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집
이세현
골목 앞길을 지키고 있는 수선집 황씨 아저씨는
하루 종일 다리미로 꾹꾹 셔츠를 눌려펴다가
집에 가서는 누룽지를 팔팔 끓여 대충 먹고는 잠에 든다
다 헤진 메리야스가 매주 전화가 온다던 딸이
재작년 겨울부터 오지 않는 일을 알려주었다
송송 구멍이 뚫려 있는 아저씨의 가슴팍에
어둑한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루히 걸친 파란 남방에는 주름이 져서 밑단이 짧아졌다
늘어나는 메리야스와 짧아지는 남방이 겹치는 선에는
그늘이 져있었고
아저씨는 그늘이 싫어 눈이 세차게 오는 날에는
수선집 문을 닫아버린다
아저씨 셔츠요
놓고 가, 다려다 내일 걸어둘게
내일 눈 많이 온대요
언제까지 닫아놓을 거야, 내일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