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기만한 나치의 선전 전략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나치 집권 당시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이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그는 교묘한 선전 전략(Propaganda)으로 독일 국민들이 홀로코스트를 묵인 하도록 조장했으며 광적인 애국심을 부추겨 패망이 분명한 전쟁터로 나가게 했다. 이러한 선전선동은 독일 대중들을 단 한사람, 히틀러에게 귀속시켰다. 이러한 천재적인 악마성 때문에 괴벨스는 희대의 악인으로 역사에 남았지만, 그가 행한 선전 전략만큼은 탁월한 전략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프로파간다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다의어다.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프로파간다 개념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개념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파간다란 직간접적으로 선전가의 이익에 부합하게 의식적으로 생각해낸 개념과 가치관을, 계획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해럴드 라스웰, 월터 리프먼을 비롯한 많은 미국 사회학자들은 ‘파편화되고 세분화된 대중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볼 때, 선전은 여론과 사회적 합의를 주조해내는 기법이므로 사회 통제수단으로 작용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프로파간다를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로파간다’가 무엇이냐는 논란에 대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프로파간다의 특징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프로파간다 전파에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되어왔으며, 괴벨스가 행했던 선전 전략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프로파간다의 첫 번째 요소는 수사다. 이것은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서 보다 아름답고 정연하게 하는 일 또는 그런 기술’을 뜻한다. 뛰어난 수사는 인간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며, 다양한 ‘은유’로 구성된다. 나치는 아리아인의 순수하고 위대한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서 ‘피’의 이미지를 수사에 이용했다. 사람들은 수사를 통해 대상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독일인들 역시 나치의 수사를 보고, 아리아인의 울타리에 속해 있다는 강한 일체감을 느꼈다.
두 번째 요소는 신화다. 신화는 사회나 단체의 핵심 가치관을 표현하는 이야기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그것을 공유하는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동질 의식을 불어넣는다. 신화가 프로파간다로써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으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괴벨스는 장신에 금발머리 그리고 육체적으로 뛰어난 아리아인의 신화를 차용해 히틀러의 민족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데 활용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신화를 ‘창조’하는데 탁월했다. 나치가 집권하기 전, 공산당은 그들의 정적이었다. 따라서 공산당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당시 나치의 목표였다. 나치당의 초기 멤버로 활동한 호르스트 베셀이 1930년 2월 독일 공산당 소속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살해당한다. 괴벨스는 그를 순교자의 표상으로 삼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를 활용하여 대중들이 공산당을 ‘악’으로 인지하게끔 만들었다.
마지막 핵심 요소는 ‘상징’이다. 상징은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는데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성공적인 상징은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 오랫동안 그 의미가 지속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또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상징에 노출되면서 그것과 개인 간의 일치감을 느낀다. 나치가 국가적 주요 행사에서 나치당의 로고인 하켄크로이츠를 행사장 곳곳에 크게 배치한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위와 같은 선전의 요소들을 통해 괴벨스와 나치는 독일 국민들에게 ‘조작과 기만’ ‘사회적인 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통계를 조작해서 국민을 속였고, 전쟁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낙관적 생각을 하도록 조장했다. 독일 국민의 적을 유대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독일 국민들에게 민족적 위기가 닥쳤음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패망이 눈앞에 다가왔던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독일 국민들에게 비밀 무기가 있다고 선전했다. 이렇게 두텁게 쌓인 거짓은 ‘패전’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괴벨스와 나치의 이러한 만행들은 인류사의 가장 커다란 비극을 만들었다. 국민들의 다양성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오로지 하나의 국민, 하나의 국가, 하나의 지도자만이 남았다. 독일은 다시 일어서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노력해야했다. 그리고 그 상흔은 아직도 유럽 전역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파간다는 권력자에게 분명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절대로 옳은 방법이 될 수 없다. 프로파간다가 현대 사회에 다시 재림한다면, 인류의 역사에 또다시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길 것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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