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나는 하인이다 (한성대신문, 605호)

    • 입력 202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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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1-18 00:00

“한국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강압적 리더십? 권위적 리더십? 아니면 친화적 리더십이나 민주적 리더십? 21세기를 이끌어갈 바람직한 리더십은 섬김의 미학이 담긴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동방 순례(Journey to the East)』 소설 속 하인 레오의 모습에서 섬김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헤르만 헤세는 진리와 빛의 근원이 존재한다는 동방으로 순례를 떠났다. 레오는 순례자들을 돕는 하인 중 하나였고, 짐을 나르거나 사사로운 심부름을 도맡았다. 눈에 잘 띄지는 않았지만, 노래도 부르고 휘파람도 불며 지친 이들을 위로해 줬다.

순례는 순조로웠으나 모르비오 협곡에서 레오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레오가 사라진 순간부터 순례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인 헤르만 헤세 또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결국 동방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순례가 중단되고, 헤르만 헤세는 몇 년을 찾아 헤맨 끝에 하인 레오를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레오의 모습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순례집단의 하인으로 참여했던 레오가 사실은 교단의 최고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레오는 말한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자는 섬김을 실천해야 합니다. 야심만으로 지배자가 된 사람들은 모두 무(無)에서 끝나게 됩니다.”

그렇다. 레오는 리더이기 전에 서번트(하인)이었다. 『동방순례』 소설 속 레오의 모습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섬김과 봉사정신을 강조한다.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즉 위대한 리더란, ‘구성원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줌으로써 구성원들이 스스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가장 낮은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도 레오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본연의 서번트 의식을 본받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뒤에서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하(사회과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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