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어찌 보면 당연한 것 (한성대신문, 617호)

    • 입력 2025-12-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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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2-08 00:01

삶을 살아가며 겪는 일은 사람마다 모양도 크기도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반면, 어느 한편에는 내일을 고대하는 삶도 존재한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사실 삶에 가치를 논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작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무한한 우주 앞에서 인간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아침에 일어나 밤에 눈을 감기 전까지 우리의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숨 쉬고, 먹고, 자는 이 평범한 반복은 사실 우리가 가장 쉽게 놓치고 마는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늘 존재하기에, 그 소중함을 의식적으로 깨닫기 쉽지 않다. 우리는 보통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진정한 가치를 몸소 느낀다. 곁에 항상 존재했던 이가 떠난 후에야 함께했던 순간들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나는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그 시공간은 내게 가장 평화롭다. 이 평화는 곧, 내 삶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히 제 할 일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자기 전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이 모든 조건은 결코 쉽게 얻어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 길을 걸어가다 무심코 마주친 예쁜 하늘, 운 좋게 바로 온 지하철. 이 모든 것들이 비선형적이지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존재해 주었기에,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자기 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삶은 수많은 ‘당연하지 않은’것들이 모여 이뤄낸 결과물이다.

오늘 밤 당신이 자기 전 누웠을 때 마음 속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소중한 증거이다.

삶에서 불변한 ‘당연한 것’은 없다. 사소한 것의 존재와 가치를 의식할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소중함에 감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전솔(컴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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