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반도에 지진 안전지대란 없다 (한성대신문, 600호)

    • 입력 202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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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5-13 00:00

대만에서 규모* 7.4에 이르는 지진이 지난달 3일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에도 보도되며 많은 이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고, 한반도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다시금 피어올랐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경상남도 합천군 일대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이나 대만 등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피해가 적어 ‘안전지대’로 불렸던 한반도는 과연 지진으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진의 발생 원리와 한반도의 지층 등을 파악하면,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다.

지진의 사전적 정의는 ‘지구 내부 암석층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파동에 의해 땅이 흔들리는 현상’ 이다.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려면 지구 내부의 구조와 ‘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구는 가장 안쪽부터 순서대로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맨틀은 지표면으로부터 30~2,900km 아래에 위치한 암석인데, 깊이 670km를 경계로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나뉜다. 외핵과 내핵을 합친 중심핵은 지구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지각은 지구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암석층이다.

상부 맨틀과 지각으로 이뤄진 단단한 암석 덩어리를 ‘판’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표면은 유라시아판, 필리핀 판, 태평양판 등의 다양한 판으로 이뤄져 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판의 경계 부분 보다 안쪽에 위치해 있다. 오창환(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는 주위에 태평양판, 필리핀판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판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 않지만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판은 맨틀에서 발생하는 대류 현상으로 인해 움직이게 된다. 대류 현상이란 높은 온도를 가진 액체와 기체는 아래로 내려가고, 낮은 온도의 액체와 기체는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중력이 만들어내는 압력으로 인해 하부 맨틀 중에서도 외핵에 가까운 쪽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데, 상부 맨틀에 가까운 쪽은 온도가 낮다. 하부 맨틀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인 ‘유체’ 상태로 존재 하기에 대류 현상이 발생하며 하부 맨틀은 계속해서 위 아래로 순환하게 된다. 이 현상이 하부 맨틀 위로 붙어있는 상부 맨틀과 지각으로 이뤄진 판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최진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 센터장은 “판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판 밑에 위치한 하부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저절로 판이 움직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의 움직임은 ‘탄성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탄성에너지는 물체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할 때 만들어지는 에너지다. 탄성에너지가 발생하는 판 안의 지점을 ‘진원’이라고 부르며, 판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그에 따라 진원에서 발생하는 탄성에너지의 크기도 커진다. 최 센터장은 “판의 이동 속도에 따라 진원에 축적되는 탄성에너지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판의 움직임과 탄성에너지는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층을 깨뜨린다. 그러한 균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파동이 함께 생긴다. 이 파동은 깨진 암석층의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땅에 진동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바로 지진이다. 최 센터장은 “탄성에너지가 판 안에서 많이 쌓이면 암석층이 균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동에너지도 커진다”며 “이는 결국 더 큰 규모의 지진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판의 움직임과 탄성에너지로 인해 갈라진 암석층의 부분은 ‘단층’이라고 불린다. 단층은 ‘주단층’과 ‘가지단층’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주단층은 상대적으로 길이가 길고 깊이도 깊다. 주단층에서 가지처럼 뻗어나온 단층이 가지단층이다. 하나의 주단층과 뻗어나간 가지단층들은 ‘단층대’라 통칭하며, 특정 지역에 모여 있고 방향이 유사한 여러 단층대를 묶어 ‘단층계’라 명명하기도한다. 최 센터장은 “특정 지역에 있는 단층대들은 길이에 상관없이 방향이 같기만 하면 하나의 단층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최근에 생성된 단층으로, 가까운 미래에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부른다. 즉 활성단층은 여러 단층 중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단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상이해, 특정 단층의 활성단층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최센터장은 “단층이 생겨난 곳은 이미 한번 판에 상처가 났다고 볼 수 있다”며 “한번 다친 판은 지반이 약해져 또 다시 다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최근에 생겨 판의 상처가 아물 겨를이 없던 활성단층에서 지진의 재발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2014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활성단층정비기획단’을 꾸려 ‘현재로부터 약 260만 년 전 이후에 생성된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정의 내렸다.이에 따라 한반도에 위치하는 여러 단층들 중 활성단층은 2021년 기준 21개로 추정된다. 최 센터장은 “활성단층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 다르다”며 “국내에서 ‘활성단층정비기획단’을 통해 활성단층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해당 기준을 통해 활성단층을 연구해 개수를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개의 활성단층 중 가장 최근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단층은 ‘양산단층대’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지진이었던 2016년 경상북도 경주시 일대 에서 규모 5.8의 ‘9.12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바로 양산단층대의 가지단층인 ‘내남단층’이다. 내남단층이 포함된 양산단층대는 9.12 지진 발생 이후 약 5개월 동안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지속됐다. 9.12 지진 발생 1년 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역시 양산단층대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양산단층대 내 암석층을 입자크기, 색상 등으로 세밀하게 연구한 결과 양산단층대가 최대 규모 6.7 이상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9.12 지진보다도 큰 규모의 지진이며, 한반도 전역에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양산단층대가 주로 위치한 경주뿐 아니라 국가 주요 시설물이 밀집된 부산, 대구, 울산을 포함한 영남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도권 인근에도 활성단층이 존재하는데, 바로 ‘추가령단층’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에서만 규모 3.0 이하의 지진이 150여 회 발생했다. 9.12 지진 이후 연 평균 지진 발생 빈도가 5회에서 30회로 증가한 만큼 9.12 지진이 수도권의 지반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약해진 지반에 추가령단층에 의한 미세한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크고작은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9.12 지진과 같은 대규모의 지진이 수도권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추가령단층이 지나는 서울특별시, 경기도와 강원도 서쪽은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이 넘는 약 2천 5백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 같은 규모의 지진일지라도 그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한반도에도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활성단층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지진에 관한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여러 활성단층의 활동 징후나 위험성을 미리 인지해 지진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파악한다면, 더욱 철저한 지진 대비로 큰 규모로 발생하는 지진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영석(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는 “활성단층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 해당 활성단층의 영향을 받는 지역 건물의 내진설계 규제를 강화하거나 지진대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며 “추후 발생할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센터장은 “땅의 갈라짐이 지표까지 올라온 활성단층이 지진의 위험이 더 높다”며 “활성단층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규모 : 지진 발생 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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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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