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한성문학상 - 시 당선작> '냉동실'

    • 입력 2016-11-29 15:17

글 : 김가윤(국문 1)
일러스트 : 이학재

여름에 얼린 개구리는 여름에 튀겨졌다 이게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하며 엄마가 남은 개구리를 다시 냉동실에 넣는다 나는 아직 개구리가 우는 걸 보지 못했는데 냉동실 안쪽에 꽁꽁 숨겨둔다 엄마는 항상 반지를 꼈다 그건 아버지는 하지 않는 일이었다 손가락을 다쳐본 사람만이 반지를 끼는 거라고,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다시는 다치지 않기 위해 꽁꽁 싸매는 거다 그건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고 얘기하자 애인과 카페에 들어간다 정말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알바생 얼굴도 외우고 카페 벽지도 외우자 다시는 안 올 곳이니까 뭉뚝해진 테이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여기에 다친 적도 있는데 그게 언제지? 침묵이 끝날 때까지 침묵으로 기다린다 우리 차라리 카페 말고 북극으로 가자 이별이 쉽게 생기는 곳 몇월 며칠 달력을 보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곳
 
내년 이맘때쯤 널 다시 만날 거 같아 아니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우리끼리만 아는 헤어지는 일은 정말 시시하다 난 내일 아침부터 무얼 해야 해? 핸드폰 대신 리모컨을 잡으면 돼 채널을 돌리다 지구 반대편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거지 말이 다 떨어질 때쯤엔 우리도 떨어질 수 있겠지 커플링은 어디에 둘까? 냉동실에 둬 내년에 다시 꺼내서 끼게. 마지막이라며? 응 마지막이야, 남은 걸 그냥 냉동실에 두라는 거지

<당선소감>
편의점 알바를 하던 중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11월 알바비가 반 토막 나 걱정이 많았는데 상금을 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몇 억짜리 말도 시술도 원하는 대로 받는데 저는 어차피 한 달이면 사라지는 알바비, 이러려고 알바를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의 형편을 알았는지 행운이 찾아와 기분이 좋습니다. 역시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나봅니다.
대학생이 되고, 국문학과 학생으로서 시 쓰는 게 좀 수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공과 시 창작 사이의 거리감은 생각보다 컸고 공부와 알바로 시간도 부족해 시를 쓰기 어려웠습니다. 한성문학상이 있다는 건 학기 초에 동아리 선배님께 들었는데 마감 날 겨우 냈던 것도 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한성문학상 당선은 저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게도 시를 읽은 지가 오래됐습니다. 이제 써야지, 써야지, 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막상 새로운 글을 쓰지 않던 이 시점에 하나의 자극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무기 식구들, 제가 집부 때문에 동아리에 소홀히 하지만 항상 자주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 ‘뼈아픈 후회’, ‘질투는 나의 힘계속 같이 쓰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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