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고 사회 한 바퀴> 긁을수록 쌓여가는 빚더미, 카드론 (한성대신문, 604호)

    • 입력 2024-10-21 00:01
    • |
    • 수정 2024-10-21 00:01

<편집자주>

‘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겨우 이해했다 하더라도 경제 뉴스 한번 읽어볼까 하면 공부했던 기억이 휘발되곤 한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하게 소비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사회 전체의 경제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경제 원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 이자율 최대 19.9%’ 장기카드대출 서비스인 ‘카드론’의 이자율이다. 카드론은 신용카드를 통해 담보 없이 소액 대출해주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대출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대출이 증가하며 시중에 융통되는 화폐의 양인 ‘통화량’도 불어났다. 통화량은 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통화량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과 금융당국은 어떤 방법을 취하는지, 대출에 따른 통화량 관리 이론과 카드론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살펴보자.

이승희 기자

[email protected]

맡겨진 자금, 늘어나는 화폐의 양

가계, 기업, 정부와 같은 경제주체는 ‘금융시장’ 내에서 자금을 융통한다. 금융은 경제주체 사이에서 현금 등의 자금이 오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금융시장은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내에서는 예금,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자산’이 거래되고 대출 등을 통해 ‘금융부채’가 발생한다.

금융시장 내에서 금융자산 및 금융부채의 동향은 경제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는 척도가 된다. 다양한 경제주체 사이에서 금융자산이 활발하게 융통되거나 금융부채가 증감하는 양상은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드러낸다. 각 경제주체가 생산한 자본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 전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주영(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내에서 금융자산 및 부채가 오가는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경제 규모가 큰 경향을 보이며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 전체를 이해하고 미래 경제 전망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직접 금융시장’과 ‘간접 금융시장’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직접 금융시장은 자금 수요자와 자금 공급자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인지하며 거래를 이루는 시장을 일컫는다. 일례로 주식을 거래 대상으로 하는 주식 시장이 있으며,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면 그 자금이 특정 기업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간접 금융시장은 자금 수요·공급자가 은행 등의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직접 금융시장과 달리 거래 당사자가 자금 흐름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간접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예시인 은행은 자금 수요·공급자 간 거래를 이어주는 ‘금융중개’ 기능과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 내는 ‘예금창조’ 기능을 수행한다. 금융중개를 통해 은행은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자금 공급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이를 빌리고자 하는 자금 수요자에게 전달한다. 은행은 자금 수요·공급자 각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자금이 효율적으로 융통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다수의 자금 수요·공급자는 거래 비용을 낮추고 대규모 자금도 거래할 수 있다.

예금창조는 은행의 대출 과정에서 특별한 화폐의 공급 없이 새롭게 화폐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은행의 예금창조는 대출 과정에서 예금된 화폐를 일정 부분 남겨두고 나머지 금액으로 다른 경제주체와 거래하기에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현금 100만 원을 발행하고 가계A(이하 A)가 이를 온전히 소유한다고 가정하자. A는 시중은행에 현금을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100만 원을 예금한다. 시중은행은 100만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시중은행은 A가 예금한 돈 전부를 출금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A가 돈을 찾으러 올 경우 지급할 일부만을 남겨놓고 다른 경제주체인 가계B(이하 B)에게 대출해 준다. 이 과정에서 남겨둔 자금의 비율을 ‘지급 준비율’이라 부른다. 시중은행이 지급 준비율을 30%로 설정했다면, 은행은 30만 원을 보유하고 나머지 70만 원을 B에게 대출한다. 이때 A가 예금 100만 원과 B에게 대출된 화폐 70만 원, 총 170만 원이 시장에서 융통되기 시작하며 화폐가 창조됐다.

은행의 예금창조로 인해 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양인 ‘통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등의 현상을 유발하기에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해야 한다. 허준영(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이 여러 경제주체와 대출을 거듭할수록 통화량이 증가하는데 중앙은행은 통화량 관리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통화량을 일정 부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처음 발행한 화폐인 ‘본원통화’와 은행을 거치며 증가하는 통화량의 비율인 ‘통화승수’를 조정할 수 있다. A가 소유하기 전 중앙은행이 처음 공급한 화폐량인 100만 원이 본원통화에 해당하며, B와 그 외의 여러 경제주체가 다른 은행과 거래하며 불어난 정도가 통화승수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자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방식과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대출의 양, 지급 준비율 등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관리한다. 양 부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은 통화량이 증가하면 이자율을 높이고 시중은행 대출의 양을 줄이며 지급 준비율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해 건전한 금융시장을 형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본원통화와 통화승수를 통해 통화량을 유지하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 내부의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온전히 통제하기 어렵다. 이때 ‘이자율’이 경제 상황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다. 이자란 자본을 사용한 기한에 맞춰 지급하는 대가로 자본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수익이다. 이자율이 오르면 시중은행은 대출을 늘리고자 하며 이에 따라 지급 준비율은 감소한다. 개인과 기업은 이자를 받기 위해 시중은행에 예금하려는 경향을 띠고, 이는 통화승수와 통화량을 증가시키며 본원통화의 조절까지 이어진다.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통화량 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전반의 영향을 받는 경우와 받지 않는 경우를 구분한다. 외부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이자율이 변동하며 통화승수와 화폐 공급량도 변화한다. 반대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의 화폐 공급량은 중앙은행이 온전히 통제 가능하기에 이자율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중앙은행은 다양한 외부 요인을 분석해 이자율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통화량을 설정한다. 또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변동하는 이자율 및 통화량과 일치하는 지점에서 찾아 시장의 적정 이자율을 결정한다.

