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알음 최성환 대표
<편집자주>
주식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고 투자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다. 애널리스트의 주 업무는 소비자의 적절한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을 탐방해 주가를 예측하고 그 근거를 보고서로 작성하며 소비자들의 원활한 주식 투자를 돕는 데 일조한다. 해당 기업에 투자를 해도 되는지, 해당 기업이 가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미리 분석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이라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필수적이다.
‘쓰상’. 쓰면 상한가라는 별명이 뒤따르는 이가 있다. 유화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입지의 상승세를 타고 주식 분석 회사를 설립한 최성환(42)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최 대표는 기업의 눈치를 보며 보고서를 제작해야 했던 기존의 애널리스트의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기업의 영향 없이 주식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자유롭게 보고서에 담아낼 수 있 길 바랐으며, ‘리서치알음’이라는 주식 분석 회사를 통해 이를 실천했다.
기존 증권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 직접 주식 분석 회사를 설립해 남들이 하지 못한 혁신을 이룬 최 대표. 그가 말하는 진정한 애널리스트는 무엇인지, 그가 가진 도전 정신을 파헤치고자 그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황서연 기자
애널리스트로 나아가다
그가 처음부터 주식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구체적으로 정한 진로도 없었다. 때문에 그는 어영부영 진학한 경영학과에서 재무나 금융에 대해 알아갔다. 하지만 우연히 군대에서 접한 책이 주식에 대한 그의 관심을 제고시켰다.
“대학입시 시절 무언가를 하고 싶은 확신을 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 취업도 잘 되고 인기가 많은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죠. 대학교 1, 2학년 때는 주식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여유도 없어서 주식을 직접 하지도 않았죠. 군대에 있을 때 우연히 생활관에서 주식 관련 책을 접한 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경영 학과에서 주식 분야로 많이 진출하기에 더욱이 관심이 생겼죠. 책을 읽고 ‘주식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깨닫고 각종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저의 미래를 주식으로 그렸죠.”
복학 후 증권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최 대표의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는 우연히 당시 유리자산운용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던 차문현 전 대표의 박사 학위 논문 집필을 돕게 됐다. 당시 최 대표가 수강하던 수업의 담당 교수가 차 전 대표의 박사 학위 논문 작성을 돕는 이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논문을 함께 작성하며 차 전 대표는 최 대표의 능력을 높이 사 유리자산운용사 인턴으로 취업할 것을 권유했다. 최 대표는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의 주식을 관리하고 업무 법규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을 거치며 자산운용사와 증권 회사 구조에 대해 알아갔다. “유리자산운용사는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에요. 고객의 자산을 회사에서 직접 맡아 관리해주죠. 자산운용사에는 각 고객의 자산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가 존재해요. 펀드매니저가 증권 회사의 법인영업팀으로부터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받아 주식 투자 관련 정보를 얻어요.”
자산운용사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있어야 고객에게 투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증권 회사 역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주식의 투자를 결정하고 기업 주가*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는 이가 바로 애널리스트이다. 이러한 애널리스트의 주요한 업무에 최 대표는 매력을 느꼈다. 막연히 증권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최 대표의 생각이 증권 회사의 애널리스트가 되겠다는 목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원래 저는 막연히 증권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목표만 있었어요. 제가 일했던 자산 운용사는 펀드매니저가 고객의 주식 투자를 돕는 형태였어요. 자산운용사 내 자체적인 애널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다만 당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의 주식 투자를 위해 그 근거를 마련해줄 애널리스트가 필요했어요. 주식 시장에서는 펀드 매니저보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저의 진로를 애널리스트로 정하게 됐죠.”
2006년 11월, 최 대표는 인턴 생활의 경력을 바탕으로 유화증권에서 애널리스트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유화증권 재직 시절 별명은 ‘쓰상’이었다. ‘쓰면 상한가’라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으로 최 대표가 맡은 종목의 주식이 주식 시장에서 오를 수 있는 최대 금액까지 상승한 것에서 기인했다. 최 대표가 맡은 종목들 중 대다수 종목의 주가 가 오르며 유화증권 내에서 최 대표의 입지가 굵어졌다. 특히나 유화증권에서 근무 당시 아프리카TV(현 SOOP) 종목을 발굴해 보고서를 작성한 후 아프리카TV가 시가 총액 대비 급상승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이미 큰 상승세를 타고 있던 대기업이 아닌 소형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며 해당 기업 보고서를 쓰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주식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에서도 많은 정보가 나와있지 않았어요. 애널리스트 생활로 인해 여러 기업을 탐방하면 기업의 자체적인 내부 분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 어요. 이런 점이 개인 투자자들보다 확실히 애널리스트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어요. 아프리카TV는 당시 게임 방송 등이 많이 나왔어요. 다들 스마트폰 하나씩은 들고 다니니까 여기저기서 동영상을 쉽 게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예상했어요. 결국 그런 시대가 왔고 개인 방송 형태인 아프리카TV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 외에도 휴대폰 결제서비스인 다날과 같이 제가 맡은 종목들의 주식 성적이 많이 괜찮았어요.”
