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다 같이 뛰자, 러닝 한 바퀴 (한성대신문, 620호)

    • 입력 2026-03-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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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3-23 00:02

<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러닝 인구 1,000만 시대가 도래했다. 길을 걷다 보면 대학가 주변과 도심 하천 산책로에서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청년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러닝 용품 대여 매장부터 자신의 호흡에 맞춰 달리는 ‘존2 러닝’, 지도 위에 그림을 완성하는 ‘GPS 아트 러닝’ 그리고 달리며 버터를 만드는 ‘버터런’까지. 청년들이 이토록 러닝에 흠뻑 빠져든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운동화를 고쳐 신고 달려봤다.

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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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준비… 땅!

도심 곳곳을 달리는 발걸음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실제로 지난 15일 진행된 ‘서울마라톤’에는 4만여 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조기 마감됐다. 2021서울마라톤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마라톤의 2030세대 참가자는 2016년 31.1%에서 2021년 64.4%까지 증가했다.

러닝에 필요한 것은 두 다리와 의지뿐이다. 별도의 장비를 무조건적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러닝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높은 접근성 덕에 많은 청년들이 러닝을 일상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민철(세종대학교 체육학과) 초빙교수는 “러닝의 높은 접근성은 청년이 부담 없이 러닝을 일상 속 자기관리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성취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는 특징이 러닝 열풍의 핵심 요인 중 하나다. 러닝은 목표 거리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기 쉬운 구조를 지닌다. 단기간 내 개인이 성취를 확인하며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김헌익(청주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러닝은 1km에서 5km, 5km에서 10km로 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 러너들은 스마트 워치와 러닝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심박수를 확인하며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전자기기를 통해 심박수와 페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자신에게 적절한 속도를 찾아간다. 특히 러닝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오디오로 러닝 관련 조언이나 속도를 조절해 주는 러닝 코치 기능도 지원된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건축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애 학생은 “혼자 러닝을 할 때면 러닝 조언 오디오를 들으며 실용적인 도움을 자주 받는다”고 밝혔다.

러닝크루와 SNS 인증 문화는 러닝을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활동으로 확장시켰다. 러닝크루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함께 달리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러닝 기록이나 단체 러닝 사진을 공유한다. 신 초빙교수는 “SNS에 러닝 기록을 공유하는 문화는 러닝의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점'에서 러닝 용품을 대여한 기자 [사진: 김산 기자]

▲대여한 러닝 용품을 착용한 기자 [사진: 김산 기자]

러닝 용품을 ‘찍먹’해 보자

이제는 준비 없이도 혼자 길을 거닐다 러닝에 바로 돌입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러닝 용품 대여 매장은 도로를 ‘트랙’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선택지다. ’러너 스테이션(Runner-Station)’이나 ’런 허브(Run-Hub)’와 같은 러닝 용품 대여 매장이 도심 곳곳에 생겨나는 추세다. 이곳에는 물품보관소부터 탈의실, 러닝복과 러닝화까지 마련돼 있다. 다양한 러닝 용품을 직접 사용해 보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몸소 체험 가능하다. 2시간에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점’을 운영하는 김성근 대표는 “청년에게 도심에서 손쉽게 장비를 빌려 바로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러닝이 더욱 가까운 활동이 됐다”고 밝혔다.

기자가 직접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점에 방문해봤다. 매장에 들어서자 벽면을 채운 러닝화와 기능성 의류가 시선을 끌었다. 바람막이를 하나 골라 착용해 보니 착용감이 가벼웠고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러너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듯했다.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러닝은 일석이조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기능성 의류 덕분에 움직임이 한층 가벼워져 오롯이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점에 방문한 임수민(25)씨는 “러닝장비를 갖추는 과정 자체가 운동을 준비하는 의식처럼 작용한다”고 전했다.