통화량과 이자율은 물가와 소득 등 국민 경제 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기에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은 통화정책을 통해 대출로 인한 통화량 증가를 관리하려 한다. 양 부연구위원은 “통화량을 변동시키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은 물가안정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여오는 부채의 올가미

최근 장기카드대출 서비스인 ‘카드론’을 통한 대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강민국(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카드 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8월 기준 카드 대출금액은 총 44조 6,65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카드론 대출 현황은 총 38조 7,880억 원으로 카드 대출 중 86.8%를 차지했다. 여효성(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청년과 취약계층의 마지막 대출 수단으로 여겨지기에 카드론 대출 증가는 금융권 시스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론 대출에 따른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관련 채무조정 절차 또한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달 29일 이강일(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1만 5,72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전체 채무조정 확정자인 16만 7,370명의 약 70% 수준이다. 이기환(인하대학교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카드론은 신용대출이 어려운 한계대출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해 채무조정 확정자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론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 상환이 어려워 카드론 대환대출(이하 대환대출)을 활용해 다시 카드론 부채를 상환하는 ‘빚 돌려막기’도 발생하고 있다. 대환대출의 본 목적은 평균 이자율 13%에 달하는 카드론 상품 가운데서 비교적 낮은 이자율의 카드론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하던 카드론의 부채를 탕감하지 못해 대환대출로 부채를 재조정하려는 양상이 확인된다. 여신금융협회의 「전업 8개 카드사 월별 이용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약 1조 8,797억 원으로 전년도 동월 대비 3천 700억 원 증가했다. 여 교수는 “일부 대출자가 카드론 이용 후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빚을 빚으로 막으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론으로 인해 청년층의 신용유의자도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이 카드론으로 인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신용유의자는 속히 신용불량자로 불리며 경제적으로 신용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다. 현재의 채무를 상환하기 어렵지만 변제 가능성을 내포한 채무조정 절차와 구분된다. 청년층이 카드론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해 가입을 유지하기에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제출한 이 의원실의 「최근 3년간 상품별/연령별 지원현황」에 따르면 작년 7월까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 5,887명으로 2021년 5만 2,580명 대비 3년 새 25.3% 증가했다.

카드론 대출 증가로 인한 채무조정 신청자 증가는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카드론 대출 판매를 관리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신용 기반 대출 상품의 이자율이 높아져 신용점수가 필요 없는 카드론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신용 바탕의 이자율이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등이 주로 사용하는 여신*상품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환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카드사의 상술이 제기된다. 대환대출 역시 카드사의 상품에 해당한다. 카드사는 이미 카드론 대출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상품인 대환대출을 사용하도록 장려해 실적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검증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가입절차가 진행된다. 이 교수는 “대환대출을 받는 시점은 기존 카드론으로 대출을 받을 당시의 상황과 차이가 있으나, 신용도와 추가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실적을 올리기 위한 상품의 제공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카드론은 위험성이 큰 제2금융권 대출로 알려져 있으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 미흡해 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카드론은 제1금융권에 속하는 은행이 발급함에도 평균 이자율 13%로 제2금융권 상품에 해당한다. 제1금융권은 금리가 낮지만 취급하는 금융상품이 다양해 안정성이 높은 반면 제2금융권은 중앙은행의 관리를 받지 않아 금리가 높고 예금자 보호가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카드론을 통해 대출할 때는 신용점수가 평가되지 않으나 대출 이후에는 개인의 신용점수가 하락하게 된다. 청년이 금용교육 부재로 인해 카드론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채무조정 신청자 증가 문제의 해결책으로 금감원이 시중은행과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 한도를 규제하고 신용카드 판매 취급 비중을 계획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시중은행은 경제상황과 개인의 신용점수, 가계의 연체금 등을 고려한 카드론 대출 한도와 상품 판매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현재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 전망될 때 금감원의 제재가 가해지면 관리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카드론 대출 한도 규제와 카드사의 신용판매 취급 비중을 선제적으로 설정하는 해결방안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계대출자인 개인에게 여신을 제공하는 등 균형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가 검증절차 없이 대환대출을 제공하지 않도록 금감원이 대환대출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대두된다. 카드사가 대환대출 상품을 제공할 때 신용 등에 따라 대출 자격을 검증하고 대환대출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여 교수는 “대환대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출 자격 심사 등의 정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재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산 운용 및 부채 관리 방법을 학습하면 카드론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더욱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 교수는 “금융교육을 통해 카드론과 같은 고위험 대출 상품을 남용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고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통해 금융 습관까지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신 : 금융 기관에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