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이하 유학생) 20만 명 시대다. 교육부는 지난해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러 대학이 유학생 전담 학과(부)를 신설하며 캠퍼스 내에서 유학생과의 교류도 한층 쉬워졌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이 이들을 위한 사회·교육적 기반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다지지 않은 채 유치만을 자행하고 있어, 입학 후 ‘나 몰라라’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학생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유학 또는 연수 활동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갖는 외국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여행객이나 영주권자와 달리 대한민국에서 학습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기에 동법에 따라 유학생 전용 비자인 ‘유학(D-2)’ 혹은 ‘일반연수(D-4)’ 비자를 부여받는다.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이나 학술연구기관,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요건을 갖춘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거나 연구활동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비자 부여 대상이 된다.
교육부는 ▲지역 대학 위기 극복 ▲해외 인재 확보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유학생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유학생 유치를 통해 국내 학령인구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우수한 학생을 양성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년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52,281명에 그치던 국내 유학생 수는 2023년 181,842명, 2024년 4월 기준 208,962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일(대구대학교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줄고 지방 소멸 위기가 대두됨에 따라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유학생 수는 늘어나는 반면, 이들의 학업이 졸업까지 이어지지 않고 도중에 중단되는 ‘중도탈락’도 증가하고 있다. 중도탈락은 유학생이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자퇴 ▲미등록·미복학 ▲학사경고 ▲제적 등의 상황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태규 전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 학생 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제 일반대 기준 매년 6,417명, 6,765명, 7,072명, 7,450명을 기록했으며 전문대 기준 1,965명, 1,760명, 1,915명, 2,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도탈락 이후 유학생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유학생이 유학 혹은 일반연수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하지만 도중에 비자가 소멸되면서 불법체류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일부 유학생은 노동을 목적으로 비자를 소멸시키기도 하지만, 학교 행정의 공백으로 의도치 않게 비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학업 중도탈락 이후 대학이 학적변동사항 등을 법무부에 신속히 신고해야 하지만 학교의 행정 처리가 지연되거나 누락되면서 불법체류자로 분류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상술한 자료에 따르면 유학생 불법체류는 2020년 28,240명에서 2023년 36,095명으로 증가했다.
유학생이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학생은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를 통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에 따르면 근로 시간이 엄격히 제한돼 유학생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어학연수자 및 대학생의 경우 주중 최대 10시간 혹은 25시간으로 한정된다. 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에잇미얏노(미얀마) 학생은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만 아르바이트를 원활히 수행하기엔 근로 시간이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를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더라도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유학생은 해당 제도를 통해서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제도에 부합하지 않게 근로할 경우 경제활동에 제재가 가해진다. 경제활동 제한이라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누진(몽골) 학생은 “유학생 근로에 따른 건강보험료가 7만 5천 원인데 고용주가 23만 원으로 납부시켰다는 부당한 사례를 지인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성대학교 글로벌패션산업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모먀먀저(미얀마) 학생은 “가게의 사정으로 인해 규정된 유학생 근로 시간을 초과해 일했으나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유학생의 경험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유학생의 중도탈락 문제는 대학 및 지자체의 지원 서비스 부족에 기인한다. 유학생이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 및 교류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하지만 지원되는 제공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일례로 한국어능력시험(이하 토픽) 준비에만 집중된 학업 지원으로 문화 적응 및 교류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용승(대구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유학생 입학 후에는 학업, 문화 및 생활 적응 등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현재 각 대학에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생의 불법체류 증가의 원인으로 유학생 관리 당국의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당국은 유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이후 관리 책임을 대학에 일임하고 있다. 대학은 교육부가 제공한 「외국인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 업무처리 요령」을 바탕으로 관리를 이룰 뿐이다. 그러나 해당 매뉴얼이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에 그쳐 대학의 실질적인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권중락(동명대학교 국제교류처) 처장은 “유학생 관리 당국이 대학의 실질적인 유학생 관리 업무와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될 경우 일방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자와 학점, 출석률 등에 따라 근로 시간이 제한된 점이 유학생 경제활동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일반연수 비자를 갖는 학생은 주중 10시간 내로만 일할 수 있고 유학비자를 취득한 경우에도 주중 근로 시간은 최대 10시간 혹은 25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이들은 모두 대학에서 토픽 점수, 학점·출석률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는 학생만이 제한적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용승 교수는 “아르바이트 시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근무가 허용되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며 “이에 실질적으로 해당 제도에 따른 근로 시간 제한이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생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문제는 고용주가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 근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유학생이 아르바이트 할 경우 고용주는 유학생이 취업했다는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며 신분증명서, 성적 및 출석 증명서, 한국어 능력 증빙서류 등 총 7개의 서류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유학생의 개인 서류 준비, 대학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 절차, 고용주의 협조, 그리고 법무부 신고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복잡하므로 신고를 생략한 채 불법적으로 유학생을 고용하는 실정이다. 모먀먀저 학생은 “신고 서류와 절차가 복잡해 고용주가 취업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을 시켜주는 사례가 많다”며 “신고하지 않고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알려질 경우 추후 유학생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수 있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중도탈락을 예방하기 위해 대학과 지자체의 학습 및 적응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과 단위로 1~2학년 학생의 학업 및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학습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이 대두된다. 현재 대학과 지자체가 제공하는 지원은 자격증이나 시험 준비에 편중돼 있으나,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교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일상생활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도혜(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교수는 “유학생에게 대학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불법체류자가 된 학생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거나 학업 의사를 재차 묻는 해결 방안이 제시된다. 대학 행정상의 문제로 비자가 소멸된 학생들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면, 학적 변동 사항이 법무부에 접수될 때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을 중단한 후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학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업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 불법체류를 예방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이교일 교수는 “정부와 대학교는 유학생이 불법체류가 아닌 학업을 결정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의 성적·출석률 등의 조건에 따른 근로 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학업을 우선시하며 경제활동을 가능하겠다는 해당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 맞춰 한국어수행능력만을 파악하고 근로 시간을 현행 규정보다 늘리는 방안이다. 이교일 교수는 “근로 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면 유학생의 경제활동 여건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학생 시간제 취업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존재한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유학생이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는 행위이므로 신분증명서, 재학 증명서 정도의 서류로 즉시 법무부에 신고하며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다. 권 처장은 “신고절차를 간소화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면 고용주, 유학생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