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서사의 본령과 열정 사이

    • 입력 2025-12-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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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2-08 00:21

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일상을 지배하는 문화적 지형에서, 서사의 본령에 충실하면서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응모작들을 마주했습니다. 대체적으로 향유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에 대한 인식과, 기본에 충실한 글쓰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창작을 향한 열정들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는 독해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완만한 실종 계획」은 ‘실종’이라는 모티프를 바탕으로 한 서사적 발상은 흥미로웠으나 그 발상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정보를 던져 주어 함축성의 묘미가 반감되고 있습니다. 「앵무새」는 서사적 상황이 주목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으나, 그 상황을 한 편의 소설로 확장해 나가기에는 상황에 담긴 의미가 모호하고 성격화도 미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겨울」은 소설적 메시지는 유의미하게 설정됐으나 플롯의 전략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서사적 긴장감이 미흡하고 결말도 느슨하게 구성돼 있어 기대가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쓴 뒤에야」는 소재나 문장력에서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설이었으나, 서사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우연성을 계기적인 요소로 끌어내지 못한, 즉 우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아쉬움을 줍니다. 서술자가 말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메리, 메리 프랑켄슈타인」은 공감력을 지닌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상당했습니다. 전개 되는 상황이나 의식의 내면을 건조하고 냉랭한 말로 드러내는 서술은 독자가 작품의 서사를 자기 서사로 수용하게 하는 효과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덕에도 불구하고 결말 부분의 완성도가 미진했습니다. ‘아빠’라는 존재가 표면에 떠오르면서 서사적 긴장감이 완화하고 갈등의 해소에 이르게 되는 단계가 좀 더 설득력 있게 설정되었더라면 작품의 함량이 좀 더 풍부해 졌을 것입니다. 가작으로 내는 이유는 이 마무리의 미흡함에 있지만, 문장 구사 능력을 비롯한 서사적 역량 이 예사롭지 않기에 이후의 성장을 기대해 봅니다.

김동환(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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