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택시 안성우 기사
<편집자주>
운행 한 달 만에 1년 치 예약 마감. 이 뜨거운 인기의 주인공은 바로 ‘빵택시’다. 빵택시는 ‘빵의 도시’라 불리는 대전 지역의 빵 맛집을 따라 도시를 누비는 이색 택시 투어다. 빵택시 투어 과정에 참여한 승객은 차량 안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이동 중에도 빵을 맛보며 대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안성우(63) 기사는 빵처럼 따뜻한 미소와 푸근한 인상으로 승객을 맞이한다. 그의 안내를 따라 차에 오르면 단순한 이동이 아닌 하나의 ‘여행’이 시작된다. 코스는 대전의 개성을 담은 빵집들로 구성된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편하게 빵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돼 있다.
과연 빵택시는 어떻게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을까. 그리고 이 작은 택시 안에서 어떤 경험이 펼쳐지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자가 직접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임지민 기자
Q. 빵택시를 운행하기 전 여행이나 여행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여행사에서 20년간 근무했었다. 40대에 여행 코스와 일정 등을 담은 부부 여행 후기를 기록 삼아 여행사 게시판에 올린 것이 이용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후기에는 구체적인 여행 코스와 세부 일정 등을 담았고 이를 본 이용자들이 해당 코스를 따라 여행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이후 해당 여행사의 제안을 받아 여행 기획자로 근무했다.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쌓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Q. 빵택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일본의 ‘우동택시’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행 기획자로 활동할 당시 일본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우동택시를 체험했다. 기사가 고객에게 각 지역의 우동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승객이 먹어보고 싶어 하는 우동집에 데려다주는 방식이었다. 이때 택시 기사가 지역 곳곳의 맛집을 발굴해내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행 업계에서 퇴직하며 한국에서도 시민과 승객들이 음식과 이동을 결합한 새로운 투어를 누렸으면 했다. 특히 대전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빵의 도시’인 대전만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Q. 빵택시는 운행 재개 한 달 만에 올해 예약이 꽉 찰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빵택시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승객과의 소통이 빵택시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동 시간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이야기로 채워가기 때문이다. 대전을 찾는 많은 이들이 빵집을 찾지만, 빵택시는 그 과정에서 승객의 반응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경험을 함께 만들어간다. 각 제과점의 특징이나 가게에 얽힌 뒷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빵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다. 현장에서 오가는 작은 대화와 반응들이 쌓이며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그 시간이 오래 기억에 머무는 점이 빵택시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택시 운행을 위해 맛집을 찾고 운행 경로를 구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빵택시의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대전의 진정한 특색을 담기 위해 3년간 대전 시내 곳곳을 발로 뛰었다. 직접 택시를 운행하며 대전의 지리를 익혀나갔고 투어 과정에서 승객이 느낄 불편과 기대를 함께 헤아렸다. 빵집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맛과 구성, 대기 시간, 접근성까지 꼼꼼히 살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성껏 빵을 만드는 가게들을 발굴해 여행 경로에 담고자 했다. 여러 매장을 무리 없이 돌아볼 수 있도록 동선을 가깝게 조정하고 불필요한 기다림을 줄이는 데에도 신경 썼다. 빵의 맛이 변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다 보니 제과점 사장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쌓기도 했다. 모든 승객에게 좋은 빵을 소개하면서 편안하고 따뜻한 여행 코스를 만들기 위함이다.
Q. 빵택시를 운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작은 불편과 위험까지 미리 덜어내 승객이 온전히 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 이동 중에도 시식이 가능하도록 기차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을 차량에 설치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나이프는 끝이 둥근 제품으로 준비해 작은 위험까지 줄였다. 접시 역시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제품을 고르기도 했다. 버터와 오일도 직접 맛을 비교해 바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이렇게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고민한 덕분에 승객들이 걱정 없이 빵의 맛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상술한 내용 외에도 빵택시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노력한 바가 있는가.
빵택시에 탑승한 승객 개개인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운행 중에도 승객의 선택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전체적인 맛의 흐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여행 경로를 다듬는다. 승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이끈 ‘빵명록’도 승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례다. 빵택시에 탑승한 승객들이 방명록에 후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승객의 경험이 여행 기획에 더해지며 빵택시가 발전함과 동시에 더욱 따뜻한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Q. 빵택시 운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과 이를 해결한 방법은.
기존 관광택시는 지자체가 지정한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었지만, 빵택시는 특정 목적지로 이동하며 맛집 체험과 이야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투어 서비스였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었다. 대전시가 법적 근거를 검토하는 동안 3개월간 무상 운행하며 빵택시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무엇보다 빵을 좋아하고 빵택시를 응원해주는 시민들의 반응이 큰 원동력이 됐다. 덕분에 지난 3월, 빵택시는 정식 운행 승인을 받았고 대전시로부터 택시 지원까지 받아 지역 특화 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빵택시 서비스 확장 계획이 있는가.
빵택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확장된 형태의 ‘빵버스’와 디지털 메뉴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빵버스의 경우 빵택시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차량 규모나 동선, 운영 방식 등을 세심하게 다듬고 있다. 7월 중으로 시범 운행될 예정이다. 또한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빵 메뉴판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종이 메뉴판을 한 단계 발전시켜 올 하반기에는 빵의 생김새나 질감을 생생히 전달하는 가이드북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Q. 청년에게 경쟁력 있는 기획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자면.
관찰력이 기획의 출발점이 된다. 거창한 아이디어보다,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요소에 한 번 더 눈을 기울여 보는 것을 권한다. 빵택시 역시 대전의 매력과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정답을 찾기보다 직접 시도하고 조언받아 방향을 다듬는 과정이 오히려 더욱 다채로운 기획으로 발전했다고 여긴다. 작은 요소에서 그것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하나의 기획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