용기와 혁신으로 일궈낸 성공
유화증권에서 최 대표는 애널리스트로서 쓰고자 하는 보고서의 방향이 회사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소형주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당 기업이 주가 상승을 이뤄내는 것에 있어서 자부심을 느꼈다.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수요가 많은 대기업의 보고서를 작성하길 바랐던 유화증권과는 뜻이 맞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애널리스트로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의견을 내고자 했으며, 유화 증권을 나와 스스로 독립 리서치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펀드 매니저의 큰 관심을 받는 기업에 대한 보고서여야 해요. 펀드 매니저들은 삼성전자 등 몇 천억씩 수익을 내는 기업의 보고서를 선호하기 때문에 증권사에서도 대기업 보고서를 작성하길 바라죠. 하지만 저는 5천 억 원 이하의 중·소형주 기업 보고서를 주로 작성했어요. 크게 오르지 않는 대기업 주가와는 달리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했을 때 중·소형주 기업의 주가는 큰 상승세를 보였어요. 저는 그 부분에 많은 자부심과 성과를 느꼈죠.”
더불어 그는 증권계의 관례상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꼬집었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낮을 것으로 사료돼 예상치대로 보고서를 낸다면 기업이 이를 좋게 보지 않아 추후 기업의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점을 우려해 실제 예상치를 담은 보고서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기업에 좋지 않은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들에게 추가적인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해요.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있죠.”
그는 독립 리서치회사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원한 독립 리서치회사는 투자자들의 증권 매매를 중개하는 일반 증권회사가 아니다. 법인영업팀의 관리·감독 하에 보고서 작성 및 유통이 이뤄지는 증권회사와는 달리 독립 리서치회사는 애널리스트들이 온전히 자신의 보고서를 있는 그대로 낼 수 있다. 법인영업팀과 같은 회사의 감시와 통제가 존재하지 않아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기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최 대표는 독립 리서치회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식은 그 회사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평가받는 거예요.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주식 담당자와 많이 만나요. 직원분이 저희에게 기업의 상황이 좀 안 좋지만 추후 성장 가능성을 봐달라고 얘기해요. 이런 설명을 들었는데도 기업의 주가가 빠진다는 보고서를 낸다면 기업에서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요. 따라서 저는 법인영업팀의 영향 없이 애널리스트가 쓰고 싶은 보고서를 마음껏 내고자 독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 리서치회사로 왔어요.”
당찬 그의 계획과는 달리 설립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무시를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국내 독립 리서치회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 소속 직원들이 기업으로부터 애널리스트의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다.
“뭐든지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요. 당시 해외에는 독립 리서치회사들이 많이 있고 유명했지만 국내는 하나도 없었어요. 기업에 탐방을 하러 갈 때면 다 애널리스트 출신이고 증권사에서 일했던 사람임에도 애널리스트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듯한 시선을 받았죠. 기업들에게 일일이 저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도 많이 드리곤 했어요.”
리서치알음은 독립된 보고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투자 상품 추천을 하고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에 착수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성과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투자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TOCK9330’은 그런 리서치알음의 욕구에 맞춰 개발된 앱이다. 투자 성과에 기반한 애널리스트들의 순위가 제공되며 애널리스트 개개인이 제작한 보고서도 확인 가능하다. 더불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발간 이후 기간별 주가 수익률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효율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뉴욕 유학 시절 지인의 추천으로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성욱 박사님과 연이 닿았어요. 저희가 애널리스트 랭킹 서비스와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 매매 프로그램 개발 의사를 김 박사님께 전달했어요. 관련 프로 그램 개발도 하셨기 때문에 저희 측과 함께 앱 개발에 착수해 주셨어요.”
또한 리서치알음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보고서 유료화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통상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이는 보고서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무료로 제공받은 보고서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유료화가 된다면 불법 유통을 예방하고 보고서의 재산권이 침해받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를 무료로 제공하다 보니 좋은 보고서를 너도나도 공유하게 돼요. 보고서의 유료화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에요.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이에 대한 돈을 받고서 일할 수 있으면 더 좋죠. 무료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면 애널리스트들은 굳이 성과가 좋을만 한 종목을 찾는데 노력하지 않을 거에요. 본인이 잘 아는 종목에 대한 보고서만을 쓴다는 문제도 발생하죠.”
새로운 시도, 한 걸음
그가 목표하는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애널리스트다. 기업이나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애널리스트는 그 자체로 애널리스트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라도 ‘이 애널리스트 말은 무조건 믿어도 돼’하는 애널리스트를 꿈꾸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맛집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가는 데는 무조건 다 맛있지’와 같이 말이에요. 저는 기업이나 투자자의 큰 신뢰를 받는 애널리스트가 되길 바라요.”
최 대표는 스스로가 새로운 길로 나아가겠다는 도전 정신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청년들에게 조언한다. 자신이 선구자가 돼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개척 정신을 갖는다면 어려운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청년들이 트렌드를 이끌어가요. 계속해서 새로운 게 생기고 금방 또 없어지기도 하기에 저희도 청년들에게 많이 배워요. 굳이 옛날에 성공했던 사람들한테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필요가 없죠. 자기 스스로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될 것 같아요. 자신이 선택한 것을 꾸준히 잘하다 보면 또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가 : 주식 시장에서 결정되는 주식의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