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성대학교 축제 열기가 한창 무르 익었을 때가 있었다. 한성대학교 캠퍼스에 공연 무대가 마련되고, 흥겨운 음악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던 그때의 장면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공연이 진행되던 날, 탐구관으로 강의를 하러 가는 길에 흥겹게 공연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이 모습에서 젊음의 기운이 유난히 더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며 강의실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빼곡하게 무대를 둘러싼 학생들을 보면서 2018년, 2019년 축제 때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진행된 축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에 진행되었던 축제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치고, 열기가 달아오르고, 더 많은 함성들이 쏟아졌던 것 같다. 지난 3년간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축제 분위기가 고조에 다다를수록 학생들의 함성은 더 커져만 갔다.
아마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없었더라면 즐길 수 있었던 것들,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의 소중함을 지금처럼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누릴 수 있다는 것, 일상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은 지난 날을 겪어 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한 공간 안에서 함께할 때가 소중하다는 것을 과거에는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상상파크에서 학생들의 열띤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자주 본다. 함께하는 것이 허락된 지금, 함께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학생들은 한 단계씩 또 성장해 가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해서 그것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 지금의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일상은 과거의 일상과는 다를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늘 아쉽고, 안타깝고, 후회되는 시간이 되기 쉽다. 1학기를 애초 계획만큼 잘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할 수도 있고, 졸업을 앞두고 생각해 보니 지나간 시간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쉬움들은 내일을 향한 도약의 내용이 되기도 한다. 축제를 즐기지 못했던 몇 년 간의 아쉬움들을 모아서 더 크게 즐길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이 바로 지난 날의 아쉬움을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시킬 때가 아닐까 싶다.
노정은(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