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학가 굿즈 전성시대, 트렌디를 향유하다 (한성대신문, 548호)

    • 입력 2019-10-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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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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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혹은 물품을 의미하는 ‘굿즈(Goods)’. 본래 상품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문화 장르의 팬덤계 전반에서 상징성을 표출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굿즈가 대학가에 녹아든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과거에는 볼펜, 노트와 같은 문구류에 한정 됐지만 굿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진부함을 벗고 트렌디(Trendy)를 입은 ‘대학교 굿즈’를 조명한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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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내 백주년 기념삼성관에 위치한 크림슨스토어. 눈부신 조명 아래 고려대 굿즈가 눈에 띈다

학교의 또 다른 얼굴, 굿즈

대학교 굿즈는 각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념품점과 같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판매되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 굿즈 시장에는 필통, 노트, 스티커 등의 문구류는 물론이고 텀블러, 담요, 파우치 등 실용성 넘치는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면에 도움이 될 디퓨저를 비롯해 블루투스 스피커, 미니 가습기, 수면 안대 등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는 제품도 기념품점 한 켠에 비치돼 있다. 특히, 주방에서나 볼 법한 앞치마부터 컵받침 등을 보고 있으면 그 다채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가 프린팅된 미니 블루투스 스피커.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휴대가 용이하다.

더 나아가 대학과 지역기업이 제휴를 맺은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부산대학교의 교표를 새겨넣은 캔들 홀더와 목걸이를 포함해, 국산 유기농 들기름과 같은 식품이 그 예시다. 이와 관련해 안지환(부산대몰) 차장은 “좋은 상품이 있다면 학내 구성원들에게 소개 및 판매를 진행해 지역기업과 상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주 고객인 내·외국인 학생들의 ‘트렌드’를 적용한 제품이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의 굿즈 문화를 선도하는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은 디자인을 최대한 반영해 이들의 만족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이를테면 공모전을 열어 당선된 디자인을 활용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굿즈 관련 요 청을 받기도 한다. 박경옥(이화여대 생활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과거처럼 정형화된 굿즈에서 탈피하고자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여 기본 색상과 디자인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도 굿즈에 대해 의뢰하는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굿즈 제작에 참여하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으로 소비 형태의 변화를 수용한 굿즈도 눈에 띈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SNS 활용도가 높은 마스코트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기념품점 관계자는 “카카오톡 캐릭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학교 마스코트 캐릭터도 SNS 시장에 진출했다”며 “이런 흐름을 의 식해 마스코트 캐릭터 디자인도 조금씩 수 정되었고 그에 따라 굿즈도 변화했다”고 전했다. 대학교 굿즈는 광고 및 판촉활동으로써의 효과가 상당하다. 학교 입장에서는 굿즈가 학교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후문이다. 이와 더불어 굿즈는 재학생들의 애교심 촉매제 역할도 한다. 박 상임이사는 “소비자들은 설립연도를 새겨넣은 티셔츠를 입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커뮤니티 안에서의 동질감을 누리는 것도 한몫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양대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하이리온 (HY-lion)’ 인형이 한쪽 벽면에 진열돼 있다. 이 인형은 한양대 굿즈 중 가장 인기 있는 굿즈 중 하나다.

# 이화여대 강아지 의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굿즈도 출시되고 있다. 대학가 굿즈계의 전통강호 이화여대는 ‘강아지후드티기모’, ‘강아지이화티셔츠’ 등의 상품을 내놓아 반려인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또한 반려동물의 패딩 제품도 준비하여 그들의 겨울나기를 책임질 예정이다.

▶면 소재의 강아지이화티셔츠. 이화야구점퍼와 같은 디자인으로 강아지와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이화여대 생활협동조합)

# 고려대학교 공식 와인

굿즈의 고급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와인은 다른 굿즈보다 사뭇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고려대학교가 제작한 ‘라스토 랑데올 2016’과 ‘샤토 클락 2015’ 와인이 있다. 두 와인 모두 프랑스산이지만 이들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라스토 랑데올 2016은 중후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남성적인 스타일인 반면, 샤토 클락 2015는 매력적이고 우아한 베리류의 과일향과 바디감을 선사한다.

