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후안 데 파레하』 - 나은미 교수의 추천도서
“사람들 사이에 격의있는 만남, 진실한 만남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
요즘에는 인터넷, SNS 등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다. 현대에 자주 쓰이는 말인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등은 그것들로 인해 파생된 단어다. 하지만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수 있게 됐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 유지를 어려워하고 있다. 또한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불신이 팽배하면서 진정한 만남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나, 후안 데 파레하』는 이 각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이 책은 스페인 바로크 예술을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와 그의 노예 ‘후안 데 파레하(이하 파레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벨라스케스와 파레하는 주인과 종의 관계다. 하지만 일반적인 귀족들과 다르게 벨라스케스는 파레하를 노예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해주었다. 상처 입은 파레하를 정성스럽게 치료해주고 보살펴 주는 벨라스케스의 모습과 그런 그를 믿고 따르는 파레하의모습은 신분을 떠나 서로가 얼마나 각별한 존재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준다.
독자는 주종 관계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평소에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정에 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지금 신분제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분을 초월한 벨라스케스와 파레하의 우정을 쉽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인이 종을 부리는 일이 당연했던 시대에 힘들 때마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만남이 메말라 가는 현대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벨라스케스가 파레하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가 파레하와의 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파레하는 벨라스케스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의 조수 역할을 하면서 그림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림 그리고 싶은 열망도 갖게 된다. 당시 스페인에서 노예는 예술가가 될 수 없었기에 파레하는 그림을 그릴수 없었다. 그런 파레하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벨라스케스는 파레하가 몰래 그림을 그려도 눈감아 주고, 결국 나중에는 노예에서 해방시켜준다. 친구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하는 벨라스케스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그가 파레하를 한 인간으로 생각하고파레하와의 우정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아동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작품에게 주는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읽기가 쉽다.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라 단정 짓고 시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정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좋은 문장과 표현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최근 각종 IT기기들의 발달로 전보다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게 됐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보다는 오히려 ‘혼밥’, ‘혼술’ 등혼자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과거보다 빠르고 쉽게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누군가와 각별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게 고립돼 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 책이 깨닫게 해주기 바란다.
저자 : 엘리자베스 보튼 데 레비뇨
출판사 : 다른
출판일 : 2008. 04. 05
책 소개 : 화가 벨라스케스와 그의 노예 파레하의 우정을 담은
아동문학 작품이다. 신분을 넘어선 그들의 우정이 책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이한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