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넌 할 수 있어!” 이제는 그만 (한성대신문, 516호)

    • 입력 2016-09-20 11:18

여러분들 나이면 뭐든 할 수 있을 때입니다. 일단 시작하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접하곤 한다.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이들은 TV 또는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곤 한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들이 진정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선 한 번 따져볼 일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필자에게 이런 메시지들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필자 또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여러 가지 공부와 일들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충실히 받아들인 뒤에 오는 것은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강한 무기력함과 회의감이었다.
우리가 보통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바라보는 목표는 보통 한 분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의 결과다. 공부든, 예술이든, 사업이든, 프로젝트든 시작할 때 그 분야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곤 한다. 우리는 잘하고 싶지, 적당히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잘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미술, 수학, 요리 등에 능통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인물이 역사에 회자되곤 하는 것이다.
하나의 일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것이 인간이다. 때문에 뭐든 잘 해내려 한다면 결국 어느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가 어렵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과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투자 했기 때문에, 한 곳에 투자한 사람보다 못하다는 아주 단순한 경제적 원리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뭐든 잘 할 수 없는 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달콤한 환상이 산산조각 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자신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뭐든 잘 할 필요는 없다.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노력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넌 할 수 있어!”가 아닌 넌 이건 못하고, 이건 잘해!” 라는 말이 더 올바른 말이 아닐까?

이현우
무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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