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영화 <다음 소희>가 지닌 가치 (한성대신문, 586호)

    • 입력 202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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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2-26 21:50

여기 우리가 꼭 봐야 할 영화가 있다. 2월 8일 개봉한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다. 특성화고 3학년 소희(배우 김시은)가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가며 겪게 되는 문제들로 인해 자살하고 그런 소희의 행적을 쫓으며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배우 배두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관객들은 씩씩하고 당찬 성격의 소희가 감정노동과 과도한 업무량, 급여문제 등으로 점차 좌절하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소녀의 개인사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는 형식을 취한다. 따라서 소희를 방관하고 외면하다 결국은 책임을 회피하는 많은 어른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영화 <다음 소희>는 특정 인물을 악으로 설정해 비판하지 않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악역으로 보이던 인물들도 결국은 잘못된 사회적 구조 속에 놓여있는 보통의 사람들임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는 취업률을 위해 학생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특성화고와 현장실습생을 고용하는 직장, 그러한 실태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교육부의 모습이 등장한다. 실상은 영화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2017년에 발생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영화를 통해 즐거움과 작은 행복을 전하는 것도 가치 있지만 알지 못했던 사건을 더 많은 이가 알게 하는 것,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또한 영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임을 영화 <다음 소희>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영화가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본 자는 소희를 기억한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무너진 공장의 지붕 아래에서, 무서워하던 물속에서, 시끄러운 기계 속에서 쉬이 청춘이 져버리는 일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도록 많은 상업영화 사이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다음 소희>를 열렬히 응원한다.

김다인(인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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