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고 사회 한 바퀴> 사모펀드의 그림자, 기업을 삼키다 (한성대신문, 610호)

    • 입력 202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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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4-14 00:00

<편집자주>

‘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개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겨우 이해했다 하더라도 경제 뉴스 한 번 읽어볼까 하면 공부했던 기억이 휘발되곤 한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하게 소비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사회 전체의 경제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경제 원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홈플러스 가격이 착해, 홈플러스 행복이 더해’. 익숙한 노래로 알려진 국내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 놓이며 기업회생절차(이하 기업회생)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파산 위험에 처한 기업이 법원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이번 사태를 두고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MBK가 사모펀드의 수익용으로 홈플러스를 운영한 결과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홈플러스를 위기로 몰고 간 사모펀드는 무엇이며, 기업회생 제도는 왜 존재할까. 이번 사태를 통해 사모펀드와 기업회생에 담긴 경제 이론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함께 짚어보자.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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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깃든 두 얼굴의 자본

가계, 기업 등의 경제주체는 필수적으로 ‘금융’ 활동을 수행한다. 경제주체가 자금을 조달하거나 운용하는 일련의 행위를 금융이라 하며, 그 거래가 이뤄지는 경제적 공간은 금융시장이라 부른다. 금융시장 내에서 경제주체는 예금, 대출, 투자 등의 금융자산을 거래하며 경제 전반에 화폐가 순환하도록 돕는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저축하거나 소비하는 가계와 달리, 기업은 ‘투자’에 집중한다. 기업이 자본, 노동 등을 바탕으로 생산활동을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주체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영 활동을 확대해 나간다. 박종원(서울시립대학교 재무학과) 교수는 “투자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기업이 자신의 정체성과 목적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미래 수익을 위한 활동은 ‘기업가치 평가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가치 평가이론은 기업의 영업가치, 비영업가치, 부채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현재 보유한 자산과 수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수익 가능성을 평가받는다.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의 재무 구조가 건전하다고 인식된다.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투자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이기환(인하대학교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갖는지에 대해 평가되며 이를 위해 기업의 기술력, 재무 건전성 등이 고려된다”고 전했다.

기업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투자자의 수익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펀드(Fund)’를 활용한다. 펀드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자산운용사가 이를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상품이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인 거액의 자금은 적은 이자율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 동시에 전문 운용인의 전략적 판단을 통해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진다.

펀드 내에서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루는 방식도 존재한다. 바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비공개로 펀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펀드(Public Offering Fund)와 구별된다. 공모펀드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며 규제와 투명성 요구가 강한 반면, 사모펀드는 극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규제가 비교적 느슨하고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비상장 기업 투자, 경영권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기업 회생 등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사모펀드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경우 단순 투기성 자본이 아니라 기업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생산적 자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A(이하 A)가 유통업체 B(이하 B)를 인수했다고 가정하자. B는 A에 인수합병 되기 전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운영하는 형태를 띠며 낮은 마진 구조를 가졌다. 인수합병 후 A가 B의 수익구조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매장 확대 등의 방법으로 B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수익을 얻는다. A는 사모펀드를 활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다른 기업에 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하며 경제 전반의 이익을 높인 것이다. 이 교수는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며 경제 전반에 자금이 순환하는 등 긍정적인 부가가치가 잇따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한 단기적인 수익 회수를 우선시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의 비용 회수를 위해 인수한 기업의 비용 구조를 급격히 축소하려는 방식이다. B의 오프라인 매장을 매각하며 직원을 해고하거나 일부 사업을 축소하는 등의 방책이 이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을 택할 경우 단기적으로 재무 상태를 개선하며 투자자는 수익을 얻지만,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조직의 안정성이 저하되며 결국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인수합병 이후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할 경우 기업 가치가 더욱 악화되며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이 극심해진다”고 밝혔다.

한번 악화된 기업 가치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기업이 파산에 이를 위험도 존재한다. 이는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은 물론 사업 확장을 위해 빌린 대출금까지 상환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대출금 상환 지연은 금융시장 내 자금 흐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의 운용 전반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에서는 기업 파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기업회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절차를 통하면 기업은 즉각적인 채무 변제 의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회생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국가는 기업회생을 통해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 파산은 일자리와 협력업체에 연쇄 피해를 일으켜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며 “국가가 채무 변제 의무를 지연시키며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너진 신뢰 위 책임을 묻다

지난달 4일 국내 2위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를 인수합병한 MBK가 단기적인 자금 회수를 우선시하는 경영방식을 보여온 만큼, 이번 기업회생이 재무 개선보다는 부채 상환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MBK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하면서 홈플러스 상품권을 보유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상품권은 소비자가 선불로 금액을 지급하고, 추후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종의 채권 증서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상품권에 대한 채무 변제 의무가 일시 정지된다. 이에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는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환불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CGV, CJ푸드빌, 신라호텔 등 20여 곳의 제휴처가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중단한 실정이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단기적 수익 개선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는 사모펀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수익 창출을 우선시했으며, 이를 위해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했다. 이번 회생계획안 발표를 앞두고도 점포 정리 가능성이 제기되며, 법원이 일시적인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회생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141개에서 126개로 줄었고, 점포 매각이 진행되면서 종업원 수도 2015년에 비해 26.5%가량 감소한 바 있다.

MBK가 사모펀드를 활용해 홈플러스를 운영해 온 ‘쥐어짜기식’ 경영 구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회생계획안 발표 이후에도 남아 있는 점포들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영업 기반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의 점포에 기대 살아가는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고 지역경제는 흔들릴 것”이라고 전했다.

MBK·홈플러스의 기업회생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법원이 보장하는 채무 이행 유예 조치에서 비롯된다. 회생 절차상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받기 전까지는 일부 공익채권에 한 해 변제가 가능하며, 나머지 채권은 상환이 제한된다. 회생계획안은 6월 제출 예정이지만 인가 이후에도 변제 금액이 줄거나 지급이 지연돼 상품권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환(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회생계획안 인가 후에는 소비자의 상품권 가치가 낮아지거나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생계획안의 단기성 문제는 법원이 MBK·홈플러스의 고용 보장 조건을 내걸지 않은 점에 기인한다. 법원은 MBK·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회생계획안에 점포 매각,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될 계획이라는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의 별다른 조치가 존재하지 않은 실정이다. 강 의원은 “MBK는 회생계획서에 점포, 매각, 사업부 매각 등이 포함되지 않은 회생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점주가 본사의 이해관계자와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 부재가 쥐어짜기식 경영 구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모펀드의 구조에서 점주는 매각, 폐점 등 경영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 이에 점주가 투자자와 같은 본사의 이해관계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 교수는 “점주나 직원 등 현장에 놓여 있는 이들은 사모펀드의 경영 전략에서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권 등 선불 결제에 대한 채무를 우선 변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상품권은 투자나 수익 목적이 아닌 소비활동을 전제로 한 선불 결제 수단이다. 기업회생에서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신뢰와 권익이 일방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신현한(연세대학교 재무전공) 교수는 “소비자가 구입한 상품권을 일반적인 채권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우선 변제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회생절차가 실질적인 기업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 법원이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보호를 회생계획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법원이 MBK·홈플러스 측에 고용 유지 방안을 포함한 자구책 제출을 전달해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신 교수는 “법원이 단순한 채무 조정 절차를 넘어, 회생 과정 전반에서 고용 안정과 지역사회 영향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는 방안도 제기된다. 회생계획안 수립 과정에 있어 점주, 노동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에도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 규제와 대형마트 산업 구조 문제 해결을 과제로 한다”며 “사모펀드의 책임 있는 경영이 요구되는 대표 사례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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