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하는 명목으로 신입생이 지불하는 비용, 바로 ‘입학금’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등록금 이외의 입학금을 별도로 부과한다. 우리 학교 역시 신입생에게 82만 2000원가량의 입학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입학전형료를 지불하고 대학에 합격해 등록금마저 납부했는데 입학금까지 내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사립대 285곳의 입학금은 평균 77만 2700원으로 같은 해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 736만 3600원의 10.4%를 차지했다. 한편, 국·공립대의 평균 입학금은 15만 4400원으로 연평균 등록 412만 1500원 대비 3.7%에 해당한다.
입학금은 그 산정 근거와 집행 내역이 명확하지 않다. 교육부가 실시한 사립대 입학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입학금은 ▲입학 외 일반운영비 33.4% ▲신·편입생 장학금 20.0% ▲홍보비 14.3% ▲입학관련 운영비 14.2% ▲진로·적성검사 등 학생지원경비 8.7% ▲입학식 및 신입생 OT 등 행사비 5.0% ▲기타 3.5% ▲인쇄·출판비 0.9% 등에 사용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입학금이 신입생 행사와 입학 업무라는 본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됐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OECD 34개국 중 대학교 입학금을 징수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멕시코, 포르투갈뿐이다. 그중 일본만 우리나라처럼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의 10% 이상을 입학금으로 징수하고 있고 멕시코와 포르투갈 은 일부 사립대만 입학금을 받고 있다.
이런 사유로 일부 대학생들은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작년에는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필두로 1만여 명의 대학생이 입학금 반환 청구 소송을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출마 당시, 공약의 하나로 ‘대학교 입학금 폐지’를 내걸었다. 이는 문 정부 출범 이후, 5개년 국정운영과제로 선정됐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내년부터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선언하면서 대학교 입학금 폐지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는 사립대 입학금을 폐지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사립대 측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입학전형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입학금마저 폐지하면 재정난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교육의 질도 저하될 수 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교육 부는 경희대, 대전대, 동국대, 상명대, 순천향대, 우석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제대, 한국외대 등 10개 사립대 기획처장과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해 사립대 입학금 폐지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회의 핵심안건은 입학금 단계적 감축 방식과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난 완화 대응 방안이다. 협의회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6년 또는 8년간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축소 및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사립대의 재정여건을 고려한 처사다. 또한 교육부는 입학금을 축소 또는 폐지한 사립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 예산 우선 지원 ▲일반재정 지원 ▲등록금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청년참여연대 이조은 사무국장은 “입학금 단계적 폐지 논의가 아닌 즉시 폐지 논의를 촉구한다”면서 “재정이 열악한 사립대만 정부 지원을 통해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고등교육법』에서 입학금 징수 근거부터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금은 1951년 제정된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징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립대의 최근 5년간 부채비율 감소와 기본금 증가를 근거로 제시하며, 사립대가 재정난을 핑계로 입학금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은 오히려 호전되고 있는데, 재정난을 말미암아 입학금 폐지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사립대 입학금 단계적 축소·폐지 방안을 마련·계획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학교의 지시대로 입학금을 납부한다. 하지만 그 액 수가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당국, 사립대학의 충분한 협의와 절충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과 ‘교육의 질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