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MBTI가 청년을 덮쳤다! (한성대신문, 586호)

    • 입력 2023-02-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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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2-27 00:01

<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첫 만남에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말, “넌 MBTI가 뭐야?” MBTI는 4가지 선호지표(E-I, S-N, T-F, J-P) 척도를 통해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는 검사다. 아주 오래전 개발됐던 성격유형 검사인 MBTI는 2020년쯤 그 이름을 널리 떨치기 시작했다.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 MBTI 세계관! 우리가 알고 있던 검사에 대한 진실과 우리 주변을 둘러싼 MBTI를 A to Z 탐방한다.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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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 보이지만 다릅니다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란 어색한 첫 만남에 빠질 수 없는 대화 소재가 됐다. 누구나 한 번쯤이라도 해 본 무료 MBTI 검사, 과연 믿을 만할까?

사실 우리가 ‘16Personalities’ 사이트를 통해 알고 있는 무료 검사는 ‘네리스 유형 탐색기(NERIS Type Explorer)’라는 명칭의 검사로, MBTI 검사가 아니다. ‘진짜’ MBTI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Carl Gustav Jung)의 심리유형론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유료로 제공된다. 검사를 진행하며 유심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16Personalities 사이트 내 그 어디에서도 MBTI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진행방식도, 문항의 수도, 결과에 대한 설명도 MBTI 검사와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무료 검사의 경우, ‘네리스 애널리틱스 유한회사(NERIS Analytics Limited)’라는 영국의 회사가 제작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오역되는 경우가 많아 항목의 정확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ASSESTA 심리평가연구소’(이하 어세스타)는 오역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무료검사가 사용자에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문항도 여과 없이 전달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무료 검사와 MBTI 검사는 사용자가 해당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MBTI 검사는 검사 시작 전, 후로 검사를 통해 나오는 유형이 환경과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제시한다. 또, 검사 결과가 가변될 수 있는 부분임을 명시한다. 하지만 무료 검사는 그렇지 않다. 무료 검사의 경우 결과로 도출된 유형이 사용자의 고정적인 성격인 것처럼 서술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모든 사용자의 성격이 16가지로 분류되는 것처럼 극단적인 해석이 야기될 수 있다. 무료 검사만 진행한 사용자가 자신의 결과로 나온 유형의 완전히 과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어세스타는 무료 검사가 단지 MBTI의 이니셜 코드만 차용한 것으로, 기존의 의도대로 개념이 내포한 의미를 해석하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기자가 정식 MBTI 검사를 구매해 진행했다. [사진 : 김기현 기자]

만약 자신이 무료 검사만 경험해본 MBTI ‘과몰입러’였다면 정식 MBTI 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한국인 맞춤 MBTI 검사를 만들어낸 어세스타 홈페이지의 ‘MBTI 사람의 발견’ 서비스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가격은 2만 4천 원이며, 93개의 문항으로 이뤄진다. 검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다. 상담 기관에 방문해 검사와 해석 상담을 함께 받는 방식도 존재한다. 일부 대학 내 상담 센터에서 무료로 정식 검사를 제공하기도 하니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검사를 받아보면 알게 될 테다. 나의 ‘진짜’ MBTI 유형에 대해.

어디에서나 찾아보세요

활자로만 존재하고 사라질 줄 알았던 MBTI는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평소 SNS를 둘러보다 보면, MBTI와 관련한 오프라인 콘텐츠를 경험하고 인증하는 글이 종종 보인다. MZ세대의 대표주자로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러 MBTI 콘텐츠 중 ‘맥주 MBTI’와 ‘MBTI 운세’, 그리고 ‘MBTI 떡볶이’를 만나러 다녀왔다.

▲북촌에 위치한 홈브루하우스에서 맥주 MBTI를 체험 중이다. [사진 : 정상혁 기자]

나만의 맥주 취향을 알아볼 수 있는 ‘맥주 MBTI’를 체험하러 북촌에 위치한 홈브루하우스로 향했다. 맥주 MBTI는 8문항으로 이뤄진 간단한 검사였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맥주를 마실까’라는 문항에 재즈, 록 밴드, 올드팝, 라디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질문들이 제시됐다. 검사 후에는 한장의 엽서가 제공된다. 결과를 보여준 엽서는 사용자의 성격과 해당 맥주가 잘 어울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맥주 MBTI 검사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시간으로 성격과 맥주 취향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는 새로운 체험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니, 청년들이 관심을 쏟지 않을 이유가 없는 듯하다. 단순히 맥주만 마시는 가게였다면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같은 경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홈브루하우스의 신동찬 매니저는 “신선하다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맥주 MBTI 체험을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받고, 그 결과가 잘 맞아 좋아하는 경향이 크다”고 답했다.

▲기자가 대학로에서 MBTI 운세 뽑기를 하고 있다. [사진 : 정상혁 기자]

대학로 한 곳에서 MBTI 운세 뽑기 기계가 모여있는 가게를 찾았다. 운세 뽑기 기계는 주로 ‘띠’나 ‘별자리’ 등으로 구성되곤 하는데, 이젠 MBTI가 등장했다. MBTI는 총 16종류이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더불어 MBTI 운세는 띠나 별자리를 기준으로 한 기계처럼 내가 뽑아야 하는 기계가 ‘항상’ 고정돼 있지 않다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MBTI는 환경과 사회적 요구 등에 의해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INTP였던 사람이 내일은 ESFJ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감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태어나는 순간 정해져 바꿀 수 없는 띠 혹은 별자리와는 다르니 말이다.

운세를 뽑아보면 가장 상단에는 MBTI 유형에 대한 설명이, 나머지는 MBTI와 관련 없는 직장운, 건강운, 연애운 등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그저 복불복으로 나오는 운세 결과도 MBTI와 접목하니 더욱 그럴싸하게 여겨지는 느낌이다. 평범한 운세에 MBTI라는 콘텐츠가 더해져 나에 대한 공감과 미래를 점쳐보는 것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즐길 거리가 두 배가 됐다.

▲MBTI 떡을 활용해 만든 떡볶이의 모습이다. [사진 : 정상혁 기자]

MBTI 모양의 떡이 있는 떡볶이집도 존재했다. 사실, ‘떡 모양 하나로 MZ세대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방문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다. 해당 떡볶이집을 방문한 고객들은 MBTI 떡 모양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글지글 떡볶이가 완성되고 앞접시에 떡 모양을 이리저리 돌려 여러 MBTI 유형 모양의 배열을 완성한다. MBTI는 먹는 순간에 하나의 ‘놀이’가 됐다. ‘I형이니까 I형 먹어야지’, ‘감성 좀 늘어나게 F를 먹자’ 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떡볶이를 먹으며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MBTI를 주제로 떠들다 보면 어느새 상대를 조금 더 알아간 느낌이 든다. ‘아,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상대의 MBTI 유형 성격을 생각해보면 유쾌하게 납득될 때도 있을 테다. MBTI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MBTI만큼 상대를 가늠하는데 빠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청년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MBTI를 숨 쉬듯 활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MBTI를 첨가해 만든 콘텐츠는 성격을 알아가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나의 선호를 찾을 수 있다니! 그래서 청년은 그렇게 꾸준히 MBTI에 열광하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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