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기업의 따뜻한 요람이 돼야 할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이하 BI)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BI는 정부와 대학 등이 협력해 초기 창업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일부 BI가 창업 기업을 보육하기는커녕 부실한 지원과 과도한 부담금 징수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BI는 창업 기업에 시설과 설비 제공, 세금 감면 등 사업 기반을 닦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등에 따라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자의 성공 확률을 높여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현재 전국 200여 개의 BI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간 약 13만 개의 창업 기업이 이들의 손을 거쳤다. 김상화(계명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BI는 제반 창업 조건이 취약한 초기 창업자에게 자원을 지원해 성공률을 높이는 일종의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며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역시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대학·BI는 창업 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는 대학 등에 부속된 BI를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평가·관리를 담당한다. 대학은 공간 제공을 넘어 고가 연구장비, 전문 교수진, 산학협력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창업 환경을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BI는 대학 부속기관 형태로 존재하며,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제공, 투자자 연계 등 창업 전반을 관리·지원하고 있다.
BI는 창업 3년 이내의 기업을 입주 대상으로 모집한다. 모집된 창업 기업은 『창업보육센터 운영요령』에 의거해 기본적인 시설, 설비 지원을 넘어 경영·기술 컨설팅,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 판로 개척, 투자 유치 연계 등 사업화 전반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입주 기간은 통상 2~3년으로, 이 기간 창업 기반을 구축하면 이후에는 ‘졸업 기업’으로 전환돼 후속 지원 프로그램이나 네트워크 연계 등을 보장받는다.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BI 운영 부실로 인해 입주 기업은 대폭 감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BI에 입주한 창업 기업은 2020~2022년까지 6,000여 곳에 달했으나, 2024년 5,471곳으로 줄었다.
입주하는 창업 기업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BI가 단순 임대업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BI가 입주율 높이기에만 집중하고, 정작 입주를 마친 창업기업의 성장을 위한 환경은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창성(한국창업보육협회) 선임은 “공실을 얼마나 빨리 채울 것인가를 먼저 고려하거나 입주 후에도 전문적 멘토링 대신 단순 서류 처리에만 급급한 BI가 있다”고 밝혔다.
BI가 창업 기업에 제공하는 보육 서비스 자체의 품질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BI에는 창업 기업의 경영안정과 성장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 ‘매니저’가 존재한다. 이러한 매니저가 1~2년 단위로 바뀌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창업 기업의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컨설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창성 선임은 “매니저의 중도 퇴사로 서비스의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는 등 창업 기업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BI가 창업 기업에 비용 부담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문제도 지적된다. 『창업보육센터 운영요령』에 따르면 BI는 자립화를 위해 ‘창업보육부담금’ 등의 명목으로 창업 기업에게 수익의 일부를 징수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이 창업 기업에게 단순 임대료 수준을 넘어 기업 지분 일부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창성 선임은 “창업 기업에게 부담금은 성공에 대한 세금으로 인식된다”며 “현재는 부담금이 초기 창업자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BI를 졸업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창업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단순 지원 기간 연장만이 이뤄지는 등 사후 지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창업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손윤정(한밭대학교 미래창의인재교육원) 교수는 “졸업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조항이 단순한 전화 한 통으로 갈음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기업에 제대로 된 창업 인프라가 제공되지 않는문제는 BI가 양적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창업 기업 육성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창업 기업의 매출액이나 입주율, 고용 인원 등 정량적인 평가지표 관리에 몰두하는 실정이다. 평가에 따른 지역별 우수 기업 선정, 부실 기업에 대한 지정 취소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BI를 양적 지표로만 평가할 경우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창업 기업보다 당장 좋은 성과가 나오는 창업 기업만 선호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보육 서비스의 전문성 하락은 매니저의 과도한 업무량에서 기인한다. 한 명의 매니저가 5~10개 가량의 창업 기업을 담당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20~30개 기업을 맡거나 많게는 50개가 넘는 기업을 담당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가 이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약 100개의 창업 기업이 입주한 BI에 단 2명의 매니저가 모든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던 사례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창업 기업을 향한 과도한 지분 및 부담금 요구는 정부의 사업비 지급 기준이 변경된 점이 꼽힌다.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모든 BI에 일정한 금액을 사업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BI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 대폭 축소됐다.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및기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약 127억 원에 달했던 BI 지원 예산은 2024년 약 84억 원, 2025년 약 71억 원으로 삭감되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손 교수는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이 지급되는 방식 탓에 우수 평가를 받던 BI에 주어지는 사업비가 줄었다”며 “사업비가 줄면서 창업 기업에 부담금을 더욱 요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졸업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 미흡의 원인으로 사업 지원 구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졸업 기업은 BI에서 벗어나 곧바로 사회로 진출한다. 지자체 별로 행정사무감사가 이뤄지거나 BI 입주 기간을 단기간 연장하는 등의 조치가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 개별적으로 이뤄져 본래 취지와 달리 정부·대학·BI가 체계적으로 연계한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창성 선임은 “현재처럼 정부와 대학의 지원 구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단순히 지원 기간만 연장해 주는 방식은 졸업 기업의 자생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고 부연했다.
BI가 창업 기업 지원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평가 지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대두된다. 현재 창업 기업의 매출액이나 고용 인원 등 정량적 수치에만 치중돼 있는 평가 기준을 창업 기업의 실질적 성장 지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실질적인 보육 서비스의 질과 매니저의 역량, 기업 성장 등을 반영하는 지표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매니저가 본연의 보육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니저의 인원에 대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BI에 입주한 창업 기업 수에 비례해 매니저 수도 늘리는 방식이다.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창업 기업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효율적인 업무 분담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손 교수는 “인력 확충 외에도 과도한 행정 업무, 단기 계약직 위주 고용 계약 등 역시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BI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사업비 지급 방식을 기존의 방식으로 복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평가 결과에 따른 사업비 차등 지급을 통해 우수한 BI의 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 교수는“BI가 양적 팽창기에서 질적 재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센터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창업자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BI 측의 과도한 지분 요구나 창업보육부담금 징수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엄격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이창성 선임은 “징수 한도 등을 규정하는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졸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대학·BI 3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Post-BI’는 창업 7년 이내의 기업을 대상으로 BI와 유사한 지원을 이어 나가는 기관으로,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안성,전북 등 소수의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후속 지원 체계를 정부, 대학에도 적극 도입해 졸업 기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정부와 대학, BI가 긴밀히 협력해 판로 개척과 투자 유치 등 졸업 기업이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후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창업보육센터가 단순한 임대 공간의 기능을 넘어, 창업자와 함께 호흡하는 전문적인 동반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성 선임은 “공간 중심의 지원에서 사람 중심의 보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