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신문>의 8면을 모두 꼼꼼히 읽어내는 독자는 몇이나 될까. 지난 학기까지 필자는 신문을 2번은 넘겨야 등장하는 ‘문화’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코너를 연재하며 문화면까지 도달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문화의 ‘부드러운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해당 코너는 청년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청년들의 행동 양상을 분석해 원인과 전망을 제시했다. 또래 독자의 견문이 확장되는 창으로, 타 세대에게는 청년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다리로 기능하길 바랐다.
코너에서 다루는 기사의 소재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유행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면 낭비가 아닌지 의문을 품은 독자도 존재했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만을 좇아 전달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일례로 아이돌 덕질 문화를 소재로 기사를 작성했을 때, 돈과 시간을 무분별하게 낭비한다는 기성세대의 시각을 변화시키고자 원인 분석에 힘썼다. 결과적으로 덕질 문화의 기저에는 그 세대가 그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분석하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극심해져만 가는 세대 갈등 속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우리 신문만의 문화기사가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세대 간 소통 창구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타 학보사의 문화 기사와 기성 언론의 문화 기사 등이 어쩌면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정치·경제·사회·문화와 같은 기사 분류 속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문제까지 해결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문화에 존재할 수 있다.
현재 필자는 후배 기자에게 해당 코너를 위임했고, 기성 언론에서 기자로 일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그렇지만 사회 어딘가에서 문화의 부드러운 힘을 믿으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싶다. 각종 갈등이 발생하고, 혐오하고, 또 배척하는 지금, 필자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 강력한 제도뿐이라면 절망적이지 않은가.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이해해 보기 위해 지금부터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 보자. 문화면을 펼치자.
박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