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수상소감> "위로가 되기를"

    • 입력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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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06 16:33

당선 소식을 전해 듣고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툭 떨궜습니다. 입맛이 싹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배가 불러버렸기 때문이었겠죠. 소리를 지르고 집 안을 비 맞은 들개처럼 뛰어다니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는 여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고 다닌 지 3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쓴 건 5년쯤 되었습니다. 글쓰기 세계에서는 햇병아리도 아니고 태어나지도 않은 수정란 수준일 것입니다. 그래서 당선이 더욱 값집니다.

근래 제 주변인을 포함해 사람들을 바라보면, 행복하려고 다분히 노력하거나, 지나치게 우울에 빠져있거나 합니다. 보통은 전자가 선행되고, 후자가 결과로 따라옵니다. 열등감은 마모되는 것이 아니라 날이 갈리는 물건이라, 삽시간에 사람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놓기 마련입니다.

비극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아시나요? 저는 그 씁쓸한 뒷맛을 참 좋아합니다. 인간은 공감의 동물입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불행하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런 삶, 조금은 슬펐던 것, 불행한 서사는 기묘하게도 한때 불행했던 이들에게, 그리고 불행한 이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지구의 희극이 보지 못하는 달 뒤편의 상처 같은 것이라, 그건 정말 온전하게 비극의 영역입니다.

위로는 아주 오래갑니다. 기억에도 마음에도 아주 오래 남습니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제가 쓴 글이 누군가의 불행에 위로가 되기를, 많이 행복하되 어떤 불행의 순간에 가끔 어렴풋이 생각나기를 빌어봅니다.

김태은(I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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