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이재명, 하영제. 최근 3개월 동안 저마다의 이유로 ‘구속’ 여부에 관심을 끌게 한 국회의원들이다. 특히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체포동의안 부결 등의 사건은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하영제(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국회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잇따라 국회에 보고되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불체포특권은 특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지 않을 권리다. 피고인이 도주 또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경우, 검사는 구속영장 발부를 담당 판사에게 요청해 피고인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불체포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인물이라면 검사는 함부로 그를 구속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이 불체포특권을 보장 받는다. 『대한민국헌법』 제44조 1항에 따르면, 현행범인이 아닌 국회의원을 국회의 동의 없이 회기 중에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없다. 이에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원의 체포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판사가 구속할 필요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를 거쳐 국회로 전달하고, 국회에서 해당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체포동의안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가결되면, 수사기관은 해당 국회의원을 구속하거나 체포할 수 있다. 부결 시 구속영장은 기각된다.
언제부터 국회의원은 함부로 체포될 수 없다는 특권을 가지게 됐을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역사는 의회 정치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일찍이 귀족 중심의 의회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의회와 국왕이 자주 충돌했다. 특히 1603년 영국의 왕으로 즉위한 제임스 1세는 사사건건 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의원을 체포해 감옥에 가둬 버렸다. 이에 강하게 반발한 의원들이 국왕은 의원을 임의로 체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의회특권법’을 제정했다. 세계 각국의 헌법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장영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의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일을 막기 위해 세계 선진국 모두가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불체포특권이 최근에 와서는 국회의원에 의해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2000년 이후 국회로 전달된 체포동의안 41건 중 8건만이 가결되며, 민주화 이후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 개인의 비리나 범죄에 대한 구속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가장 최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부결’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방탄 국회라는 촌평은 피할 수 없었다. ‘불체포특권 폐지’ 여론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차진아(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체포특권의 행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임시 국회 소집 등의 행태는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며 “불체포특권의 오남용으로 인한 비판적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불체포특권을 정말로 폐지할 수 있을까. 헌법학자들은 불체포특권이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장치이기에, 오남용된다는 이유로 바로 폐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활동이 크게 저해되는 독재정권이 끝나고 민주적 정치체제가 자리잡았을지라도,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환경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덕연(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데타와 같은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권위적인 정치 체제, 법관의 독립성이 준수되지 못하는 상태 등이 나타날 가능성을 전부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윤철(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불체포특권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을 개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나 제도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없어서는 안 되는 권한”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체포특권이 그 취지에 맞게 작동하려면, 국회의원이 표결에 임하는 자세와 유권자로서의 국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률적 보완보다도 말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의 기명투표화’, ‘48시간 내 표결하지 않을 시 가결로 간주’ 등 법률적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공주(상지대학교 법률행정학과) 교수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데 대해 정치권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에서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말고 국회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표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 교수는 “국민이 불체포특권을 오남용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비판하는 방식을 통해 불체포특권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