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개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겨우 이해했다 하더라도 경제 뉴스 한 번 읽어볼까 하면 공부했던 기억이 휘발되곤 한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하게 소비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사회 전체의 경제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경제 원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배달비 2,000원. 큰 비용이 아니지만,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멈칫하게 되는 수수료다. 수수료는 개인이나 기업 간 거래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이하 플랫폼) 등의 등장으로 수수료는 하나의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배민의 수수료 부과로 인한 점주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수수료는 본래 어떤 역할을 했으며 배민은 이를 통해 점주와 소비자에게 어떤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일까. 수수료 관련 경제 이론과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 정책을 들여다보자.
이승희 기자
수수료, 거래의 다리를 놓다
경제학에서 ‘거래(Trade)’는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상품이 교환되는 모든 시장에서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교환의 기준이 되는 가격도 형성된다. 거래의 대상은 단순한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노동, 자본, 토지 등 다양한 생산 요소가 상품으로 간주돼 교환된다. 주영찬(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는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경제적 자원의 배분 과정 그 자체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거래는 경제활동에서 필수적으로 작용하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한다. 가계, 기업, 정부 등의 경제주체는 각자의 수요와 공급, 자원의 희소성 등을 고려해 가격을 형성한다. 이 가격 설정 구조를 통해 자원은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분배된다. 즉 거래는 시장의 조정 기능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효율성 제고에 주력한다. 기업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 노력, 비용 등의 낭비 요소를 줄이고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불이행 등 위험을 관리한다. 이는 곧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전략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조성준(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의 효율성은 기본적으로 시장 거래 시 발생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거래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중개를 활용할 수 있다. 중개는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 탐색, 협상, 계약 이행 등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절차를 대행하거나 간소화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해준다.이를 통해 거래 당사자들은 더욱 적은 비용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으며 위험 부담 또한 감소한다.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중개가 이뤄지면 그 대가로 ‘수수료(Fee)’가 지불된다. 수수료는 비용의 형태를 띠고 있어 비효율적인 추가 비용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시장에서의 거래가 본질적으로 다양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정보 탐색, 협상, 계약 체결 및 이행 등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이 독자적으로 부담하는 것보다, 제3자인 중개자가 일정 기능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기업의 목적이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수수료는 시장의 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가치를 지닌다”고 전했다.
수수료는 단순히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즉 거래 당사자의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설정된다. 거래 당사자가 수수료 가격 변화에 민감할 경우 중개자는 수수료를 낮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하고, 가격 변화에 둔감한 거래 당사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개라는 행위 자체도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므로 수수료 역시 거래 당사자의 필요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설정해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 모두에게 수수료를 분담시키는 ‘양면시장’이 확인된다. 이는 플랫폼의 등장과 확산에 의해서다. 양면시장은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이 존재하고 이들이 플랫폼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시장 구조를 뜻한다. 플랫폼은 거래의 중개자로서 각 집단에 차별적인 수수료 정책을 적용해 수익을 얻는다. 예컨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1만 원어치 음식을 주문하면 플랫폼은 점주 등의 생산자에게 5천 원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는 1천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플랫폼이 설정한 차별적인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집단은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불가피하게 플랫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그 상품을 소비하는 다른 소비자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를 의미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거래 기회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므로 개별 이용자는 일정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플랫폼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경우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플랫폼이 거래 당사자의 비용 부담이나 시장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설정하거나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개 본래의 목적이었던 거래비용 절감 기능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비효율적인 비용 전가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네트워크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해 이득을 주지만,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통제하는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수수료로 인한 비효율적인 가격 구조와 자원 배분 왜곡의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해 플랫폼의 수수료 부과 방식을 관리하고자 한다. 일방적인 수수료 설정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독과점 상황에서는 정부가 가격 상한제 등으로 시장에 개입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후생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 등 소비자와 점주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상생의 끈을 잇기 위해
지난 14일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로 점주는 기존 중개수수료 최대 7.8%, 배달비 약 3천 원에 더해 포장 수수료 6.8%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끝없이 수수료를 늘리려는 배민의 행태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배민의 수수료 정책을 관리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배민이 점주에게 배달비, 중개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데 이어 광고 수수료의 압박도 가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배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매장이 검색화면 등에 노출되도록 광고 서비스를 운영한다. 기존에는 울트라콜이라는 광고 서비스를 통해 선택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홍보되는 형태였다. 그러나 지난달 해당 서비스가 폐지되며 모든 점주는 정률적인 광고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성훈(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경영학과) 교수는 “배민은 울트라콜 폐지로 점주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비용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점주의 각종 수수료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점주는 소비자에게 수수료 부담액을 안내할 수도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수수료로 인해 상품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이를 반영한 가격 정책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행위가 배민 앱에서 금지돼 있다. 상품의 가격도 높아지므로 수익 구조나 가격 정책을 설명하려 해도 배민 앱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다. 이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금지된 대리점의 경영활동 간섭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배민의 수수료 정책과 관련해 실질적인 협의조차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수료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조율하기 위해 지난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출범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상생협의체의 회의를 보장하며 배달 플랫폼, 입점업주, 공익위원이 참가한다. 이들의 회의를 통해 발표된 상생안에는 전체 입점업체 중 절반의 배달비를 인상하는 등의 본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 김진우(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상생협의체가 12차례에 걸쳐 논의를 이어갔으나, 7월경 배민이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하기도 했다”며 “상생안 역시 자영업자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배민의 수수료 압박 문제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에 수수료 규제를 적용하지 않은 점에 기인한다. 이는 플랫폼 산업에 제재를 가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식생활 부문에 있어 배민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김 공동의장은 “배민과 같은 독과점 기업이 시장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수수료 관련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앱 이용을 유도하려는 배민의 정책이 수수료 부담액 표기 불가의 원인이 된다. 소비자가 해당 앱을 이용할 경우 점주는 배민의 수수료 정책에 응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수료는 소비자, 점주, 기업 등의 이해당사자의 활동을 바탕으로 그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한해 독점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생협의체에 점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문제는 점주가 배민과의 충분한 협상 권한을 갖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상생협의체는 플랫폼과 입점 점주 간의 상생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구성에서 플랫폼 측 이해관계자가 중심이 되거나 발언권이 크기 때문에 점주 측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것이다. 김 공동의장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이 실질적인 논의를 주도했으나 제12차 회의에서 배달 플랫폼은 사전 예고 없이 무리한 합의안을 통과시키려 했고 두 단체가 퇴장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민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 상한선을 규정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이하 온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플법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으며 수수료 부과에 일정 부분 제한을 걸고 있다. 신용카드, 공인중개사 등의 수수료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차감 조정 대상이 되는 만큼 플랫폼에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공동의장은“온플법을 제정해 배달앱 수수료 한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 수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거래의 당사자인 소비자가 수수료 구조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왜곡 없는 가격 형성과 공정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욱 보장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상생협의체를 상시 운영해 점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나타난다. 지난해 회의 이후 현재 상생협의체 활동은 중단된 상태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재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상생협의체를 통한 지속적인 논의로 자율적 통제와 사회적 책임 준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