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디문화의 구세주, 크라우드 펀딩 (한성대신문, 516호)

    • 입력 2016-09-19 15:49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혹시 취향저격 아이템을 찾아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바야흐로 개성의 시대. 인디음악과 인디게임 등 수많은 인디의 범람 속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가 있다. 바로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와 멋들어진 디자인의 제품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크라우드 펀딩이 그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최근 인디문화의 구세주로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소비방식이다. 지금부터 단돈 만 원으로 당신만의 득템을 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의 매력에 대해서 알아보자.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빠름 빠름 빠름~’ 모 통신사 광고처럼, 우리 민족은 외국인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배달의 민족이다. 최근에는 익일배송과 당일배송을 넘어 로켓배송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크라우드 펀딩은 오히려 느림으로 차별화를 추구하여 역주행을 시도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제품은 기다림의 미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직접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물품을 구매해보았다. 100, 200... 주문량이 목표치를 향해갈수록 기자의 기대감은 점차 커져갔다. 만약 주문량이 적을 경우, 제품 제작은 취소되고 결제 금액은 전액 환불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주문량이 목표치를 넘어섰고, 기자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마 그와 동시에 판매자는 제품 제작을 시작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동료를 모았다 하더라도, 이 이후에는 더욱 긴 제품 제작 기간이라는 고비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기자의 경험 상, 기다림은 곧 기대감이었다. 수시로 구매현황창의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기를 몇 번.긴 기다림 끝에 만난 물건은 더욱더 애착이 갔다. 시계장인이 만든 롤렉스 시계만큼은 아니겠지만, 도착한 물건은 한땀한땀 정성이 들어가있는 틀림없는 진짜였다. 언제까지 창고에 처박혀있다 나온 양산품에 만족하고 있을 것인가. 기자의 대답은 오직 크라우드 펀딩이다. 마지막으로 유경험자로서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가질 독자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기다릴 지어다. 기다리는 자에게 득템이 있나니...’

‘메이커스 with카카오’에서 판매된 앞치마 로 변신하는 가방, 출처: 다음카카오

내 안에 스토리 있다
웹툰 「진돌만화」에 등장한 캐릭터에서 착 안한 ‘진돌쿠션’, 출처: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장인들의 웰메이드 제품들이 매일 칼부림을 벌이는 온라인 마켓계의 무림강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아 후원자들의 눈에 띄려면 남들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가 말했던가,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라고.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외면보다는 내면을 바라보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한번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진행된 진돌쿠션펀딩을 살펴보도록 하자. ‘진돌쿠션이란진돌만화라는 웹툰의 캐릭터에 착안한 쿠션이다. 단순한 개의 머리모양을 한 이 쿠션은 자그마치 4천만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성황리에 펀딩을 마칠 수 있었다. 이 단순한 쿠션의 인기 원인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진돌만화라는 웹툰이 가진 가치 때문이다.진돌만화레진코믹스라는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일상개그 만화다. 비록 네이버 웹툰에 비해 마이너한 플랫폼의 마이너한 웹툰이지만, 이 웹툰의 담긴 익살이 쿠션의 가치를 십분 끌어올린 것이다.
김케장 원작만화 단행본펀딩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김케장은 유명 커뮤니티에서 연재되던 웹툰의 작가로, 그림이 투박한 수준을 넘어 조악할 정도지만 크라우드 펀딩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이는 그 웹툰의 독특한 스토리 센스가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예쁘고 멋진 디자인으로 여러분들의 눈을 현혹하는 제품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스크롤을 내려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에게 운명을 속삭여줄 인생템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바꿀 물건을 만들 수 있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상품화할 수 있는 곳이 크라우드 펀딩의 세계다. ‘번치 오 벌룬(Bunch O Balloon)’은 텍사스에서 8명이나 되는 자녀들에게 물풍선을 만들어줘야 했던 비운의 아버지 조쉬가 창안한 물건이다. 한꺼번에 무려 37개의 물풍선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이 물건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물건은 킥스타터에서 수많은 아버지의 심금을 울리며 무려 84만 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식단과 운동량을 자동으로 체크해주는 벨트, 줄 없는 기타, 공중에 떠있는 화분······. 도라에몽 주머니에서 나온듯한 아이디어 상품들은 통장잔고를 잊게하는 최면을 건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조쉬와 같은 일반인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후원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평범한 물건들이 질렸다면 이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크라우드 펀딩은 당신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번치 오 벌룬’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 출처 : 킥스타터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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