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펍’ 영업이 성행 중이다. 홀덤펍은 카드 게임의 한 종류인 ‘홀덤(Holdem)’과 술집을 뜻하는 ‘펍(Pub)’의 합성어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 술과 같은 음료를 마시며 카드 게임을 즐기는 곳이다. 빠르게 승부가 결정되는 ‘텍사스 홀덤’이 홀덤펍에서 주로 진행된다. 홀덤 게임을 하며 획득한 칩으로는 홀덤펍 안에서 판매하는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다. 윤상연(경상국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텍사스 홀덤은 카드 게임의 한 종류로 단순하고 직관적이기에 다양한 카드 게임 중에서도 선호된다”며 “홀덤펍이라는 이름은 대명사처럼 쓰일 뿐, 실제로는 단순한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홀덤펍이 증가하면서 불법도박이 벌어지는 ‘불법 홀덤펍’도 늘어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2조에 따라 국가에서 허용하는 사행행위 이외의 사업은 ‘불법사행산업’으로 정의된다. 획득한 칩을 식음료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면 도박이 아니지만,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환전한다면 도박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부 불법 홀덤펍에서는 이 같은 칩 환전이 벌어진다. 『형법』 제247조에 따르면,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이 이뤄지는 장소를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따라서 불법 홀덤펍이 적발됐을 때, 도박 주체뿐 아니라 홀덤펍 업주까지 처벌받는다. 우성근(카지노게임 연구소) 소장은 “불법 홀덤펍에서 행해지는 도박은 강원랜드, 스포츠토토 등 합법적인 도박과 달리 돈을 베팅하는 데 한도가 없어 도박꾼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며 “순수한 형태의 홀덤 게임은 환전과 같은 과정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법 홀덤펍에서는 고객들로부터 참가비를 모아 토너먼트 형식의 홀덤 게임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상금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불법도박이다. 우승자에게 상금을 지급할 때 홀덤펍 측에서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영리의 목적으로 대회를 주최한 것으로 간주되며, 홀덤펍 업주의 ‘도박장을 개설한 죄’도 성립된다. 이 같은 홀덤 게임 대회는 ‘시드권’이라고 불리는 대회 참가권을 기반으로 성행한다. 각각의 불법 홀덤펍에서 개최하는 소규모의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 홀덤펍 측이 더 큰 대회의 시드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드권을 얻은 사람이 이를 판매하는 경우도 불법도박으로 간주된다. 구매한 시드권으로 대회에 참여한다면 불확실한 수익을 얻고자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단법인 대한홀덤협회는 ‘홀덤펍에서 획득한 시드권, 칩 또는 포인트가 제3의 공간에서 현금으로 교환이 되는 경우’는 불법도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드권은 장당 10만 원가량의 가격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해 높은 순위에 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에, 불법 홀덤펍을 찾는 도박꾼들에게 시드권의 가치가 높은 탓이다.
시드권 거래나 ‘첫 게임 무료’와 같은 이벤트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에게 불법 홀덤펍에서는 손쉽게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홀덤펍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홀덤펍 내에서 사용 가능한 칩을 더 지급하거나 무료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혜택으로 청년들을 유혹한다. 시드권을 판매하는 등 게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금전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열려 있다는 점도 청년층에게 이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상수(세명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경제적으로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사행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금전적인 욕구는 도박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인 동시에 도박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법에서 홀덤 게임 자체는 합법으로 인정하나 환전을 금지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불법 홀덤펍이 청년층을 고객으로 만들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음에도,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단속과 검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점도 문제다. 불법 홀덤펍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같이 익명성이 높은 플랫폼에서 고객을 미리 모집한다. 기자가 직접 오픈채팅 검색창에 ‘홀덤’이라고 검색한 결과 다수의 오픈채팅방을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게임 참가자를 모집하고 사전 예약을 받는 방이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홀덤 게임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했으며, 모바일 홀덤 게임 애플리케이션에 참가할 도박꾼을 모으기도 했다. 오프라인의 경우 장소가 어디인지 쉽게 공개하지 않고, 추천인 코드를 받아 사전 예약을 한 사람만 게임 참여가 가능하게 하는 등의 폐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 소장은 “불법 홀덤펍 업주들도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공간으로 숨어들며 단속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또한 불법 홀덤펍의 단속과 검거를 어렵게 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홀덤펍 현장에서 칩 환전이 이뤄지는 경우, 수사기관이 불시에 들이닥쳤을 때 불법도박의 증거를 은폐하기 어려워 중고 거래 플랫폼을 거치는 것이다. 우승자에게 명품 가방과 같은 고가의 현물을 상품으로 지급하고, 중고 거래로 위장해 홀덤펍 업주가 해당 현물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단속이나 검거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 소장은 “경찰이 CCTV를 확인해 추적하는 등 기존의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홀덤펍만의 영업 신고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다수의 홀덤펍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 후 영업 중이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일반음식점은 허가가 아닌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기에 불법 홀덤펍이 이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불법 홀덤펍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 후 도박장 영업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최 교수는 “불법 홀덤펍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 후 불법도박을 자행하는 등 관련 법령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어떠한 행위가 불법도박인지 명확히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법 홀덤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불법도박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청년층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합법과 불법이 공존하고 있기에, 합법 홀덤 게임을 즐기는 청년들 일부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불법도박을 저지를 수 있다. 나아가 도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널리 알려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완(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드권을 거래하는 등의 행위가 불법임을 일일이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홀덤펍을 이용하는 도박꾼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음지로 숨어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국한된 신분비공개수사*의 허용 범위를 불법도박으로 늘려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된다. 경찰이 신분 위장을 통해 오픈채팅방에 잠입하거나 중고 거래 과정에 잠입해 수사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신분비공개수사를 통해 관련 정보가 교환되는 경로를 파악하고, 궁극적으로는 경로를 차단할 수 있기에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홀덤펍’으로 신고 후 영업할 수 있도록 사업자 등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불법 홀덤펍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합법 홀덤펍은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 있도록 해 불법화되지 않게끔 정부가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 소장은 “정부에서 기준을 마련해 관리한다면 건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불법화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비공개수사 : 증거 수집과 범인 검거를 위해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하는 수사기법
김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