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꿈틀꿈틀’ 맛있는 애벌레 이야기, ‘야미야미’ 야미벅스 (한성대신문, 533호)

    • 입력 2018-04-16 00:00
야미벅스 이동민 대표

 우리의 식탁에서 가축·어류와 식물로 조리된 음식을 빼면 과연 어떤 것이 남을지 떠올려 보자. 쌀밥부터 김치, 된장찌개, 불고기, 생선구이 등….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품은 가축·어류 혹은 식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곤충’ 은 어떠한가?
 사실 곤충을 먹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다. 혹여 누군가 곤충을 먹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번데기, 메뚜기 정도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곤충을 먹는다니…. 누군가는 이를 ‘이해되지 않는 것’ 을 넘어 ‘혐오감을 주는 것’이라고 표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곤충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모양으로,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은 식품을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야미벅스(Yummy-Bugs)’의 이동민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써낸 장본인이다.

식용곤충 청년 스타트업 ‘야미벅스’

 “식용곤충을 활용해서 건강식품을 만들고 있는 야미벅스 대표 이동민입니다.” 야미벅스 이동민(무역 4) 대표의 자기소개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식용곤충 가공식품 기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야미벅스’라는 명칭은 ‘맛있다’는 뜻의 ‘야미(Yummy)’와 ‘곤충’을 뜻하는 ‘벅스(Bugs)’를 합성한 단어로 ‘맛있는 곤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곤충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안한 이름이다. 그는 현재 전주에 위치한 본사와 평택 소재 공장, 서울에 있는 학교를 계속해서 옮겨 다니며 작업 중이다. 사업 초반에는 식사대용 간식을 주요 상품으로 내걸었지만 요즘은 건강식품을 만드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 스타트업에 눈을 뜨다

 그에게 스타트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애당초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학교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특강이 첫 번째 기회였다. ‘소셜벤처’라고 일컫는 사회적 기업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진행 당시, 이 대표는 환경 분야를 파고들다가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는데 운 좋게도 정부지원사업으로 선정됐고,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초창기, 이 대표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회사를 꾸려 나갔다. 제품을 처음 개발했을 때는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야 해서 영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직원이 필요했다. 마침, 스타트업에 관심 갖고 있던 친구들이 있어서 이 대표는 그들을 영입했다. 지금은 두 명 모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야미벅스로부터 독립한 상태다.

▲지난 해, 이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17년 6차산업 사업모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식용곤충에게서 건강식품을 떠올린다는 것

 “곤충은 호불호도 아니고, 불호밖에 없잖아요?” 이 대표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고 많은 사업 아이템 중 굳이 식용곤충을 고른 이유를 묻자, 그는 “식용곤충이야말로 가장 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것이에요”라고 단언했다.
 식용곤충에 대해 자세히 연구해 본 결과, 그는 생각보다 곤충에 의학적인 효능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식용곤충으로 건강식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건강식품을 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의학이나 한의학, 약학 전공자가 아닌 그가 건강식품 시장에 뛰어들자니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건강식품을 론칭하기 이전에 이력을 쌓고자 ‘웰던 브라우니’와 에너지바 ‘루다’ 등의 간식을 먼저 출시했다.

웰던 브라우니’부터 ‘흑마’까지

 야미벅스의 제품은 크게 간식과 건강식품으로 나뉜다. 간식으로는 ‘웰던 브라우니’와 ‘루다’가 있다. 웰던 브라우니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국내산 무농약 찰보리와 식용곤충의 대표주자인 ‘고소애’로 만든 브라우니다. 고소애는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로 식용곤충의 일종이다. 이 대표는 “곤충을 넣어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개발했어요.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은 기존 브라우니의 절반 정도로 줄였어요. 커피와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 거예요”라고 말했다.
 루다는 ‘뜻하는 것이 그대로 되게 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루다’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것 역시 찰보리와 고소애를 주재료로 만들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에너지바에는 기본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가는데, 거기에 어떤 재료를 추가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영양성분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이 대표는 타깃을 네 부류로 나눠 노인용, 수험생용, 다이어트용, 식사용 에너지바를 제작했다. 그는 “어르신들은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줄어들어 잘 걷지 못하게 되거나 떨림 증상을 호소하곤 하세요. 이런 분들을 위해 단백질과 철분 함량을 높인 에너지바를 만들었어요. 수험생을 위한 제품에는 오메가3와 아미노산 함량을 높여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고요”라며 각각의 기능을 소개했다.
 새롭게 선보인 건강식품도 있다. 먼저,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굼벵이환’이다. 그가 굼벵이환에 활용한 ‘꽃벵이’는 ‘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인데, 간염·간경화·간암 등 간 질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다 른 신제품인 ‘흑마’는 남성에게 특히 좋은 정력제다. 흑마에 사용된 곤충은 ‘순누에’인데, 과거 조선시대부터 성기능 향상에 효과가 좋기로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누에그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국내산 무농약 찰보리와 고소한 애벌레 ‘고소애’를 배합한 ‘웰던 브라우니’. 저칼로리·저나트륨·고단백질 간식으로 영양소와 맛을 한꺼번에 잡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찰보리와 식용곤충 ‘고소애’, 그리고 각종 견과류로 제작한 ‘루다’. 노인용, 수험생용, 다이어트용, 식사용 총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성기능 향상에 탁월한 ‘순누에’로 만든 정력제 ‘흑마’의 홍보 리플렛
야미벅스의 최종 종착지가 있다면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먹는 식용곤충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식용곤충 사료를 만드는 것이다. 식용곤충이 식품시장에 알려지게 된 배경은 ‘대체식량’, ‘미래식량’으로 주목받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솔직히 사람이 먹기에 곤충은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을 가축용으로 배합하면 가축의 질병을 해결할 수 있어요. 또, 친환경적이기도 하죠. 가축을 기르면서 발생하는 분뇨를 발효시켜 곤충에게 먹이면 축산폐기물을 자연적으로 처리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식용곤충 사료는 고단백·저지방·저탄수화물이라서 가축을 더 살찌울 수 있어요.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라며 식용곤충 사료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 마디

 인터뷰 끝 무렵, 마지막 질문을 마주한 이 대표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그는 “스타트업은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는 거예요. 누군가를 따라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다르게 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에요. 스타트업 진입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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