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복되는 정책에 흩날리는 청년 고용 (한성대신문, 609호)

    • 입력 2025-03-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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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3-24 00:01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구직 현장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청년들이 이러한 다짐을 실현해 볼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요즘이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청년 고용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방안에 올해도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청년 고용률은 해마다 하락세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5~29세 대상의 청년 고용률은 2022년 46.6%였으나 매년 지속 하락해 2025년 1월 44.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청년 실업률은 6.0%로 상승했다. 김봄이(한국직업능력연구원 청장년직업능력연구센터) 센터장은 “고용률, 실업률 등의 지표를 보지 않아도 과거에 비해 첫 구직기간이 증가하는 등 청년들이 체감하는 구직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청년 고용을 촉진하고자 매년 대책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 2004년 정부는 처음으로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법령을 제정했다. 현재 정부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하 청년고용법)에 따라 청년 미취업자에 대한 직업능력개발훈련 등을 지원하고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조성할 의무를 갖는다. 청년 실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산업 경직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국가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임운택(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에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자리 관련 문제를 국가의 과제로 설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대학’과 ‘맞춤 서비스’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책은 ▲‘쉬었음’ 청년 ▲일경험 ▲빈일자리 ▲고용센터 혁신 등의 분야로 구분된다. 먼저 ‘쉬었음’ 청년 발굴을 위해 지난해 8개 대학에서 시범운영했던 ‘청년고용올케어’를 통해 일상회복 지원 등을 이행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선정한 청년 친화 기업인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이하 강소기업)’의 지원 확대를 통해 일경험을 지원한다는 방안이 마련됐다. 빈 일자리 업종에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훈련수당 등 금전적 지원도 이뤄진다. 고용센터 혁신은 대학 내 취업 지원 기관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관계 부처·기관 협업을 통해 통합 서비스를 진행할 방침이다. 변금선(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 부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정부가 대학 졸업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청년을 정책 대상으로 설명했으나, 이번 정책은 졸업 전부터 청년에게 취업 준비를 지원한다”며 “연령을 하향시켜 청년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경력 관리를 도우려는 정부의 목표 설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이 대학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함에도 형식적인 지원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고용올케어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미취업 졸업생을 발굴해 특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종합 상담 프로그램이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고용올케어를 시범운영한 8개 대학 대부분이 일자리 추천 상담 등 일차적인 취업상담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했다. 미취업 졸업생 또한 졸업생 상담 제공과 같은 전형적인 취업상담을 가장 많이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시범운영 기간 동안 권역별로 선정된 시범대학에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했으나, 일차적인 취업 상담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된 한계를 갖는다”고 말했다.

일경험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과의 협력도 지속적인 청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된다. 강소기업은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임금, 일과 개인 삶의 균형, 고용 안정 등의 측면에서 청년이 선호하는 우수 기업이다. 그러나 선정된 강소기업의 청년 고용 환경이 관리되지 않으며, 인력 수급을 위한 방편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강소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한 건수는 2021년 214건, 2022년 229건, 2023년 286건에 달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강소기업 선정이 철회돼야 하지만, 같은 기간 강소기업 선정이 취소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임 교수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책 목적으로 강소기업이 매년 1,000곳 이상 선정되고 있지만, 강소기업은 고용창출장려금 등의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만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청년 고용 정책이 특수성을 띠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청년고용법이 최초로 제정된 2004년부터 상담 지원, 현금성 복지, 일경험 제공 등의 대책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각종 취업 상담과 청년고용촉진장려금제도, 공공부문 정원의 100분의 3 이상 청년 신규채용 권고 등 금번 정책과 유사한 내용으로 시행된 바 있다. 변 부연구위원은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시장에서 제공되는 일자리 부조화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적극적인 청년 고용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 청년을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내몰면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제도 개선과 기업의 책임 강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정책은 1~3년짜리 단기 정책을 양산하며 기존 일자리에 청년을 끼워 맞춘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 고용을 위한 정책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맞춤 서비스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상담사의 전문성 부족이 꼽힌다. 대학이 ‘쉬었음’ 청년을 발굴하고자 한다면 심리적 상담과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다수에게 유사한 고용 정보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대학 내 상담사가 정부의 교육을 받고 투입되지만 통상 1개월 미만으로 훈련하고 투입된다. 임 교수는 “대학 내 상담 프로그램은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담사들로 운영되며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나 정보를 청년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강소기업 선정 및 관리 기준이 부실하다 보니 허술한 조건 속에서 강소기업이 지정되는 상황이다. 강소기업 결격 요건은 공고일 기준 ▲임금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기업 ▲최근 2년 이내 산업재해 발생 건수 공표 기업 ▲최근 2년 이내 부당해고 판정 확정 기업 등 단기적인 지표로 판단된다. 이때 산업재해 발생 건수 지표는 사망재해자가 연간 2명 이상 발생했거나, 같은 규모·업종에 비해 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 등이 명단 공표 대상이 된다. 청년 1명이 사망해도 강소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일부 결격 사유가 있는 기업이 교묘히 법망을 우회해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하나,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기준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고용 정책이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변화하는 취업난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점에 기인한다. 최근 실무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청년들이 실질적인 직무 훈련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한 실무 학습 학원비 지원 등 개별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 부연구위원은 “청년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 경험이지만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 목표가 부재한 점이 청년 고용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타난다. 5년 단위로 구성되는 각 정부가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가시적인 지표 개선과 단기적인 성과를 내세우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상담 건수 증가, 현금 지원 확대, 강소기업 지원, 청년 고용률 상승 등의 성과가 부각되지만, 정작 비정규직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변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사이, 청년 고용의 질적 문제는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효적인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담 및 고용서비스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학 내 상담사가 심리 상담, 직무 분석, 노동시장 동향 파악 등의 분야를 전담하도록 분화시키고 이를 지속적으로 재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임 교수는 “취업 시장과 기업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인력을 분야별로 나눠 배치하고 전문화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의 안정적인 일경험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강소기업에 대한 평가 및 점검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단기적인 청년 고용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누진적으로 청년 친화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정부가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강소기업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미흡한 부문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소기업의 사후관리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근로자 피드백 시스템 구축 등 제도와 이를 관리하는 지침이 전반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과 취업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직무 훈련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취업 능력 형성에 효과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언한다. 이를 위해 OECD 국가에서도 청년취업률 상위권 국가인 독일의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제도는 독일의 사업장과 직업학교에서 견습생 신분으로 일하며,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직업교육과 실무 훈련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지원하고 기업과 노동계가 직접 훈련을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센터장은 “경력직 채용이 확대됨에 따라 청년의 실무 경험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을 반영한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일관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회 구조에 뿌리박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전국각지에 직업 교육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정부 차원에서 하나의 목표를 갖고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방안을 통한다면 현실적인 고용 구조 변화를 기대할 것이라는 견해다. 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용 정책은 대부분 단기적 처방에 머물러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추진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청년 고용 창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기업 스스로도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임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도 개인에게 능력 개발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정책의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인재 선발 후 연수, 교육 등을 진행했던 과거와 같이 보다 적극적인 인적 투자 노력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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