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감당 어려운 청년 증가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봐야
사후 대신 사전 조치 필요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30대 이하 ‘다중채무자’는 141만 9천 명이다. 2021년 대비 6만 5천 명이 증가한 수치로 이들의 대출 잔액은 157조 4천억 규모다. 여기서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의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사람들로, 빚을 빚으로 막는 소위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 사료된다.
2022년 ‘취약차주’에 속하는 126만 명 중 36.5%에 달하는 46만 명도 30대 이하 청년이었다. 취약차주는 1~10등급으로 구성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이거나 소득이 하위 30%의 저소득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뜻한다. 청년들의 부채가 악성부채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환(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을 크게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취약차주들은 추가적인 대출이 필요할 때 『상호저축은행법』에 의해 규제되는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시중은행에 비해 이자가 높지만, 대출의 장벽이 낮아 청년들이 이용하기에 비교적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진 의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2022년 상반기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의 35%인 14조 7,532억을 30대 이하 청년들이 차지했다. 이필상(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처음에는 제1금융권을 이용하다가 빚을 갚기 어려워지면, 저축은행과 카드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 여기서도 대출이 어려워지면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되는데, 심한 경우 금리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채를 쓰게 돼 삶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부채의 원인이 사회구조적인 측면과 관련이 크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다. 부채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 등과 연결 지어 봐야 한다는 의미다. 백승훈(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상임이사는 “청년 부채의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흔히 생각하는 투자나 여행, 사치 등의 요인보다는 생활비, 교육비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부분이 청년 부채 요인으로 더 많이 꼽힌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청년 부채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은 필요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당시 불었던 일명 ‘빚투’, ‘영끌’ 등의 청년 투자 열풍마저도 사회적 문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주거 마련에 있어 근로소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투자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 의하면, 2016년 4,770만 원이던 청년가구주의 부채는 2021년 8,455만 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추가로 2021년 청년가구주의 평균 부채 잔액 중 주거 마련을 위한 부채가 5,82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사업·투자 용도의 부채는 16.5%인 1,398만 원이었다. 백 상임이사는 “청년들의 투자 열풍에 우리 사회의 책임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근로소득 증가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실질임금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체감되는 등의 사회적 상황이 불안한 청년들을 투자에 열중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도 청년 부채의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청년들의 부채 상환 부담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연결된다. 부채 상환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구직 기간을 줄여 임금수준이 낮은 일자리로 향한다는 것이다. 주세연(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은 “부채 상환 부담은 장기적인 직업 선택을 가로막는다. 당장의 부채로 인해 직업훈련 등의 다른 기회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청년들은 채무를 빠르게 상환하고 싶어 하는 쪽으로 선택하지만, 이는 청년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했다.
결국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거나 취직을 하지 못해 소득 부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서도 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이 300% 이상인 청년가구주의 비율은 2012년 8.37%에서 2021년 21.75%로 급증했다고 언급했다. 강인수(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은 자기가 가진 자산이나 소득보다 부채가 많아 부채의 건전성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년 부채의 정책 수립을 위한 다양한 부채 원인에 대한 실태 파악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 차원의 청년 부채 실태조사는 2017년 이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청년들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 센터장은 “청년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원인은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부채의 발생 원인을 세밀하게 확인해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청년들이 부채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부채가 개인적 영역의 문제라고 인식되는 현 상황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금융회사와 협의해 채무자의 상환조건을 변경해 주는 ‘채무조정 제도’ 등을 망설이게 하고, 연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주 센터장은 “채무조정 제도는 사회가 합의해 만든 제도인데, 사회에 주홍 글씨가 박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특임교수는 “빚을 숨기는 경향이 있는데, 숨기면 숨길수록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금융 관련 교육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핀테크(FinTech)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으로 비교적 간편하고 빠르게 대출이 가능해졌으나 많은 청년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2020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이하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의식구조인 ‘금융태도’에 있어 10명 중 3명만이 최소목표점수를 달성했다. 또한 조사 응답자 중 청년층의 33.7%만이 ‘금융·경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백 상임이사는 “사회구성원을 위한 공교육에서 금융 관련 교육이 부족해 민간단체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청년 부채 문제를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실제로 금리가 인상될 때 청년의 경우 부채가 많을수록,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소비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일하고 소비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백 상임이사는 “청년 부채 문제를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경제활동에 재기하도록 돕고,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부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황 파악 및 정책 결정, 상담을 위한 전문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 문제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에 하나의 기관에서 여러 기관의 자료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또한 현재 상담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기에 관련 문제에 더욱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강 교수는 “가계부채의 총액만 살펴볼 게 아니라 어떤 부분에 빚이 많은지, 어떠한 부분이 취약한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주 센터장은 “현재는 상담 시간이 짧기에 충분히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채무에 대한 어려움을 언제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나아가서는 악성 부채에 빠진 청년들의 부채를 먼저 해결하자는 방안이 제시된다. 정부가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장기 분할 대출로 변경해 주자는 것이다. 소득을 지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학업 혹은 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이다. 이 특임교수는 “정부가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소득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청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 분할 대출로 전환한다면 급박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 부채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도 요구된다. 부채가 단지 투자로 인해 발생한 것도, 오로지 개인의 문제도 아니라는 의미다. 백 상임이사는 “청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부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개인의 부채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 관련 교육 또한 초·중등 교육과정에 금융 관련 과목을 늘려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이후 사회에 나온 청년들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도 금융·경제 교육 수강 경험자의 금융이해력 점수가 없는 경우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금융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금융교육에 있어서는 투자에 관련된 부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투자보다는 자산과 부채의 관리 측면에서 종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빚의 수렁에 빠지기 전에 사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강 교수는 “사전에 연체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복지 차원에서 일자리 문제, 실업 문제, 주거 문제 등에 대한 청년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