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다
홍서영
장미라는 꽃에는 분명 가시가 돋쳐 있지요.
그러면 철조망에도 언젠가 꽃이 필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아무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꽃은 피어나기 위해 허락을 구하지 않으니까요.
철조망은 제 몸을 긁으며 꽃을 털어내려 하겠지만
꽃은 분연히 피어나 그런 철조망조차 품어줄 겁니다.
꽃이 철조망을 가려버릴 만큼 피면
무엇이 피어나도 놀라지 않는 날이 올 겁니다.
철조망에 핀 꽃을 보고도 심드렁하게 훗훗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제 할 일을 마저 하러 가겠지요.
그런 유별난 날이 이어지면
철조망에 핀 꽃쯤은 그저 흔한 일상이겠죠.
그런 유별난 날에는 아무도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어지겠죠.
그저 누구의 허락도 없이, 다만 피어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