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심리학자로서 사회 이슈를 다루는 교과목을 맡게 되었을 때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이 어떠한 지점에서 사회 이슈와 관련되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리를 쉽게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정신병리 문제는 남과 공유하기도, 그리고 남이 개입하기도 쉽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개인의 정신 병리는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는 병리명 자체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성격적으로 사회와 타인에게 죄책감 없이 피해를 주는 장애이기 때문에 타인들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상당한 피해를 받게 된다. 즉, 한 명의 잘못된 사고와 정신적 문제가 타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다. 만약 그 한 명이 조직의 책임자라면 그 피해는 더욱 상당할 수 있다. 나의 정신적 건강 챙김은 나의 안녕은 물론이거니와 타인의 행복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병리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우리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개인의 정신 병리와 사회적 관계가 있다. 어떻게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까에 대한 답이다. 심리학에서는 어떤 사람의 정신병리 원인을 Nature(타고남)와 Nurture(만들어짐)의 상호작용으로 파악한다. 사이코패스 역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으로 그 원인을 해석한다.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많은 정신병리의 유전적 소인은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즉,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떠냐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인 가족, 저성장, 입시경쟁 등이 은둔형 외톨이, 우울증 등을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이것이 집단적이라면 결국 그 사회는 병들어 활력을 잃게 된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부모의 결핍, 특히 아버지의 결핍이 주요한 원인으로 언급된다.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부모라는 울타리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가족, 학교, 조직, 국가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상기시켜봐야 할 것이다.

이글을 마치며 여러분들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져본다. 여러분은 정신적으로 건강한가요? 여러분의 사회는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인가요?

이지영(소양핵심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