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가 가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쁨은 약이 되기도 하네요. 아픈 몸으로 아르바이트를 겨우 마치고 돌아와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약발이 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내용을 자꾸 다시 확인하다보니 어느새 아픈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했고, 새 학기에 교과서를 받으면 소설과 수필만 모두 읽어버리곤 했습니다. 소설은 서사가 있어 흥미롭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생이 되어 읽어본 시집의 감상은 이전과 퍽 달랐습니다. 어떤 시는 철렁 가슴이 내려앉고, 본 적도 없는 장면을 눈앞에 그려놓고, 늘 읽고 쓰던 단어들이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와닿는 시를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적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툴고 미숙한 티가 났을 제 시를 가작으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 립니다. 한성문학상 투고는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4학년이 되어서야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조금 더 잘 써보라는 뜻으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종종 시를 써 보려합니다. 아직은 제 글을 어디에 보여준다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지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앞으로는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쉬이 남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서양화 졸업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시가 그림과 닮은 데가 많다 싶기도 합니다. 그림도 완성하고 나면 이런저런 부분을 수정하고 싶고, 다시 보면 부끄러운 부분이 생기기도 하는데 써놓은 시들을 다시 보니 똑같은 마음입니다. 더 많이 읽고 경험해서, 시도 그림도 지금보다 더 공감할 수 있고 입체적인 것으로 그려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