▲'존2 러닝'을 하며 기자들이 대화를 나눈다. [사진: 김혜윤 기자]

내 속도는 내가 정한다

심장이 터질 듯 전력질주하지 않아도 괜찮다. 러닝 초심자를 중심으로 ’존2 러닝(Zone2 Running)’이 성행하고 있다. 존2 러닝은 심박수를 기준으로 5개의 존으로 구분했을 때 존2 구간에 해당하는 강도로 달리는 방식이다.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수준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핵심이다. 존2 러닝은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지구력 향상과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다. 숨이 크게 차지 않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김 교수는 “존2 러닝을 활용하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2 러닝의 확산은 러닝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속도와 기록을 강조하던 기존 러닝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 달리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비교와 성과에 대한 강박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속도를 찾으려는 가치관이 반영된 모습이다. 신 초빙교수는 “존2 러닝의 확산은 개개인에 맞는 속도로 달리려는 인식 변화가 청년층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자가 동료 기자와 함께 성북천에서 존2 러닝에 돌입해 봤다. 평소 유산소 운동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대화가 가능한 속도로 천천히 달리니 부담이 크게 줄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취미로 즐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함께 달리는 기자와의 대화가 무리 없이 이어지니 산책에 가까운 느낌이다. 박 학생은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며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러닝 방식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약 7.8km 거리의 '강아지런' 코스

오늘의 미션, 발로 강아지 그리기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단 두 다리로만 강아지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단순히 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색다른 방식으로 러닝을 즐기는 문화가 등장했다. 바로 ‘GPS 아트 러닝’이다. GPS 아트 러닝은 스마트폰이나 러닝 어플리케이션의 GPS 기록을 활용해 지도 위에 표시된 이동 경로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골목 사이사이를 달리다 보면 러닝 어플리케이션에 달린 경로가 선으로 나타난다. 기록된 경로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 색다른 재미가 찾아온다. 한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대원 학생은 “러닝이 지루할 때면 GPS 아트 러닝 코스를 찾아 즐기게 된다”고 전했다.

GPS 아트 러닝은 단조로운 러닝에 ‘미션’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정 거리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는 목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신 초빙교수는 “목표에 대한 결과물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점이 청년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료 기자와 함께 약 78km 거리의 강아지런 코스에 직접 도전해 봤다. 코스를 따라 달리다 보니 지도 위에 강아지 모양이 완성됐다. 평소엔 가보지 않던 골목을 누비니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거리를 채우며 달릴 때와는 달리 완성된 그림을 확인하는 순간 색다른 성취감이 느껴진다. 도심 사이를 지나는 코스라 횡단보도가 많아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김 학생은 “횡단보도가 많으면 호흡 조절이 불편할 수 있지만 초보 러너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쉼터가 된다”고 말했다.

▲'버터런' 후 완성된 버터를 빵에 바른다. [사진 : 김산 기자]

버터메이커가 된 두 다리

숨차게 달리고 고소하게 끝낸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달리며 버터를 만드는 ‘버터런’도 유행이다. 버터런은 생크림과 소금을 섞은 지퍼백과 함께 달리며 버터를 만드는 러닝 방식이다. 달리는 과정에서 지퍼백이 흔들리면 생크림도 함께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생크림의 지방과 유청이 나뉘고, 마침내 버터가 만들어진다. 이는 기록 경쟁보다 재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편러닝(Fun-Running)’의 일환이다. 러닝 자체를 즐기려는 흐름이 나타나며 다양한 테마의 러닝이 등장한 것이다. 김 교수는 “편러닝은 러닝을 더 쉽고 유쾌한 활동으로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청년은 러닝에 버터라는 요소를 가미해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버터의 완성 유무에 따라 즐거움의 요소도 확장되기 때문이다. 버터런은 운동에 음식이라는 낯선 요소를 더한다. 러닝과 다른 버터라는 요소가 러닝을 콘텐츠로 확장시키며 문화적인 소비 성격을 띠게 한다. 신 초빙교수는 “러닝이 다양한 경험과 결합하며 청년들에게 하나의 문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가 직접 버터런에 도전해 봤다. 달리는 동안 버터 재료가 담긴 지퍼백을 지니고 약 16km를 달리자 점차 점성이 생긴다. 3km 러닝 종착지에 도착한 끝에 수제 버터가 완성됐다. 종착지에 도착한 후 베이글에 버터를 발라 먹으니 완주의 기쁨과 함께 직접 버터를 만들어냈다는 희열이 느껴진다. 운동의 성취를 직접 확인하니 보상을 받는 듯했다. 평택대학교 광고홍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채연 학생은 “러닝을 통해 운동도 하고 버터도 만드니 일석이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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