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주식, 자본과 심리가 얽힌 시장을 비추다 (한성대신문, 617호)

    • 입력 2025-12-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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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2-08 00:02

코스피 상승 원인 복합적

주식시장 구조가 흐름 좌우

국내 증시 상승세 이어질 전망



코스피종합지수(이하 코스피 지수)가 고공 행진과 하락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향한 투자 열기가 커지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상승세의 원인과 향후 시장 흐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에게 주식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경제 전반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이유를 이해해 봐야 한다. 지금부터 주식의 개념과 주식시장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자.

주가를 결정하는 힘

‘주식’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서이자 투자자에게 기업의 일부를 소유할 권리를 부여하는 자산이다. 투자자는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의 지분을 갖게 되며,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경우 그 성과를 수익의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김대종(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은 단순한 가격 게임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함께 나누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은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은 각종 경영 정보 공개, 기업 분석, 투자 의사결정 등이 이뤄지는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며 자본의 흐름을 형성한다. 기업은 이 시장을 통해 주식을 발행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모집함으로써 필요한 돈을 모아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 국가는 일자리 증가, 수출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주식시장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발행시장은 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투자자에게 주식을 처음으로 판매하는 단계다. 상장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다. 기업이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각종 공시 자료를 준비하면 상장 절차를 총괄하는 증권사는 공모 계획과 주식 가격을 설계한다. 이후 기관과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과 청약이 진행된다.

상술한 발행 과정을 거쳐 상장을 마친 주식은 상장일에 거래소에서 사고 팔리며 본격적으로 유통시장에 진입한다. 유통시장은 이미 발행된 주식이 주주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단계로 기업이 아닌 투자자들끼리 소유권을 주고받는 시장이다. 해당 시장에서는 주식의 가격인 ‘주가’가 형성된다. 이곳에서 주가는 매수와 매도 주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면 거래소는 가격과 시간 순서를 기준으로 호가를 맞춰 체결하는 형식이다. 임지은(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유통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수록 투자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하고, 기업은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는 금리, 물가, 통화량, 환율 등 여러 경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통화량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확대돼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투자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역시 주가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험회피성향(Risk Aversion)’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는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투자 심리를 뜻한다. 주식시장에서는 미래 전망, 군중심리,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쉽게 흔들리며 이는 매수·매도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정중호(한양대학교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심리 변화가 수요와 공급을 좌우하기 때문에 주가는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주 수익의 두 갈래

주주는 보유한 주식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배당’이다. 배당은 기업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배당 방식과 규모는 회사의 배당정책과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의 승인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이때 배당을 받기 위해 특별한 최소 보유 주식 수는 필요 없지만 배당 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배당은 지급 형태에 따라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으로 나뉜다. 주식배당은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새로 발행한 주식을 나눠 주는 방식이다. 배당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면서도 회사의 현금을 보존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을 지급할 때보다 재무 부담이 적고 주식을 받은 주주가 이를 계속 보유하면 기업의 자금 유지에 기여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현금배당은 말 그대로 주주가 기업으로부터 현금을 직접 받는 방식이다. 기업이 배당을 결정하면 주식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정해진 배당금이 주주의 계좌로 입금된다. 주주는 즉시 현금을 확보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현금이 빠져나가 추가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박세영(노팅엄대학교 경영대학 재무학과) 교수는 “현금배당으로 기업의 보유 현금이 줄어들면 주식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는 배당 이외에도 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시세차익’을 통해서다. 시세차익은 주식을 팔 때의 가격이 처음 샀을 때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이다. 이때 수익은 기업의 배당정책과 무관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 변동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심리, 시장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 상승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에게 주요한 투자 기회가 된다. 김 교수는 “시세차익은 배당보다 변동성이 크지만 성장주 투자에서는 가장 큰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코스피의 구조와 상승 요인을 짚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상장기업의 규모와 요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으로 나뉜다. 이중 코스피는 일정 수준의 재무 안정성과 규모를 갖춘 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기술 성장성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이 주로 모여 있는 코스닥과 구분된다. 박 교수는 “코스피가 안정적인 실적과 자본력을 갖춘 소위 ‘대기업’이 중심을 이루는 시장이라면, 코스닥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국내 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어 시장 전체의 흐름이 곧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특징을 지닌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지수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 비중이 높다. 박 교수는 “코스피는 ‘한국 경제의 거울’이라고 불릴 만큼 시장 전반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가파른 상승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수출 회복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나타난 이례적인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수가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수급 개선이 이뤄져 시장 유동성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흐름은 불확실성 완화와 규제 개선,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유지된다는 평이다. 박 교수는 “시장의 기본 여건이 안정되고 기업 투자 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기 때문에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자본 유입을 위해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책이 거론된다. 불공정거래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방식이다. 특히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충돌을 막고 모든 주주가 공정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특임교수는 “시장의 신뢰는 자본 유입의 가장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 제공과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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