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한성대신문, 524호)

    • 입력 2017-06-05 00:00
더 이상의 ‘장애 극복 신화’는 없어야...

우리는 종종 서점이나 영화관에서 ‘장애인의 감동스토리’라는 주제로 ‘인간승리’라는 표현이 포함된 작품들을 접하곤 한다. 또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진 경우 ‘장애를 극복했다’고 칭송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지나치거나 오히려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의문점을 남긴다. 과연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의 인권이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표현에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사실 이 말은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 즉 문제로 바라보고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을 오용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장애인의 삶의 목표는 장애를 이겨내고 비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닌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표현은 사용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을 나와 똑같은 사람,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다르게 취급해버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차별철폐연대는 “장애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 또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현재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인식하는 방법에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당위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사회 구조적으로 장애인 복지를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장애인의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백혜진(제주 장애인 자립 센터) 간사는 “스스로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은 태어났을 때와 죽음이 다가올 때 장애인”이라며,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복지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OECD에서 장애인 복지 꼴찌, ‘무심한’ 대한민국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따로 자리가 마련된 노약자석과 그 위에 표시된 장애인 마크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에 표기된 점자나, 공중화장실의 장애인 전용칸 같은 시설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우리나라에 몇 명 정도있을까? 2015년 12월 기준,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5천만 명이며, 그중에서 장애인 수는 2백만 명이다. 즉, 25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장애인 복지 예산 상황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 항목에는 ‘근로 무능력’ 부문이 마련돼 있다. 이 부문에 해당되는 근로 무능력자란 장애가 있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없거나, 제한이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국가는 이들의 소득보장급여를 부담하기 위해 장애인 연금, 장애수당, 각종 감면 할인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문별 공공사회복지지출 수준 평가결과(이하 사회복지지출 평가)’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 국제비교지수평균 중 근로 무능력 부문은 20.83%에 그쳤다. 이는 집계가 이뤄진 OECD 28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2015년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 중에서 GDP 대비 근로 무능력 부문의 지출 비중은 평균 0.44%에 불과했다. 다른 OECD 국가들의 준거수준 평균값이 2.56%라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예산은 턱없이 적은 수준인 것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OECD 국가들에 비해 장애인 복지에 소홀한 상황이다.
장애인 복지 예산에 대한 전망은 앞으로도 어두울 예정이다.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부문별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 수준 전망과 2012년 준거수준과의 비교’를 살펴보면, 2060년경에도 GDP 대비 근로 무능력 부문 수치는 준거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가 이뤄져야한다.

‘장애인 복지제도’는 허수아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 관련 법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식상으로만 장애인을 위할 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그중 가장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법률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다.
우선 장애등급제란 신체 기능 및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에 ‘등급’을 매긴 후, 매겨진 등급에 따라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하지만 매겨진 ‘등급’으로 인해 일부 장애인들은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는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등급에 따라 획일적인 서비스만 제공받고 있다. 게다가 장애등급을 심사할 때, 정권의 사회복지정책, 의료 기관의 판단 착오, 부정확한 판정 기준 등으로 인해 실제 장애 정도보다 하향된 등급을 받게 된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장애인복지관, 지역장애인단체 등의 기관에 찾아가 직접 신청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어, 현행 장애등급제는 사실상 장애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부양의무제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중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기초수급 제공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1촌 직계혈족과 배우자가 해당된다.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이들에게 실제적인 부양을 전혀 받지 못하더라도 정부는 이들이 부양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취급해 이들을 수급권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 1순위가 ‘소득보장’인 것을 감안할 때, 대다수의 장애인이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제는 생계를 위협받는 장애인에게 ‘약’이 아닌 ‘독’인 셈이다. 더불어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제외한 나머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게도 적용되는 선정기준으로, 우리나라 복지사각지대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 외에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도 비판받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가족이 부양하기 어려워서, 혼자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로 보내지지만, 사회복지사 수가 부족해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 또한, 폐쇄적인 운영 탓에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나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현정책을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은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원천적으로 격리시키고 배제시키므로
‘탈시설’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다행히도 현재 장애등급제 개편안의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의 경우, 현재 등급을 경증·중증으로 단순화했을 뿐이고, 맞춤형 서비스지원조사표 항목 또한 이전의 인정조사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발의된 부양의무제가 실제로 시행되고,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 광화문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은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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