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실로 쏟아져 나온 청년들, 새로운 정치 주체로 떠오르다 (한성대신문, 549호)

    • 입력 201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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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4:34
▲지난 3일, 전국대학생연합의 주최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대학생연합 촛불집회’가 열렸다. 청년 참가자들이 LED 촛불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10월 3일, 혜화역은 수백 명 청년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국대학생연합의 주최 아래,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대학생연합 촛불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집회는 조 장관과 관련된 일련의 의혹에 대해 대학생들이 연합하여 개최한 첫 오프라인 집회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과거 ‘진취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소위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청년 세대가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청년들의 정치활동은 사회 곳곳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연세대학교에서는 류석춘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다”, “궁금하면 (학생이 매춘) 해볼래요?”와 같은 문제적인 발언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발족됐다. 또한 지난 10월 1일,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구성해 연대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SNS를 활용한 입장문 및 서명 운동을 진행해 많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집회는 실제 생협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기본급 3% 인상과 휴게시간 1시간 보장을 도출 해내는 등 성과를 이뤄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청년들이 걸어온 정치 역사에 있다. 과거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은 이른바 정치적 격동기였다. 이 시절 학생들은 예비 지식인으로서 조직적인 정치행보를 보였다. 1964년 한일협정에 반대한 ‘6·3사태’와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에 반발한 ‘민청학련사건’ 등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청년이 있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1987년 전두환의 군사정권을 종식시킨 ‘6월 민주 항쟁’ 이후, 청년들의 정치적 움직임은 대대적으로 사그라들었다. 급기야는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30세 이하 청년층의 투표율이 세대별 가장 낮은 수치인 평균 29.3%를 기록해, ‘정치에 관심 없는 세대’란 인식을 공고히 했다.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년들의 소극적 움직임이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진 사건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한 촛불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에서 ▲20대 76.1% ▲30대 74.2%의 투표율을 기록해, 제18대 선거 대비 각 7.6%p, 4.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50대 투표율과 비슷한 수치로, 청년들이 정치에 전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임운택(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청년들은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력을 견제하고자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교육 격차와 사회 격차 등이 점차 벌어지면서 각자가 공유하는 유대가 사라져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정적 계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청년 세대 간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정치에 참여할 때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직접 행동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즉, 선택적 정치참여가 주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청년들은 기존 집단적으로 움직였던 형태보다, 본인이 원하는 정치활동에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정치참여 방식 역시 학내 대자보 게시를 비롯해 위원회 설립, 집회 참여, 서명운동 캠페인 등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펼치는 등 이들의 활동 양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5월, 서울교육대학교 학생들은 개강 총회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남자 대면식 사태’에 관해 서명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릴레이로 다음 주자를 지정해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약 4만 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는 청년 정치활동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임 교수는 “청년 세대가 사회 주체로서 정치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면 현 사회에 곪아있는 문제들이 차츰 해결될 것”이라며 “청년들이 사회적 이슈의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정치활동이 자칫 정파적인 사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지나친 언론화로, 그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임 교수는 “특정 집회가 개최됐을 때, 과연 집회에 참여한 모두가 동일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동진(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 형태는 여론 지형상 유리한 부분에 편승하는 측면이 있다”며 “청년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고 답했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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