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평평한 소통의 운동장에서 (한성대신문, 561호)

    • 입력 202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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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1-16 00:17

‘불통즉통, 즉통불통(不通卽痛, 卽通不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 동의보감에 나온 말이다.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의학을 넘어선다. 어떤 집단에서든 구성원 간 소통은 중요하다.

소통이 특히 강조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선거철이다. 학생대표로 나온 후보자는 너도나도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겠다”고 외친다. ‘소통’의 목적은 무엇일까. 학생의 말을 잘 모으는 것? 학교의 결정을 잘 파악하는 것? 양자의 의견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에 참여한 모두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누군가의 정보만 너무 많다면 다른 쪽은 소외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보의 비대칭이다.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입장에 대입해보면, 학교와 총학, 학생 3자의 정보격차가 최소한으로 줄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은 학교와 바로 소통하기 어렵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학생과 소통하기 어렵다. 이 둘을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총학이다.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총학은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학교에 전달하고, 학교의 결정과 그 과정을 학생에게 세심하게 알려야 한다.

이번 총학은 간담회 등을 통해 3자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본교는 지난 학기부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정기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학사 일정 변동 등이 논의됐다.

간담회 전, 총학은 학내 커뮤니티와 본교 공식 홈페이지에 설문조사를 게시해 온라인 강의 연장, 블렌디드 강의 진행 여부 등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취합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학교 측에 전달됐다. 학교는 학생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여러 대응을 논의하는데 활용했다. 학생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는 과정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학교의 입장은 학생에게 잘 전달됐을까?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교가 온라인 강의 개강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던 8월 16일, 총학은 ‘대학본부 회의에서 2학기 전면 온라인 개강을 요구했으며, 본부의 대답은 28일에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다”며 “대학본부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학생의 요청에도 총학의 답변은 없었다. 학생은 16일부터 28일까지 약 2주간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불안한 개강 준비를 해야 했다.

정보가 부족한 쪽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의 비대칭이 만들어낸 역선택이다. 학생이 불안한 이유는 기숙사, 휴학 여부, 취업 등에 있어 역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만약 대학본부 회의에서 오고 갔던 내용을 총학이 공개했다면 학생의 불안함은 덜하지 않았을까.

소통을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총학생회는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 없다. 학생의 입장을 전달하다가도 학교의 주장에 때로는 물러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과정을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답이 나왔을 때는 그 답이 나온 과정과 근거를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 학교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충분히 정보를 줄 수 있다면, 학생도 학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지난 9일부터 2021학년도 학생회 선거 운동 기간에 들어섰다. 새로운 총학생회는 앞선 총학생회가 지나간 길을 살펴보며 옥석을 헤아려봐야 한다. 정보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 새로운 총학생회와 함께 평평한 운동장에서 함께 소통하는 학생의 모습을 기대한다.

박희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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