는 이통 3사에게 중소 사업자의 망 도매 가격 설정권을 제공하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통 3사가 도매 단가를 정할 수 있어 담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문제는 이동통신 시장 내 이통 3사의 영향력을 간과하며 기존 이동통신망 시장과 알뜰폰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기인한다. 기존 통신망에 대한 지원 정책은 보조금을 활용해 고객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시키라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이통 3사의 추가적인 자금 확보 수단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신 부장은 “이통 3사와 달리 알뜰폰 중소 사업자는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며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통 3사의 자회사 운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통 3사가 1개를 초과해 설립한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에 비례한 벌금을 부과하는 방침이다. 이통 3사 자회사의 거대한 시장 지배력은 알뜰폰 시장 내 공정한 경쟁 상황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통 3사의 자회사 개수 제한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통 3사가 설정하는 망 도매 가격의 상·하한선을 규정함으로써 독자적인 가격 책정으로 인한 이통 3사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통 3사가 도매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가격 상한선을 설정함과 동시에 하한선을 규정해 망 도매 가격 정보를 중소 사업자에게도 전달해 협상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도매 가격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망 도매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가 요구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시장과 중소 사업자를 고려한 보조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 사업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배정하며 이통 3사에게 보조금이 지원될 경우 중소 사업자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선행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 부장은 “알뜰폰 업체도 이통 3사와 동등하게 보조금을 지급받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공정한 시장 환경 내에서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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