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푹푹 찌는 여름이었다. 역대 여름철 전력수요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을 정도다. 더운 환경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힘든 나날을 보냈다. 실제로 폭염주의보 속 에어컨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카트를 운반하던 한 젊은 청년이 ‘온열과 과도한 탈수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인해 숨졌다.
폭염 속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령에서 노동자의 휴식시간과 장소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에서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 혹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적절한’ 휴식의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결여도 심각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노동자의 이 같은 권리를 작업중지권이라고 일컫는다. ‘급박한 위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작업중지로 인해 손실된 임금이 보전되지 않는 실정이다.
우선, 휴식의 시간과 장소 등에 대한 명확한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 15분 남짓한 휴식시간을 보장한다면, 업무 장소에서 휴식장소까지의 이동 거리에 대한 기준 역시 제시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동 거리가 고려돼야만 노동자들은 휴식다운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노동자의 체온 38도를 작업중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기준으로 정하고, 이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성인 구강 체온 기준 약 36.4~37.6도가 정상체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작업중지로 인한 임금 손실분도 보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할까봐 권리를 포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더워질 미래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찾아올 무더 위 속, 일하다 죽는 노동자를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잘 일하기 위해, 잘 쉴 수 있는 노동 문화가 도래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신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