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군가의 용기가 없더라도 (한성대신문, 566호)

    • 입력 2021-04-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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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4-12 00:03

최근 학내 익명 커뮤니티는 학생회의 회식 소식으로 뜨거웠다. 지난 3월 25일, 컴퓨터공학부(이하 컴공) 학생회 소속의 한 학생이 ‘컴공 학생회가 3월 26일에 단체 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폭로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회식 관련 카카오톡 단체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 속 학생회장은 “현 상황에서 회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안전하게 진행할 예정이니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은 학생의 공분을 샀고, 학생회를 비판하는 많은 댓글이 쏟아졌다.

다음 날, 컴공 학생회장은 사과문을 올렸다. 첫 사과문에서 학생회장은 “회식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올해 학생회 활동은 선후배와의 교류를 통해 친해지는 것 말고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매일 600명 내외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확산세를 막기 위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상황이다. 본교도 블렌디드 강의와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을 통해 방역에 힘쓰고 있다. 학생 역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팀 프로젝트를 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 속에서 5인 이상의 단체 회식을 결정한 학생회장의 판단은 안일했다.

또한, 학생회에서 부원들과의 친목은 분명 필요하지만, 가장 우선될 수는 없다.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해 학교와 소통하고, 학생의 의견을 듣고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이 먼저다.

회식 없이 친목을 다지는 방법은 많다. 대면 만남만이 친해지는 길은 아니다. 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대면 회식을 통해 다 같이 이야기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친해질 수 있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는 답답한 요즘, 주위 사람과 모임을 가지고 싶고, 만나 놀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잠깐의 판단이 주변 사람에게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다. 대표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누군가의 용기가 없더라도 학생에게 모범이 되는 학생회가 되길 바란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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