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직한 언론이라는 거짓말 (한성대신문, 512호)

    • 입력 2016-07-25 16:11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총선이 다가오는 요즘, 수많은 정치 스캔들이 연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느 정치인 딸의 입학 특혜 의혹, 당대표의 옥새반란 사건, 권력자의 셀프 공천······. 이렇게 세상이 소란스러울수록 언론이라는 나팔수는 신이나기 마련이고, 제각기 신나게 나팔을 불어대는 언론들의 가락 역시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기자들이 지역사회가 은폐하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이런 시기의 우리들에게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언론기관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의 중간까지만 하더라도 기자들은 은폐된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절대적인 선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터무니없는 사실에 분개하고, 주변의 비협조에 절망하고, 집요한 설득을 통해 마침내 진실로의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나가기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다지 비판의 여지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극 후반부, 성범죄 피해자들을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한 변호사의 충격적인 증언을 통해 그들의 위치는 극적으로 반전된다.
그들이 원하던 진실은 이미 5년 전에 제보되었으며, 그걸 무시한 것은 바로 기자들의 사령탑인 편집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대체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타박하는 친구의 말에 편집장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사실, 그게 나도 모르겠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야만 했다. 과거의 악이 현재의 선이 되고, 과거의 선이 현재의 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론은 항상 옳지 않다. 진실을 파헤칠 수도, 도리어 은폐할 수도 있다. 진실은 언론사의 사정에 따라 취사선택된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우리들은 결국 그들의 편집부가 선택한 진실을 매일 아침 마주하게 되기에, 우리들은 늘 이러한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정직한 언론, 그들이 일상적으로 되풀이하는 주문과도 같은 슬로건은 그들 스스로도 속아 넘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그럴 듯한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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