▶고려대가 제작한 두 와인은 보쌈, 스테이크, 바비큐 등과 잘 어울린다. 특히, 라스트 랑데올 2016(좌)은 마시기 30분 전에 개봉하면 더 좋은 맛이 난다.

답답하면 니들이 만들던가, 그래서 만들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굿즈를 보면 자칫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교표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거나 디자인이 탐탁지 않아, 남들 앞에 내놓는 것이 꺼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학교엔 아예 기념품점도 없는데?’라며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한 이들을 위해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그들 고유의 디자인을 제작한 것이다. 2019년 1학기에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한성대학교 굿즈동아리 ‘HUG’는 학교의 상징 동물인 ‘거북이’를 활용해 굿즈를 제작했다. 동아리를 운영했던 박건재(IT융합 2) 씨는 “우리학교의 경우 굿즈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학우 몇몇이 모여 굿즈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인 ‘한성대학교 대나무 숲’의 캐릭터 ‘대북이’를 활용해 굿즈를 제작했다. 박 씨는 “학생들의 선호를 파악하 기 위해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교를 과시하지 않는 디자인을 채택해 일상 생활에서 써도 무방하게끔 제작했다”며 “학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키링, 핀뱃지, 스티커에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예쁘다’, ‘무조건 산다’ 등 학생들의 긍정적인 견해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굿즈를 제작한 사례는 학교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 학생들로 구성된 ‘Drsk’가 좋은 사례다. Drsk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굿즈를 제작하면서 선후배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독립적인 팀이다. 이들은 학교 내에 위치한 문화재 ‘명륜당’을 에코백, 리유저블컵 등의 굿즈에 새겼다. 자칫 문화재라서 ‘올드’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옛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미’를 재해석해 재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단순한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매 수익금을 예비 신입생 및 입학생에게 기부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Drsk의 권휘구(성균관대 4) 학생은 “학교 공식 굿즈가 있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자체적으로 굿즈 팀을 조직했다. 여기에 수익금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부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했다”며 “특히 2018년에는 성균관 설립 620 주년을 맞이해 신입생 620명에게 굿즈를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이와 같은 구조를 ‘선물의 선순환’이라 칭하며, Drsk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하물며 나날이 높아지는 인지도는 덤이다.

그렇다면 학생들 에게 대학교 굿즈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에 대해 박 상 임이사는 “굿즈를 가지고 단순히 대학교를 홍보한다는 측면보다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동질감, 소속감을 함께 누리고 확인한다는 점이 대학교 굿즈의 주된 소비 이유” 라고 내다봤다.

# 한성대학교 ‘HUG’ 스티커 & 키링

HUG는 우리학교 대나무숲 ‘대북이’를 재탄생시켜 스티커를 제작했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멘트를 삽입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올해 축제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굿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가장 비싼 가격표을 달고 등장한 키링도 학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아크릴로 제작돼 내구성 면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 성균관대학교 ‘Drsk’ 비천당 텀블러

성균관대 내에 위치한 ‘비천당’을 텀블러에 새겼다. 성균관의 건물 중 하나인 비천당은 성균관대 학생들이 자주 방문하는 건물 중 하나로 이들에게 친근한 존재다. 직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고풍스러움도 함께 잡았다. 더불어 이 텀블러를 성균관대 근처 카페에서 이용하면 500원이 할인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리유저블컵과 키링에는 교목인 ‘은행 나무’, 성균관 설립연도인 ‘1398’이 새겨졌다. (사진 제공 : Drsk)

▶Drsk가 제작한 텀블러. 학교 근처 카페에서 사용할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근 상권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Dr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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