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하늘을 꿰뚫어 내일을 읽다 (한성대신문, 623호)

    • 입력 2026-06-08 00:00
    • |
    • 수정 2026-06-08 00:00



무더위가 이어지다가도 폭우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 일기예보 확인은 필수다. 이러한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기상청은 ‘수치예보시스템’을 활용한다. 수치예보시스템은 현재 대기의 상태를 물리·수학적으로 계산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기술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첨단 예보 체계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운영하며 관련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상무(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수치예보시스템의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복잡한 지형, 기후에 최적화돼 있어 대기물리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치예보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기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층으로 물처럼 흐르는 유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지만 구면 형태 등의 영향으로 모든 지역이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지역마다 기압·온도·습도 차이가 발생하며, 대기는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열과 수증기를 이동시킨다. 우리가 경험하는 바람, 구름, 비와 같은 기상현상은 모두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미래 대기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먼저 ‘기상레이더’와 ‘기상위성’과 같은 관측기기를 활용해 현재 대기의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 중 기상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전파반사’ 원리를 이용한다. 기상레이더는 전파를 수백 km 범위까지 발사할 수 있는데, 이때 전파는 공기 중 기체의 영향을 크게 방해받지 않아 멀리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빗방울이나 눈송이와 같은 강수 입자에는 부딪혀 반사되는 성질을 갖는다. 때문에 전파가 빨리 돌아오면 가까운 곳에서, 늦게 돌아오면 먼 곳에서 비가 내리고 있음을 관측할 수 있다. 박상훈(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는 “전파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면 대기 중 빗방울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반사 신호의 세기를 통해 물방울의 크기와 밀도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위성은 주로 지구에서 반사·방출되는 지구복사에너지를 관측하는 ‘수동 관측 방식’을 사용한다. 지구복사에너지는 지구에서 방출되거나 반사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기상위성은 지구복사에너지를 통해 낮에는 태양 빛이 구름과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정도를, 밤에는 지표가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에서 측정정보를 얻는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수증기 등의 밀도를 수집해 강수 확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김대휘(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상위성은 병원에서 MRI를 촬영하듯 다양한 파장의 복사에너지를 스캔해 대기 상태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가시광선, 적외선, 수증기 등 여러 파장으로 구분해 분석되는데, 파장에 따라 대기를 통과하는 정도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상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은 구름과 지표의 형태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적외선은 온도 분포를 파악하는 데 활용되며 특정 적외선은 대기 중 수증기량을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유영희(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는 “수증기는 특정 적외선 파장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며 “위성은 이를 통해 대기 중 수증기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측기기를 통해 수집된 기상자료는 오차를 보정한 뒤 컴퓨터에 구현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대기를 여러 층과 격자로 나눠 기상정보를 입력하는 수치예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실제 대기를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것이다. 유 교수는 “격자 간 온도와 기압 차이를 비교하면 공기의 이동 방향과 에너지 전달 과정을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수치예보시스템은 예측 범위에 따라 크게 ▲전지구 예보모델 ▲국지 예보모델 ▲초단기 예보모델 등으로 구분된다. 전지구 예보모델은 지구 전체를, 국지 예보모델은 특정 국가나 권역을, 초단기 예보모델은 특정 국가의 급속히 발달하는 기상현상을 대상으로 대기 변화를 계산한다. 이후 격자 간 온도와 기압 차이를 계산해 공기의 이동 방향과 에너지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예보모델들은 범위 뿐만 아니라 예보시간과 정확도 등에도 차이점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수치예보시스템은 현재 대기의 상태에서 순간적인 변화율을 계산하고 이를 시간에 따라 누적해 미래의 상태를 추정한다. 바로 ‘시간 적분’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은 매 순간의 기온·기압·풍속 등의 시간 변화율을 구한 뒤, 여기에 수십 초 단위의 짧은 시간 간격을 곱해 바로 다음 단계의 미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현재 기온이 20℃이고 방정식이 도출한 변화율이 1초당 0.01℃ 상승이라면, 10초 뒤의 기온은 20.1℃로 갱신된다. 박 교수는 “전지구 예보모델의 경우 약 10~15분 단위로 시간을 적분하고 국지 예보모델은 약 10초 간격으로 연쇄적인 계산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기상 예측은 단순히 시간적인 흐름만을 좇지 않는다. 대기 속 수증기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해 있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연산도 뒤따른다. 시스템은 각 격자를 드나드는 수증기의 양을 실시간으로 계산하며 어떤 조건에서 그 수증기가 비로 바뀌는지 추적한다. 이상무 교수는 “수치예보시스템은 연속적인 대기의 흐름을 조각으로 나눠 수증기를 추적한다”고 덧붙였다.

이때 공기의 열역학적 변화 추적이 이뤄진다.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주변 기압이 낮아지면서 공기 덩어리가 사방으로 부피를 넓히는 ‘단열팽창’이 일어난다. 이후 공기는 외부와 열을 교환할 틈도 없이 급격히 팽창하며 주변 공기를 밀어내는 운동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 열에너지를 소모해 버리기 때문에 공기 자체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둔해져 기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므로, 최대 수증기량도 점차 감소한다. 결국 차가워진 공기가 수증기를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한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초과 수증기량을 예상 강수량으로 도출한다. 이상무 교수는 “단열 팽창 과정을 통해 온도가 내려가면 공기가 포화 상태에 이르게 돼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해 강한 강수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예측 결과는 초기값을 조금씩 다르게 설정해 계산된다. 초기값에 작은 차이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예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예보관이 지상관측자료, 지역적 특성, 과거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제 대기 상태를 진단한다. 유 교수는 “대기는 작은 변수가 큰 변화로 이어지는 혼돈적인 성질을 갖기 때문에, 초기값의 작은 오차가 며칠 뒤에는 전혀 다른 예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기의 움직임과 비가 오는 원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치예보시스템으로 날씨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구의 대기는 여러 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변하기 때문에 여전히 완벽한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공기의 움직임과 비가 오는 원리가 현재로선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아직 불완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치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기상자료를 학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오차 패턴을 찾아내고 예측 결과를 보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유 교수는 “앞으로는 수치모델과 AI가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파 :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을 통해 퍼져나가는 파동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