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한성학원(이하 재단)측이 380억 규모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하 준비금)으로 재단의 수익용 건물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배포했다. 공개질의서에는 재단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질의가 제시되었다. 교협은 5월 4일까지 답변을 요구하였지만 재단은 11일에 이른 현재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미룬 상태이다. 또한 5월 11일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교수협의회와 학생대표간의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교협측이 공개질의서를 통해 제시한 ‘한성학원 공문 제17-31호’에 따르면, 재단은 2013년도에 설정된 준비금 약 380여억 원을 월 1억여 원의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250여억 원의 수익용 건물을 구입하고 50여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 용도로 처분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교협은 해당 기금을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준비금은 비영리국내법인이 설정할 수 있는 기금으로, 만일 이 기금을 법인의 고유목적에 맞게 사용하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 재단의 고유목적사업은 교육 사업이다. 수익용 건물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재단의 고유목적을 위해 사용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면세 대상이었던 준비금은 자연히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교협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재단이 수익용 건물을 구매할 시, 약 70억 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교협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안대로 기금이 집행될 경우 교육부와 약속한 7억 원 규모의 재단전입금 지급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단이 대학에 지급하는 재단전입금 7억 원은 작년 우리대학이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에서 해제될 때 교육부로부터 이행과제로 부여받은 것으로, 만일 이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우리대학은 다시 재정 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다.
5월 11일에는 교협과 학생대표들 간의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학생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간담회에는 교협 회장직을 맡고 있는 고창수(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 교수와 총학생회, 총대의원회, 크리에이티브 인문대, 사회과학대, 상상력인재학부, 뷰티디자인학과 대표들이 참석했다.
고 교협회장은 “교수협의회가 그간 학생조직과의 대화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운을 떼며, 준비금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설명했다. 준비금은 2013년에 설정되었는데, 기존 재단이 소유하고 있었던 부동산이 국가에 의해 ‘수용(국가가 강제로 토지를 취하고 보상금을 지급함)’되면서 생긴 현금자산이다. 재단은 따로 운영 중인 수익사업이 없기 때문에 이 준비금은 재단의 ‘전재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재단은 380억 원 규모의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충분히 운영될 수 있었지만, 최근 이어지는 예금 이자 인하 추세로 여의치 않아지자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 준비금을 사용하면 앞서 말했듯이 세금 징수가 이루어질뿐만 아니라, 수익이 생김으로써 법인세가 발생하는 등 대량의 자금이 빠져나가 재단의 재정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당면한 ‘재단전입금 7억 원 지급’도 미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고 교협회장의 설명이다. 교협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5월 4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단은 이를 10일로 미루고, 11일에 이른 현재까지도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상태이다.
고 교협회장은 “교협에서 교육부 감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만일 교육부에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에 차질이 생길 경우, 300인 이상의 서명을 모아 ‘국민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고 교협회장은 이에 대해 학생대표들의 협력을 요청하며, 이 문제에 대해 공동행동을 나설 것을 약속했다.
한편, 문제의 해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금은 법적으로 5년 이내에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즉, 2013년에 설정한 이 기금은 내년까지 무조건 사용해야하는 것이다. 마감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재단은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는 상태이다. 380억 규모의 기금을 제외하면 별다른 재정도, 재원도 없는 재단이 수익사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앞날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교협에서는 ‘행복기숙사 지주회사 인수’ 등의 방안을 건의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대학의 운명을 결정하는 2주기 평가라는 거대한 고비가 내년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대학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향후 행방이 주목된다.
이주형 기자
[email protected]